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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녁

제3장. 삶.

by 시골서재 강현욱


겨누어진 총구의 차가움

장전된 총알의 쇠냄새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던가.


과녁을 향해 발을 오므리고 걷는다

까슬한 입술로 떨어지는 작별의 언어

입 밖으로 소리낼 수 없던 눈물들

뒤돌아서면 추락하던 막연한 희망들

그 위를 떠돌던 갈 곳 없는 밤의 공기들

가져보지도 채워보지도 못한 욕망들


나의 비루한 죄는 과녁이 된다

나도 모르게 무르익은 계절들

시간은 제 몫을 다했으나

마음은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상상할 수도 없는 끝을 간절히 기다린다.


방아쇠는 마침내 당겨진다

얼마남지 않은 나의 피륙이 흘러내린다

나의 죽음보다 그녀의 허기를 생각한다

끝이 있기나 한 걸까.


군중 속에 돌아선 누군가의 등

뒷걸음치는 누군가의 시간

귓속에 맴도는 누군가의 속삭임

드디어 얼굴에 덮어지는 죄의 멱목(幎目)

나의 얼굴을 스치는 그녀의 손길.


여밀 수 없는 살가죽 아래

마침내 어둠이 고인다

그러나 어둠에도 씻어지지 않는

말라붙은 얼굴이 그 안에 있다.


프로메테우스의 슬픔을

언젠가부터

나는 알게 되었다.


덧. 업무가 바뀌면서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내고 있습니다. 필설로는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여름. 그럼에도 가슴은 여름과 달리 저며오기도 합니다.

작가님들, 독자님들. 항상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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