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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Feb 03. 2019

눈이 푹푹 나린다

강작

To build a home - the cinematic orchestra 



20190203 오전 5시경 

창 밖을 본다.

비가 내린다. 


두 번째 편지 발송 7시 30분 예약. 

잠든 당신의 미래에 보낸다.


그리곤


새벽의 백석을 만났다.





photo by congcafe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조용하게 소리내본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공지영은 어른이라면 상상과 현실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내 감정은 늘 어린애다. 


마음에 


눈이 푹푹 나린다.

오지 않을 나타샤를 떠올린다.



내내 아프다.





/ 눈이 푹푹 나린다







kang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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