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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Jul 31. 2023

4억 그지 23

광철부부

    

광철은 방에서 방금 전에 받은 우편물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농협으로부터 온 담보물을 압류한다는 통지서였다. 진숙이 볼까 봐 우편물 함을 그동안 수시로 확인하며 마치 우편함 담당자라도 되는 듯 매일 우편함에 신경을 집중했다. 오늘도 우체부가 올시간이 되어 정원의 풀을 뽑는 척 서성이는데 우체부가 인사를 하며 등기우편을 받으라고 했다. 대전지방법원으로 부터온 등기우편이었다. 수신인은 심주호라고 쓰여 있었다. 광철은 열어보지 않아도 내용을 알 것 같았다. 주호와 포클레인 청소를 하기로 했지만 어차피 최후통첩을 받은 상황에서 청소하러 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무리 머리를 써도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누웠다 일어났다 반복하다. 일단 재희라도 만나야겠기에 나가려고 했다. 그때 주호가 뛰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마침 진숙이 뭐 하고 있냐며 방문을 열었다. 주호가 왔으니 자기는 없다고 하고 돌려보내라고 했다. 그리고도 마음이 불안해서 서성였다.   

       

주호는 방문을 열었다. 광철은 깜짝 놀라며 주호를 쳐다보았다.

"작은 아빠! 사람들이 포클레인에 빨간 종이를 붙이고 갔어요 함부로 손대면 안 된대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집문서는요? 정기예금 통장은요?  그거 당장 돌려주세요."

광철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방바닥만 쳐다봤다. 주호는 가까이 다가가며 다 내놓으라고 했다. 아니면 잘 있는지 우선 확인이라도 시켜 달라고 했다. 그때 진숙이 들어왔다.

"얘! 작은 아빠한테 뭐 하는 짓이야! 그까짓 거 대출금 갚으면 되잖아? 몇 달만 기다려 집 담보 풀고 이자까지 쳐서 다 줄 테니까."


광철은 말하지 말라고 사인을 보냈지만 진숙은 남편이 집 때문에 주호에게 추궁당하는 줄 알고 자기가 먼저 집담보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주호는 주저앉았다. 포클레인뿐만 아니라 집에도 문제가 생긴 것을 감지했다. 눈물이 흘렀다. 그리도 믿었던 작은아버지였는데, 정기예금 통장은 어떻게 됐냐고 차분하게 물었다. 진숙이 다시 말했다. -그건 네 작은 아빠가 잘 갖고 있어, 무슨 애가 그까짓 돈 좀 빌려 썼다고 난리야? 누가 안 갚는다니? -  주호는 광철에게 통장과 인감을 달라고 했다. 우선 포클레인 차압딱지라도 떼어야 하니까 통장을 달라고 했다. 진숙도 얼른 주라고 남편을 채근했다. 통장이라도 주어서 주호를 얼른 보내자는 심사였다. 그러나 광철은 아무런 대답도 못했다. 무언가 감지한 진숙이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 혹시 통장에 손댄 거야? 나한테는 절대로 안된다 하더니 설마 당신이 그 돈을..."

주호는 광철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숨을 죽이고 지켜보며 제발 아니라고 하기를 바랐다. 광철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닦달하는 진숙을 보며 변명을 했다.

"그게 수익금이 꽤 괜찮다고 해서..."

주호는 주저앉고 말았다.

"주호야 곧 빼준다고 했어, 그동안 발생한 수익금이랑 같이 받을 수 있어, 은행이자보다 훨씬 많아, 일주일만, 아니 3일만 기다려보자"

광철은 주호의 손을 잡으려 했다. 주호는 그 손을 뿌리치고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그 돈이 어떤 돈인데? 아빠가 어떻게 살며 모은 돈인데, 엄마가 그 돈을 지키려고 그지소리 들으며 설거지해서 지킨 돈인데, 재혼하는 엄마가 가져가면 안 된다고, 앞으로 나 살려면 그 돈 가져가지 못하게 하라며? 작은 아빠가 지켜준다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그 돈으로 작은 아빠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작은 엄마는 식당을 넓히고? 그게 다 내 돈이었단 말이에요? 어떻게?, 어떻게?..."

주호는 악을 썼다. 광철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일어나 주호를 잡았다.


"주호야! 곧 해결될 거야, 주호야 진정 좀 해봐, 작은 아빠가 잘못했다. 그냥 묶여있는 돈 이자 좀 불려주려고 투자한 거야 별일 없을 거야. 작은 아빠가 투자회사에 가서 정식으로 해약해 달라고 할게"

주호는 그걸 어떻게 믿냐며 지금까지도 돌려받지 못한 돈을 3일 안에 무슨 수로 찾아올 거냐며 다 필요 없으니 당장 다 내놓으라고 소리치며 광철을 밀쳤다. 진숙은 그런 주호에게 불을 질렀다.

"어휴! 어린놈이 어른도 몰라보고 저러고 덤비는 거 봐, 저, 저 눈 좀 봐, 지 작은 아버지 잡아먹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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