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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Jul 31. 2023

4억 그지, 25

갈라진 운명

    

경찰서로 갔다. 면회는 안된다고 했다. 광철은 치료 중에 숨을 거두었다고 했다. 복순은 무서웠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또한 의지할 곳도 상의할 곳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 집으로 가서 비상금으로 갖고 있던 예금 통장과 인감을 챙겼다. 주호에게 다 넘겨주고 1억 원을 정기예금으로 넣어 두었었다. 봉수 씨가 생활비라며 자유롭게 찾아 쓰라고 만들어준 통장에도 2천만 원이 있었다. 복순은 생활비통장을 화장대에 도장과 함께 가지런히 놓았다. 그리고 장롱서랍 속의 박스를 꺼냈다. 그곳에는 봉수 씨 집으로 올 때 가져왔던 비닐에 쌓인 검정고무신이 있었다. 신발만 꺼내어 가방에 넣고 그위로 간단한 옷 몇 가지를 챙겨 넣고 집을 나왔다.          

복순 씨는 백방으로 실력 있는 변호사를 찾아다녔다. 선뜻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조카가 삼촌을 죽인 그런 일을 어떻게 변호하느냐며 다른데 가보라고 했다. 그사이 주호는 국선변호사의 변론으로 살인과 살인미수, 기물파손등의 죄목으로 30년을 구형받은 상태였다. 복순은 마지막으로 봉수의 선배 변호사를 찾아갔다. 봉수 씨가 다친 것에 대한 사적인 감정이 있을까 두려웠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1억 원을 다 주겠다며 사정했다. 주호가 살인을 한 것이 아니고 사고였다고, 제발 믿어달라고, 두 생명을 살려달라고, 매달렸다.  

   

변호사는 피해자 가족과 합의를 먼저 하라고 했다. 합의서를 받기 위해 봉수 씨를 만나야 했다. 병실에는 시어머니가 계셨다. 차마 병실을 들어가지 못하고 시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숙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대요. 다만 평생 투석을 해야 한다네요.-라고 말하며 도장을 찍어 주었다. 울면서 병원을 나온 복순은 진숙에게로 갔다. 진숙은 내 남편 살려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합의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정 합의하려면 주호아빠 보상금으로 받은 만큼 내놓으라고 했다.

"동서! 내가 갖고 있던 돈은 변호사를 사느라 한 푼도 남아있지 않아, 주호에게 넘겨준 돈은 이미...."

복순은 눈물로 말을 삼켰다. 진숙에게 원망하는 말투로 들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스쳤기 때문이다.

"봉수 씨 집에서도 나왔어, 아니 쫓겨났어, 제발 우리 주호 한 번만 살려줘 "

복순은 무릎 꿇고 사정했다. 진숙은 고개를 돌리며 빈정거렸다.

"남의 남편은 죽여놓고 자기 아들은 살리고 싶은가 보지"

복순은 무조건 미안하다고 했다. 나중에 뭐라도 해서 돈을 마련해 줄 테니 제발 도장 좀 찍어 달라고 했다. 진숙은 문서 한 장을 내밀었다. 집과 포클레인 통장에 대해서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각서였다. 문서를 받아 든 복순의 손은 벌벌 떨렸다. 그러나 주호를 생각해서 냉정해야 된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문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합의서에 도장을 받았다.    

 

선임한 변호사의 변론으로 2차 공판에서 주호는 10년을 감형받아 20년형을 받았다. 초범에 우발적인 사고로 처리되었다. 피해자 심문에서 봉수 씨는 합의가 원만히 이루어진 것인지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피의자는 제 아들입니다. 자식의 죄를 묻는 아버지는 없습니다-라는 답을 하였다. 복순은 울었고, 주호는 아무 말이 없었다. 3차 공판을 준비하던 시기에 변호사의 의견을 전달받았다. 주호가 작은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죗값과 사람을 다치게 한 죗값을 성실히 치르고 나오겠다며 더 이상 항소하지 말라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변호사는 주호의 의사가 확고하여 설득이 안된다며. 그리고 3차 공판을 한다 해도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며 그만하자고 했다. 봉수 씨가 최선을 다해 달라는 부탁이 있어서 시작을 했지만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복순은 주호를 만나러 갔다.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보고 싶었다. 주호는 엄마의 면회를 거부했다. 수차례 찾아갔지만 주호가 면회를 거부한다는 간수의 말만 듣고 왔다. 2010 년 8월 주호는 최종 판결을 받고 대전 교도소에 이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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