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귀어를 꿈꾸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대전을 벗어나 경치 좋고, 공기 좋고, 인심 좋은 곳으로 옮겨가 말년을 지내고 싶다. 귀어지에서 정착하여 수입도 올리면서 글도 쓰고 좋은 사람들 초대하여 넉넉한 마음으로 살고 싶은 것이 희망이다. 귀촌한 사람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가 정착한 사람들보다 더 많다 하여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꿈은 이루어지라고 있는 것이니까 귀어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하며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다.
나의 귀어 목적지는 완도로 결정하였다.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의 주 품목들이 완도에서 생산되는 해조류들이다. 그 해조류를 이용하여 먹고 살고 돈도 모았으니 모아진 돈을 소비한다면 완도에서 쓰고 싶다는 소박하지만 완도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어느 시골이든 평균 연령이 매우 높다.
농촌이나 바다나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거친 노동을 피할 수 없다. 농어촌의 노동을 담당하는 주요 인물들의 평균 나이가 70이라고 한다. 경로당에 가보면 확연하게 실감할 수 있는데 80~90대의 어른들이 주를 이룬다.
70 드신 어른들은 경로당 방문이 불편하다고 하신다. 일반적으로는 70대의 어른들을 노인이라고 하는데 그분들이 경로당에 가면 막내 축에 든다는 것이다. 경로당에서 상대적으로 젊다는 이유로 80~90대 어른들의 식사 시중이나 청소 등을 할 수밖에 없는데, 사실은 본인들도 가사가 힘에 부치는 나이인 것이다. 집에서도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경로당까지 가서 하고 싶지않다는 것이 경로당 방문을 꺼리는 이유라고 한다. 그 정도로 농어촌이 늙어있는 것을 보고 꿈으로만 상상하던 귀촌의 계획을 조금 앞당겨 실행하기로 하였다.
우리가 가기로 결정하고 집을 마련한 곳은 완도군 군외면 달도리이다.
다도해로 이루어진 완도군의 부속섬인데 그 섬 역시 가장 젊은 사람이 70세의 어촌계장님이라고 한다.
주변엔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환경들이 너무 좋고 바다의 산물들도 풍성하다. 다만 이용할만한 인력이 없어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귀촌을 하면 제일 먼저 주민등록을 옮기어 마을의 평균 연령을 낮출 것이고, 그리고 마을 주민들과 협업하여 달도리만의 특별한 사업들을 구상해 보고 싶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지리적으로 충분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일 때문에 자주 방문하다가 맺게 된 완도와의 인연은 내게 완도 아낙으로 살고 싶다는 소망을 주었다. 완도의 매력에 푹 빠질 정도로 내 혼을 빼앗아 버린 완도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보석 같은 섬이다.
미역이나 곰피, 톳, 전복, 광어 등을 양식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으며 자연적으로 자라고 있는 것들도 풍성하다. 해조류와 전복, 그리고 생선들을 말리고 가공하는 공장이 있기도 하지만 지금 도시처럼 공기를 오염시킬 정도로 많지는 않다. 어디를 돌아봐도 혐오시설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맑은 공기와 산과 어우러진 바다의 그림 같은 풍경들이 펼쳐져 있다.
완도군은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지역이지만 1967년 땅끝마을 해남에서 완도 군외면 달도리 사이에 연륙교가 개통되어 육지처럼 쉽게 드나들 수 있다. 지금은 완도에서 신지도로 연결된 신지대교도 있고, 고금면에서 신지도로 연결된 장보고대교도 있어서 육지에서의 접근이 용이해졌다. 완도 여객선 터미널에서는 각 도서를 연결하는 여객선들이 수시로 운항하며 섬과 섬의 연결고리 역할도 하고 있다.
명사십리 해수욕장에는 해마다 수만 명의 피서객들이 방문하여 휴양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가고 있다.
완도 선착장에는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좀 줄기는 하였지만 주말마다 수십 척의 낚싯배들이 강태공을 태우고 바다로 나간다. 그들이 돌아올 때는 풍성한 완도 바다의 선물 같은 수확물을 가득 싣고 온다.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도 먼바다까지는 가지 못하고 선착장에서 몇 시간씩 낚시를 던지곤 하는데 도미, 광어 같은 싱싱한 횟감들이 잡혀 주어서 입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완도의 자랑은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것 같다.
이런 완도에서 한번 살아보지 않으면 죽을 때 후회할 것 같아 결정한 귀어의 계획이 탁월했다는 생각이다.
바다와 얼굴을 맞대고, 바다의 비릿한 냄새를 맡으며, 바다를 만지고, 바다의 품에 파묻혀, 바다의 산물들을 먹으며 그렇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