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다워야 하는 어른으로
나를 사랑하는 일은 어렵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멋진 남자를 사랑하기도 어려운데 여자인 나를 사랑하라니? 스스로를 너무나 사랑해서 친구도 남자도 만나지 않고 혼자 지내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이한 성격을 가진 아시아 인종 여자로 태어난 나는 삼십 년째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스스로에 대해 용서할 수 없는 순간들이 너무나 많아서, 밉고 실망스러웠던 순간들이 너무나 많아서, 나는 매 순간 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사실은, 나를 사랑하는 일이 의무처럼 느껴지는 날들이 많았다. 의도치 않게 과장님께 썰렁한 농담을 던져도 "이번만 봐준다.."해야 하고, 소개팅에 나갈 땐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라고 선의의? 거짓말도 해야 하고, 탈락했다는 우편을 받아도 "그 사람들 수준이 낮군."하고 웃어넘겨야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자전거 바퀴를 멈춰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사랑'이 먼저가 아닐 수 있겠다."
어른다워야 하는 어른으로 존중하는 것
나를 존중한다는 것은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것과 다르다. 존중은 나 자신을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어야 하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어른다워야 하는 어른으로 온전히 인정해주는 것이다.
부족하게 태어난 나를 존중하고, 탓하지 않는 것. 내가 한 선택에 대해 "네가 선택했으니까 책임져."하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선택을 한 마음을 그 자체로 존중하는 것. 그렇게 내 모습을 존중하고, 내 마음의 길을 존중하다 보면 세상이 나를 존중할 것이라 믿는 것.
억지로 사랑하지 않기로, 다만
나는 실수를 하고
나는 탈락을 한다.
나는 상처를 주고
나는 상처를 받는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 아니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 아니다.
용서할 수 없는 순간들이 너무나 많아서
밉고 실망스러웠던 순간들이 너무나 많아서
나는 매 순간 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젠 나를 억지로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스스로를 매 순간 존중해주기로 한다. 당신과 같이 나는, 이 삶을 사는 동안 가치 있는 일을 해낼 사람이니까. 우린 분명 그런 선택들을 해나갈 테니까.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 아니라도, 마음의 길이 구불구불하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존중하며 믿어보려 한다.
나를.
2018, 빗소리를 들어보는 날
당신의 벗,
강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