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는 어른이 어른다워야지 누가 어른이냐며 진숙에게도 덤볐다. 주호는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런 주호를 광철은 뺨을 쳤다.
"이 자식이, 후레자식 같으니라고... 내가 내형님 돈 좀 썼는데 뭐가 문제야? 니아버지가 처음 포클레인 살 때 내가 빌려준 거 모르지? 그때 내가 빌려주지 않았으면 그 돈 모아지는 거 어림없는 일이었어, 나도 쓸 권리가 있어, 자식아!"
광철은 어차피 이판사판이었다. 돈으로 안되면 작은아버지라는 완력으로 주호를 제압하려고 했다.
맞은 뺨을 감싸던 주호는 방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방밖에는 식당의 모든 식구들이 모여 구경하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주방으로 갔다. 도마옆에 손잡이가 보이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주방장이 말렸다. 그러나 주호는 성난 이리처럼 날뛰었다. 눈에는 핏발이 서있었다. 광철은 그 모습을 보고 놔두라고 주방장에게 말했다. 주호가 정말로 그걸 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호 앞에 서서 -그걸로 날 찌르려고? 그래 어디 한번 찔러봐라, 찔러봐, 아비 없는 자식 아니랄까 봐,- 그 순간이었다.
주호의 그것을 든 손이 움직였다. 광철은 쓰러졌다. 이미 이성을 잃은 주호의 팔은 멈추지 않았다. 피가 튀고 비명이 오가는 사이로 막 복순과 함께 도착한 봉수가 뛰어들었다. -안돼, 주호야 그것만은 안돼, 주호야!- 주호의 팔을 잡으려는 순간 위로 치켜 올랐던 주호의 팔은 봉수 씨의 옆구리에서 멈추었다. 불에 덴 듯 뜨거운 느낌이 봉수의 몸을 휘돌았지만 봉수는 주호를 놓지 않았다. 몸부림치던 주호는 흐느끼고 봉수와 함께 들어섰던 복순은 실신했다. 진숙은 어떻게, 어떻게, 하며 주저앉아 울고 있었고 홀 이모들은 눈을 가리고 흐느꼈다.
주방장의 112 신고로 경찰차와 응급차가 왔다. 구급대는 광철과 봉수, 복순의 상태를 살피며 응급처치와 함께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경찰은 주호에게 수갑을 채워 경찰서로 갔다.
병원에서 복순은 바로 깨어났다. 주호를 부르다가 옆에서 치료받고 있는 봉수를 보았다. 주호의 난동을 제압하던 봉수 씨가 다 쳤을 줄은 몰랐다. 주사기를 빼고 달려가 봉수를 흔들었다. 의사와 간호사는 지혈을 해야 하니까 흔들지 말라며 복순 씨의 침대로 데려다주었다. 순간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던 광철이 생각났다. 간호사에게 물었다. -네~ 그분은 상처가 너무 깊어서 대학병원으로 바로 이송되었어요- 다시물 었다. 옆에 있는 저분의 상태는 어떠냐고? -상처가 깊은데 지혈만 되면 생명에 지장은 없을 것 같다고 하십니다.- 곧 신장전문의가 있는 대학병원으로 이송될 거라고 했다.
제발 둘 다 살아만 있어 달라고 빌면서 복순은 이를 악물었다. 다친 두 사람도 걱정이었지만 두 사람의 상태에 따라 주호가 받을 죗값이 더 걱정되었다. 주호를 위해서 자신이 정신을 놓으면 안 된다며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제발 살려달라고 말할 참이었다. 그때 시부모님과 아주버님이 오셨다. 범영과 범기도 왔다.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을 붙잡고 오열하던 시어머니는 복순을 노려보았다.
"네가 그 살인자 자식을 낳은 에미냐? 내 자식 어쩔래? 내 생때같은 내 아들 워쩔겨?"
시어머니는 복순을 잡아 흔들며 당장 나가라고 했다. 꼴도 보기 싫으니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다. 응급처치로 지혈이 된 것을 확인한 의료진은 곧 대학병원으로 간다며 가족들은 따로 오라고 했다. 시숙이 운전하는 차에 복순은 탈 수가 없었다. 범영이 범기도 고개를 돌리고 차에 올라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