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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Oct 22. 2017

크리스마스 준비

바는 크리스마스 준비가 한창이었다. 오래된 캐럴이 흘렀고 곳곳엔 작은 전구들이 반짝였다.   

"해피 크리스마스~! 키스 칵테일 대령이요!" 매니저 조는 특유의 환한 미소로 화려하게 장식된 붉은 칵테일 잔을 우리 쪽으로 밀었다. 잔에는 근육질의 산타와 섹시한 루돌프가 입을 맞추는 요상한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수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조를 째려봤다. "크리스마스는 이틀이나 남았다고요!" 곧 문을 열고 미영이 들어왔다. "조, 산타 오빠 무알콜로!"


크리스마스 디데이 이틀 전. 가장 성과가 좋은 사람은 미영일 것이다. 그녀의 뱃속엔 작은 천사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늦어서 미안해. 오빠가 데려다준데서 기다렸는데,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해서 늦게 출발했어." 미영은 멋쩍게 웃으며 조가 건넨 잔을 받아 들었다. "너는 두 명이 오는 거잖아. 당연히 천천히 와야지. 자, 자 다 같이 건배! 드디어 노처녀 딱지를 떼어준 우리의 아기 천사를 위하여!" 무알콜 잔이 산타의 튼실한 팔뚝에 '챵'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핫이슈들 어서 풀어놔봐!" 미영이 우리 쪽을 번갈아 봤다. 내가 절실하게 고개를 흔들자 수진은 별 수 없다는 듯 먼저 말을 꺼냈다. "음... 그때 말했던 신입 놈 기억하지? 잤어." 술이 꼴깍 들어갔다. "뭐!!!???" 동시에 소리 질렀다. "너희 의심하지 마. 이번엔 내가 유혹한 게 아니야. 그 신입 놈이, 그러니까 팔팔한 청춘이 나를 덮친 거라고." 수진은 두 손을 포개며 설득력 있게 설명하려 했지만 역효과였다. "좋았으면 됐잖아!" 늘 이런 수진의 개방적인 태도를 미영은 못마땅해했다. 그간 무엇보다 상처를 받아왔던 건 수진이었단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내 얘긴 끝이야. 크리스마스에 가족들이랑 놀러 갈 거래. 아직 애야 애. 네 차례야." 수진이 나를 쳐다보았다. 말할 것이 없었다. 아니 사실은 있었지만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았다. 면박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전에 솔직해진다는 것은 33년간 지켜온 약속이었으니까.


"난.. 민호 다시 만났어." 숨을 다 내쉬지도 않았는데 그녀들은 눈으로 소리를 질렀다. "뭐!!!!!?????" 주위에서 쳐다봤다. 나는 조에게 미안하다는 눈치를 보냈다. "그래서 잤어?" 수진이 물었다. "야!" 미영이 소리쳤다. "왜? 이제와 네가 다시 좋아졌다든?" 미영이 나를 보며 말했다. "몰라." 담담하게 답했다. 내가 먼저 연락했다는 건 절대 말하지 말아야지 싶었다. 조금 더 놀라면 미영의 아이가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올해도 판타스틱해요?" 조가 케이크를 내주며 물었다. "다 들었잖아요!" 동시에 외쳤다. 아까부터 미영의 시선이 휴대폰 주변을 왔다 갔다 했다.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초조해 보이는 건 수진도 마찬가지였다. 난 어떨까.


우리의 서른세 번째 크리스마스. 무사히, 아름답게 지낼 수는 있는 걸까? 답을 아는 건 미영이의 잠든 천사밖에 없는 듯 했다. 그래도 아가야, 거짓말은 안 했으니 이모들 선물 받을 수 있지?  :)





KANGJAK

매주 토요일 저녁에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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