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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태우다.

제3장. 삶.

by 시골서재 강현욱


당신은 애태워 본 적이 있습니까.


애태운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만은

애태우다 보면 모든 다 타버리고

어떻게 되었든 끝이 날 것만 같아

애태우는 것입니다.


가슴 안에 불덩어리가 살아가고 있음을

느껴본 적은 있습니까


두드리고 소리치고 바수어지며

그게 미친 짐승처럼 울부짖는데

그게 매일 그렇다는 것입니다

어제도 지금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태우고 태우다 보면

한 줌의 재가 되어

날아갈 거라는 기대는 사실 착각입니다

태워도 태워도

다시 자라나는 게 있다는 걸

그나마 다행처럼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이른 봄처럼 다시 자라나는

마음을 어찌하지 못해서

소주 한 잔에 기울이고서도

니체 한 권에 기대고서도

끝내 수없이 시를 지을 수 밖에는 없겠지만은

시지푸스의 형벌을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섣부른 시도와 때이른 체념만이

축배를 드는 적막한 이 세상에서

애태우는 자의 숨소리가

그토록이나 무겁게 들려오는 까닭은

그 안에 다른 무언가가 살기 때문입니다.

저의 몸이 구부러진 게 이상합니까

고개를 숙여 걷는 게 안타깝습니까

가끔 휘청이는 모양이 초라합니까

그건 애태우는 자의 무거운 호흡때문인 걸

이젠 아시겠습니까.


애태우는 자의 무거운 한숨을

이제 조금은 이해하겠습니까.


덧. 타오르는 산을 보며 마음을 졸입니다. 비상근무가 시작되었지만, 애만 태우는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 사랑, 희망... 어떤 단어로 쓰이든, 심장을 졸이며 애태우는 이의 마음이 평온의 끝에 가닿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작가님들, 그리고 독자님들.

항상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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