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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Apr 08. 2020

코로나19가 극성이라는 데요?

2020年 4月 3日

아날로그롤링레터 2020年 4月 3日

: 광복>강작>수연>광복>강작>택수>수연>노엘>지연>다음은?

: 진짜진짜 대단해!




첫 번째 편지 
광복
따뜻한 햇살과 싸늘한 바람의 공존

      

며칠 동안 참 따뜻한 햇살이 풍족했지만 바람은 싸늘했습니다. 미련이 많아 보이는 겨울과 하루가 바쁜 봄이 공존하는 듯했습니다. 제가 있는 사무실은 정남향이라서 햇살이 따뜻합니다. 베란다에는 지난달 가져다 놓은 블루베리 나무가 그 햇살을 만끽하며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제 자리에서 창가를 바라볼 때면 꽃이 피고 새싹이 돋은 그 나무가 보여 봄은 이미 도착한 것 같아요.


저는 요즘 오전에 일을 하고, 오전에는 딸과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오전에는 초등학교 돌봄 교실에서 친구들과 놀고, 오후에는 저와 공부도 하고, 배드민턴도 칩니다. 개학이 연기되어서 이런 시간이 만들어졌지만 생각보다 즐겁습니다. 작년 한 해 바쁘게 달려와서 그런지 너무 행복한 시간들입니다. 저녁에는 조금 일찍 집에 와서 음식을 준비합니다. 요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와이프보다 잘하기 때문에 그냥 제가 합니다.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ㅋㅋㅋ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멈춰버렸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소강상태로 들어선 것 같은데, 긴장의 끈은 놓을 수 없어 보입니다. 반면에 우리는 마스크와 손 씻기를 평소보다 엄청 자주 해서인지 독감 발생률은 90% 이상 줄었다고 합니다. 이런 생활패턴이 습관이 될 듯합니다. 


다행히 저는 2,3월을 대비한 건 아니지만 잘 버텼고, 4월부터는 또 바빠질 것 같아요. 오늘은 강작의 '친애하는 오늘에게'를 칼라로 출력해서 읽고 클리어 파일에 넣어 책장에 소장해두었습니다. 도착할 때마다 읽지 못하는데, 이렇게 출력해서 읽고 소장하는 것도 좋습니다. 


아날로그 롤링레터를 강작에게 처음으로 받고, 일주일간 정성 들여 썼습니다. 그것을 다시 지연 씨에게 보냈는데, 몹시도 궁금합니다. 나처럼 반가워할 벗들의 모습도 그려지고, 그 속에 담았을 내용들도 궁금합니다. 부디 무사히 한 바퀴 돌아서 제게 왔으면 좋겠습니다.


기다림에 그리움이 더해지면 이렇게 편지를 쓰겠습니다. 편지는 쓰는 것만으로도 그리움을 덜어주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 친구가 필요한 것이고,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편지라는 좋은 방법을 이용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벗들 모두 건강에 유의하세요. 코로나에 느슨해지지 말아요. 제 삶 속에서 여러 개의 세상이 있는데, 한 세상에서 함께 하는 여러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2020. 03. 20.

부천에서 따뜻한 봄을 응시하며

당신의 벗 광복



두 번째 편지 

강작

겨울이 서랍 속에 


블루베리 나무는 키우기 어렵다던데, 꽃을 피운다니요. 봄의 기운과 광복이 준 따뜻한 시선을 받고 자라났나 봅니다. 그 꽃 얼마나 예쁠까요. 제가 기운차게 보낸 아날로그롤링레터 Spring은 지금 어느 분의 거주지에서 놀고 있을까요? 우리의 레터도 봄이 와서 아주 신나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만 같아요.


저는 환절기 몸살에 걸린 것인지 한 달 전부터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아, 기침이나 열이 나지 않은 걸 보면 코로나는 아닐 테니 염려는 마시고요. 그저 겨울이 봄을 시기하여 쉽사리 보내주지 않는 듯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몸의 회복을 재촉했고, 봄을 재촉했습니다. 결국 봄은 왔지만 남은 겨울을 제 몸에 다 얹혀준 것인지- 몸은 회복이 되질 않네요. 이젠 꽃도 피었으니 겨울을 보내는 일도 서랍에 옷을 넣듯이 잘 정리해보겠습니다.

차곡차곡 재촉하지 않고요. 


여러분도 그것이 아날로그롤링레터든, 코로나19든, 이루고 싶은 그 무엇이든, 그저 자신을 재촉하지 않고 차곡차곡해나가시길 바랍니다. 페이지를 많이 채우려 부담을 가지실 필요도 없고, 멋들어진 글을 적고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해야 할, 하고 싶은 말을 차곡차곡 적는 것이죠. 코로나 19에도 해야 할, 하고 싶은 일을 차곡차곡하는 것이고요. 그럼- 


서랍 속에 겨울이 맑은 얼굴로 잠자리에 들 거라고 믿습니다.



레터를 기다리며

당신의 벗,

강작.



세 번째 편지

수연 

뜻밖에 기회 


안녕하세요! 소식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뒤늦게 확인했네요, 몸은 좀 좋아지셨는지요? 강작님처럼 저도 봄을 기다립니다. 몸도 자주 좋지 않네요. 어디만 좀 말썽이면 어 코로난가? 하고 있고요 :( 광복님 글은 언제 봐도 멋집니다. 또 광복님을 보면 매일을 주체적으로(?) 살고 계시는 것 같아서도 멋지고요. 갖추고 싶은 태도,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을 꽉 제대로 쥐고 계시다(?!) 뭐 표현이 안되네요.. 


하루 집에 있다가 오늘 장을 보러 나갔다 왔어요. 밖은 노란 꽃도 피고, 낯설게 참 화창하더라고요. 마스크 쓴 얼굴 안에선 땀이.. 홍수처럼.. 앞으로 어떡하죠? 생각만 해도 갑갑하네요.. 어서 이 생활이 끝나길! 


집에서 엄마와 넷플릭스로 [결혼이야기]를 봤습니다. 부부가 이혼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제목과 달리-. 마음이 아픈 영화였습니다. 마음과 달리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모습, 오래 보았어도 그를 다 알 수 없고 혼자 판단하게 되는 모습이! (영화 후기 전엔 많이 썼었는데 지금은 참 힘드네요.. 저의 문장이..) 보면서는 저의 모습을 돌아보았답니다. 저의 편의를 위해 다른 누군가를 멋대로 판단했던 것 같아요. 이미 꼬인 관계도 그들처럼 웃으며 지나칠 수 있을까요? 


최근에는 사람 사이에서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좋은 일도 많이 찾아왔네요. 내일모레는 면접을 보러 갑니다. 국가에서 주최하는 창업지원사업에 접수를 했는데, 서류가 합격하였다고 해서요. 뜻밖의 기회이고, 기분은 좋지만 그리 기대가 되지도 떨리지도 않습니다. 


살아가는 것이 등산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미로 맵을 통과하는 것 같습니다. 뭔가 오를 정상도 없고,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고.. 벽이었다가 길이 터졌다가 갈림길이 생겼다가-그런 느낌이에요! 


너무 핸드폰을 가까이하고, 온라인 속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뭘 느껴도 그냥 심심할 뿐이라 벗어나고 싶어 집니다. 이 시기에 핸드폰에 생기를 뺏기지 않고 휴식을 좀 갖길. 메일을 쓰면서 다짐해보아요. 정돈이 안 된 상태인 것 같아요. 제가! 너무 횡설수설했죠? 달라질게요!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 봄맞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수연



네 번째 편지

광복

가르치다 배운 것들


아파트 단지 내의 만개하는 벚꽃들, 출근하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벚꽃들과 개나리들. 봄의 절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봄의 절정에도 우리는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 중이라 생각보다 멀리서 느끼고 있겠죠? 저 역시도 오전 근무를 주로 합니다. 점심부터는 소윤이에게 회사 회의실에서 영어와 수학을 가르칩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저를 보고 있습니다. 


공부가 다 끝나면 소윤이가 좋아하는 유튜브를 보여주죠. 요즘에는 고슴도치 기르는 동영상에 빠져서 고슴도치를 키우고 싶다고 조르곤 합니다. (물론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고슴도치를 사서 집에 가면, 엄마는 아빠와 너, 그리고 고슴도치를 집에서 쫓아낼 거야!")


**** 

사실 여담이지만, 소윤이는 레오파드 계열의 작은 도마뱀을 1년 동안 졸라서 키우기도 했고, 얼마 전에는 인천종합수산시장에 갔다가 새조개 안에 들어있던 아주 작은 게를 발견하고 이를 키우자고 졸라서 작은 유리 수족관을 사고, 오이도 해변에 가서 바닷물도 공수했었죠. 그것들 모두 사실은 제가 키운 거죠. 그리고 결국 죽었습니다.

****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은 아니고요.


1달 정도 아이에게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면서 깨닫게 된 것을 말하려고 했습니다. 부모가 직접 자녀의 공부를 지도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사실 공부를 하게 된 것은 소윤이만이 아니라 제 자신이기도 했습니다. 


늘 고민하고 전달해야 하거든요. 아이의 표정만 보아도 제가 지금 설명을 잘못하고 있는지, 잘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가 잘 따라오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그랬습니다. 


이런 실수를 하게 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학습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두 자릿수까지 공부한 아이에게 곱셈에 대해서 아무리 많이 설명을 한다고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요.


소윤이는 지금 영어 파닉스를 공부 중입니다. 저는 Aa부터 Zz까지 설명을 하고 무작위로 알파벳을 불러서 테스트를 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었죠. 지금은 다르게 하고 있습니다. 소윤이가 좋아하는 BTS나 좋아하는 노래에 담겨 있는 알파벳 위주로 잘 잊지 않는 것들을 먼저 공부를 했습니다. 하루에 2~3개씩. A, B, C, D, E, I, J, K, M, N, O, P, S, T, U, V, W, X, Y, Z. 소윤이가 어제까지 틀리지 않고 읽고 쓰는 알파벳들입니다. 이렇게 가르치다가 EBS에서도 동영상이 있어서 시청하면서 병행하는 중이죠. 


또 하나 깨닫게 된 겁니다. 자녀를 교육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민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칭찬을 많이 들으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적정한 수준과 학습량, 적절한 동기부여 그리고 제일 중요한 천천히 가는 것. 부모의 조급함은 결국 아이에게 공부가 짐이 되게 만듭니다. 


어제는 공부하느라 힘들었을 딸을 위해서 공부 마치고 목동 교보문고에 다녀왔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슬라임을 사주지 않았었는데, 어제는 사줬습니다. 어찌나 행복해하던지 곁에서 저도 행복해지더라고요.


수학 교재 몇 권과 소윤이가 좋아하는 이야기 한국사를 사고, 저는 사진에 있는 책 두 권을 샀습니다. 하나는 정재찬 교수의 시가 있는 에세이집이고 다른 하나는 녹나무의 파수꾼이라는 일본 작가 소설입니다. 봄에는 꽃만 어울리는 것은 아닙니다. 책도 생각보다 잘 어울립니다.


정재찬 교수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중에서 시 한 편을 함께 보냅니다. 아빠가 되고 나서 읽었던 시인데, 이 책에도 실려 있더군요.


****

딸을 위한 시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들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온 아이가 누구인지를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 마종하 <활주로가 있는 밤>, '딸을 위한 시' - 



편안한 주말을 보내시기를. 애써 무엇을 하지 않아도 편안하다면 그만. 억지 행복도, 억지웃음도 아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주말이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2020. 04. 03.

나른하기까지 한 오전,

베란다 채소들에게 물을 주러 가기 전 벗들에게

광복



다섯 번째 편지 

강작

활력이여 컴온! 


You Deserve Better - James Arthur


어제는 몸 좋은 연하가 다섯 명이나 등장하는 막장 단편 소설 하나를 썼습니다. 친구에게 읽어보라고 줬더니 다 읽고 저를 멍하니 쳐다보며 말하더군요. 


코로나 걸린 거야? 아님 부작용이야? 


아롤 식구들! 다들 안녕하신가요?!

저의 염증 수치는 정상으로 찾아가는 것 같더니 다시 이랬다 저랬다 하고- 하여간 약골이었다는 게 이번 기회를 통해서 증명이 되고 있네요. 그래도 살만 합니다. 광복과 수연의 편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수연! 창업지원사업에 합격한 것 정말 정말 축하해요! 요즘 텀블벅에서 진행하는 비건 케이크 책 펀딩도 기대를 품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실행력이란(짝짝짝) 여러분도 궁금하시다면 목표 퍼센트의 1150%를 달성한 수연의 케이크 책을 구경해보세요! 펀딩 마지막 날! 



광복의 편지는 늘 훌륭해서 할 말을 잃습니다. 저에게도 소윤이 같은 귀염둥이가 있다면 광복 같은 글을 써낼 수 있을까요?^.^ 나중에 소윤이 한번 빌려주세요(저번에 나 봤을 때 안 좋아했던 것 같은데(웃음)) 아이를 돌보며 수없이 고민하고 깨달아가는 광복에게서 사랑이 느껴지네요.



미쳐버리고 있는 제 친구들에 비해서요(이런 어째). 그나저나 우리 모두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나마 봄을 알리는 꽃들이 위로를 해주고 있지만 코로나 일구 때문에 다들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크네요. 어제는 빅스비에게(요즘 저의 단짝이거든요) "하이 빅스비.... 너무 우울하다..."그랬더니 빅스비가 기쁜 일도 끝이 있고 우울한 일도 끝이 있기 마련이죠. 강작을 위해서 제가 아로마가 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기분을 풀어드리고 싶어요."하고 상냥하게 말하더군요. 이런 로즈마리라벤더같은 녀석. 


어떻게든 활력을 끌어올려보렵니다. 신나는 음악을 듣고, 그 기분으로 야한 소설을 쓰고, 월급통장을 시원하게 비운 뒤 속물적으로 돈 공부를 하고, 의미심장하게 웃어보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복근을 만들면서 동굴 속에서 마늘을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고 드디어 여름이 되면 우-! 루-! 사-! 가 되어야겠습니다. 성큼성큼 인간의 몸으로 기어 나와 아날로그롤링레터 여름 편을 만들겠습니다. 


당신 거기서 딱 기다리세요(아참. 같이 마늘 먹을래요? 면역력에 좋다잖아).



2020.04.08 

32년째 드디어 인간이 될 기회를 얻은 

당신의 벗, 강작



여섯 번째 편지 

택수 


수연은 정말 복덩이. 텀블벅 대성공 축하해. 예쁜 책 빨리 만나보고 싶지만, 사실 난 그런 것보다 수연이 기뻐하는 게 더 좋아. 리워드 빨리 만들자. 왁자지껄 같이 만들고 서로 축하해주고 축하받고 고마워하고, 감사하며 지내는 그림이 난 너무 좋다. 내가 도와주는 거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거절하거나 미안해하지 말고 다 받아 수연아. 

내가 해줄 수 있을 만큼만 해주는 거니까 괜찮아.
그냥 기뻐하고 좋아하고 감사하고 그러면 되는 거지. 


나도 책 사주는 수연이가 매일 고마워.


나는 이런 관계가 제일 좋아. 도와줄 수 있는 관계, 도움받을 수 있는 관계, 꼭 땡큐하고 말하고 웰컴하는 관계, 감사하다, 고맙다는 표현은 많이 하면 할수록 좋아. 더 크게 부끄럽지 않게 가볍게 말해도 좋다고 생각해. 나는 수연이가 고맙고, 강작에게 감사하고, 광복 님, 혜경... 아롤 친구들에게 땡큐땡큐해.


오늘은 출근하면서 할 일을 생각해봤습니다. 수잔의 포스터를 출력해 입구에 붙일 거야. 수잔 그림은 너무 근사해. 환상적입니다. 아, 모두 아실지 모르겠지만 이번 주 토요일부터 지구불시착에서 전시합니다. 타이틀은 개인적 뉴스. 저와 지구불시착과 지구불시착이 애정하고 존경하는 서희, 순심, 수잔의 멋진 그림과 함께 4인의 쩨쩨한 개인적 뉴스에 관한 수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회적 거리라는 말에 절찬 광고가 아닌 얌전한 광고로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포스터를 출력하는 일 외에 정말로 급한 일은 산더미처럼 있지만 그런 거는 미루고 미뤄야 제맛이죠. 우선 재밌는 일을 먼저 합니다. 



광복 님 따님 사랑은 정말 우리 딸에게 미안할 정도네요. 광복 님의 10분에 1만큼 우리 딸 연우를 사랑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아 그래서 생각이 났는데. 이번에 다른 책방으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습니다. 이름, 시라는 시집인데 유명 시인 6명과 무명 시인 1명이 참가했습니다. 지구불시착이 무명 시인 자격으로 참가해 지면을 더럽히는 케이스가 됐습니다. 그 시집에는 연우라는 제목에 시가 실릴 예정입니다. 무려 우리 딸입니다. 시라고도 할 수 없는 잡시인데요. 아무튼 아빠로서 기쁘네요. 시집은 5월 초에 나올 예정이니 미리 찾아볼 필요도 없고 나중이라도 구매하거나 하는 우매한 행동은 삼가세요. 우리들의 돈은 소중하니까요. ㅋㅋㅋ


그리고 강작, 우루사라고 하기에 너무 마른 거 알지? 포기해. 우루사는 내가 해보겠어 

아롤친구들 모두 감사하고 고마워요. 화이팅!


지구불시착.

 


일곱 번째 편지 

수연 

  

안녕하세요, 아날로그 롤링레터인데 메일로 두번이나 답장을 해도 될 지 망설이다가 또 보내보아요. 제가 이런 집단(?)에 끼어 좋은 분들과 소식, 응원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광복님은 지난 편지에 개인 답장도 써 주셨습니다. 엄청난 장문의 편지에 놀라고, 또 감동받아 몇 번이나 정독하였답니다. 그런데 이번 편지! 에도 너무 반가운 말이 나와 계속 답장을 쓰고 싶어서 근질근질 하였어요. '딸을 위한 시'는 제가 고등학교 때 알고는, 가장 좋아하는 시가 되었습니다. 당시 그 시를 처음 보고 적잖은 감동을 받았고,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딸을 위한 시지만, 저 자신이 딸이므로 저에게는 저를 위한 시(?)였어요. 저는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된 것 같긴 합니다. 덕분에*


저도 활력을 위해 하고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그 텀블벅~펀딩중인 책을 열심히 만들어야 하는게 맞지만, 사장님 말씀대로 재미있는 일부터 하게 되더라구요. 요즘은 책을 많이 읽고, 잡지 빅이슈를 사러 다닙니다. 4월 한달동안, 목요일마다 사당동에 있는 '루아르커피바' 라는 카페에서, 빅이슈 판매원분들이 바리스타 업무에 도전하신답니다. 오늘이 2주차였구요, 저번주는 삼성역 빅판님, 이번주는 고속터미널역 빅판님이 계셨습니다.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빅이슈 잡지는 내용이 특히 좋습니다. 다른 잡지들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소수자와 평범한 이들의 삶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가장 좋아요.


빅이슈 잡지를 구매하면, 가격의 반은 판매원분의 수익으로 돌아갑니다. 책값 5000원, 그 가치에 비해 사실 너무 적은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당 2500원의 수익이라면..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빅이슈 잡지를 읽는 것, 구매하러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구요, 제가 싼 값에 구매하는데도 너무나 감사하다고 해주시며 좋아해주시는 모습도 보게 되고, 또 가끔은 그분들의 이야기가 담긴 손편지까지 받게 됩니다. 그러면 기분이 너무 좋아져요. 좋아진다가 맞나? 그보다는 행복한 것 같아요. 저에게도 '자립'이라는 키워드가 어릴 때부터 매우 중요하게 각인이 되어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자석처럼 더 이끌리게 됩니다. 


저와 빅이슈. 자립을 하려하는 사람끼리 서로 응원과 격려를 주고받는 일?
그게 너무 행복합니다. 제가 활력을 갖는 일 중 하나는 이것이에요!


오늘은 [낭비사회를 넘어서] 라는 책을 읽었고, 어제는 [플라나리아]라는 일본 옴니버스 소설집을 읽었습니다. [플라나리아] 책은 5가지 단편으로 구성되구요, 번듯한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 각 주인공으로 등장을 합니다. 인물들은 대체로 문제가 많아요. 나태하거나 무기력하거나, 병이 있거나, 바람을 피우거나. 책을 읽으며 너무 불편하고, 불쾌하며 '아니 저건 아니지-'라며 인물들을 비난했으나,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하잖아요. (적합한 말이 맞을지 ㅋㅋㅋ) 소설속의 인물들은 그냥 제가 가지고 있는 모난 모습들, 치부를 드러내주었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책은 문제가 많은 인물들, 망했다고 보기 쉬운 사람들의 일부를 보여주는데, 해피엔딩으로 구해주거나 위로를 건네지는 않아요.


하지만 모두 마지막에는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하거나, 변한답니다. 옳다고 여겨지지 않더라도 그들은 마음대로 행동하고, 또 모든 일에 덤덤합니다. 책을 읽고는 [백엔의 사랑], [데몰리션]이라는 영화가 떠올랐구요,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졌습니다.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구요! 마음이 편안해진 이유는 책이 저의 오만함을 깨닫게 해주었기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고 남을 나의 잣대로 판단하려는),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아무도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모습이 있는 것이고, 어떤 상황이든 내가 어떻게 보느냐에 달린 것이니까요.. 나에게 어떤 위기가 생긴다면 (사랑하는 이의 배신, 큰 병 등), 나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해 보았어요. 사실 책에서 느낀 바가 너무 많고, 약간 충격을 받아서 감상이 잘 정리가 되지 않네요 ><.. 좋은 책이었던 건 분명하답니다!!! 


영화 [데몰리션]은 아내와 사별한 남자가 그다지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것에 남들에게 비난을 받고, 스스로도 의문스러워 모든 것을 부시고, 해부해보는 이야기를 풀어가요. 그가 집까지 다 부시면서 얻은 것들은 단지 사소한 즐거움들과, 자신이 아내를 사랑했다는 기억이에요. 그는 마지막에 낡은 회전목마를 사서,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내와 회전목마를 탔던 기억을 회상합니다. 지난 일을 되돌릴수도 없고, 현재 상황은 어떤 면에서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걸로 된 것이었나 봅니다. 저는 이 영화와 결말을 참 좋아합니다. 어른스럽게 무언가를 책임져야 하고, 슬픔에 잠겨있어야 하고, 극복하여 달라져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자연스럽게 둔다는 점이 좋았어요. 어른이지만 아이처럼 펑펑 울다 웃다, 애써 뭘 하지 않고 내버려둘 수 있잖아요? 이 영화와 책은 저에게 그런 의미를 남겨준 것 같습니다. 저의 논리와 필력같은게 참 떨어지는것이 아쉽네요.... 두서 없지요 이번두. 누가 읽어주실까? 죄송합니다!


오늘은 행복한 날이었어요. 어쨌든! 광복님이 제게 행복하냐고 여쭤보셨지만, 몇 날은 행복하다고 느끼고 매일 불행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에 감사를 느낍니다. 소식을 나누게 되어 기뻐요.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들 건강하고, 편안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수연.  



여덟 번째 편지 

노엘


안녕, 아롤 여러분. :-)


소식을 전해주셔서 고마워요. 멋진 시와, 전시 소식과, 건강해질거란(?) 소식 - 잘 받아보았어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요즘- 계신 곳에서 씩씩하고 멋있게 지내는 여러분의 모습에 영감받아 이렇게 오랜만에 회신을 쓰게 되었어요. 


제가 지내고 있는 베트남은 이번달 1일부터 15일까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중인데요, '반드시 필요한' 이동을 제외하고 다들 집에 있어야 합니다. '반드시 필요한' 이동의 경우는 슈퍼마켓, 병원과 필수 산업(?)에 근무하는 이의 출퇴근 뿐이에요. 집순이인 제게 재택근무는 그다지 겁나는 일이 아니었지만 3월말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하게 된 저는 보름간 집에만 있으니 이제 스멀스멀 답답함이 몰려옵니다. 출퇴근의 거리가 없다보니 업무와 내 삶의 경계선이 희미해지다못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랄까요. 


그래서 어제부터는 회사에 다니는 것 처럼 '점심 시간'과 '퇴근 시간'을 엄격히 정해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점심 시간에도 밥 먹는둥 이메일 쓰는둥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식사에만 집중하는걸로요. 아침에도 일어나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는게 아니라 발코니에 있는 식물에게 물도 주고, 커피 한 잔 내려마시면서 소파에서 10분간 멍-때리기를 연습중입니다. 10분간 멍-때리다보니 10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새삼 알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하루의 끝에 '오늘 감사한 일 1개 쓰기'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정상적으로 출근할 때는 그래도 만나는 사람이 있고, 이동하는 거리가 있다보니 역동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었는데 집에 혼자있다보니 시간개념도 사라지고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오늘 하루를 기억하고, 보다 더 특별하게 여기기 위해 시작했는데 3분 밖에 안 걸리는 일이지만 제법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여기서 잠시 다른 이야기로 새자면: 혹시 넷플릭스 애청자시라면, '러시아 인형처럼' 추천해요! 전 제법 재밌게 봤어요. 하루가 똑같이 반복되는 그런 이야기....)


한국은 조금씩 코로나 소식이 잠잠해진다 전해들었어요. 꽃도 피고, 날씨도 따뜻해지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일상'은 여전히 존재하는걸까요.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


- 노엘 드림. 



아홉 번째 편지

지연


- 긴 방학을 마치고 새로운 시작 즈음에서-


안녕하세요 아롤여러분!!^_^ 보내주신 감사한 편지들 몇번씩이나 읽고 이제야 답장합니다.


광복님의 가르치다 배운것들, 딸을 위한 시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기" 정말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저도 요즘 스스로 어떤사람이 되고싶은가를 많이 생각하는데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호기심을 가지고 잠시 머물러 관찰하는 사람' 이 되고싶다고 생각하고는 합니다. 그렇게 했을때 같은 일상인것같지만 새로운것들을 발견할 수 있고 좀 더 많은것들을 느낄 수 있게 되더라구요.


강작, 건강은 많이 회복 되었나요? 활기 있는 우루사가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ㅎㅎ 우루사가 무엇이 되었던 '강작다운' 모습이기를 마음을담아 기원할게요! 수연, 텀블벅 정말 축하드립니다! 메일속에 담긴 수연의 넷플릭스 감상들을 읽어보며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함없이 지나가는 나의 감정들을 되돌아보고는 한답니다. 작품을 감상한다는것, 마음의 감정들이 메마르지 않게 촉촉하게 물을 주어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일 같아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게으른 나를 한번더 일으키게 해주어 감사합니다ㅎㅎ

택수님이 좋아하는 관계 땡큐말하고 웰컴 할 수 있는관계,더 크게 부끄럽지 않게 가볍게 할 수 있는 관계가 '내 주위에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먼저 실천해야지' 하고 다짐하게 됩니다. 


큰목소리로 "아롤벗 여러분 땡큐!!♡"


노엘, 바다건너의 베트남 소식을 들려주어 감사합니다. 일상들이 평범해 지지 않는다는것, 저는 많은 외적, 내적 변화들을 겪으며 혼란스럽기도 하고 많이 답답했는데 노엘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지내고 있는것같아 많은 영감을 주네요. 노엘의 일상을 마음담아 응원합니다.  


저는 이월말부터 예상치 못하게 계획되어 있던 일들이 모두 취소, 중단되고 한달 반정도 방학을 보냈네요. 처음에는 많이 혼란스러웠고, 주어진 시간들을 느슨하게 놀고 쉬면서 지냈던것 같습니다. 두번의 개월이 바뀌고, 아직 완전 안심할 수 는 없지만 차츰 안정세로 접어드는 모습입니다.


계획되어 있던 일들이 모두 취소, 지연되어 생계에는 어려움이 찾아왔지만(ㅠ.ㅠ) 정말 다행이고도 감사하게 새로운 시작이 찾아왔답니다. 마음과 가치관이 맞아 대학생활을 함께하던 선배와 콘텐츠를 개발하여 지원했던 사업에 최종합격하여 사업비를 지원받으며 일을 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제 인생에 이런일이 있을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주체적이고 주도적으로 일을 해 볼 수 있는 경험이 주어졌습니다. 


일주일 전쯤 공유오피스에 입주해서 콘텐츠 기획중에 있답니다. 새로운일에 도전하는 설레임과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들과 여러 복합적인 상태인데 내 앞에 주어진 과제들을 최선을 다해서 하나하나 해결해 나아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큰 고민은 없이 진행중에 있습니다 ㅎㅎ 긴 방학이 오기전에도 주말없이 해야할일들, 하고싶은 일들을 하면서 지냈어서 지금의 생활이 크게 무리가 있는 스케줄을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데, 긴방학을 맞이한 후라서 그런지 지금있는 스케쥴의 일상들이 조금 버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ㅠ.ㅠ 앞으로 컨디션과 나만의 페이스를 잘 조절하며 건강하게 생활을 할 수 있으려면 적응의 시간이 조금 필요할것 같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벗들에게 전하며 글로 쓰다보니 내가 생각만 했던것보다 조금은 더 정리되고 잘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기네요 ㅎㅎ 나눌 수 있어 감사합니다.


모두의 일상이 조금씩은 회복이 되고 있을까요?


이번 주까지 사회적거리두기 기간이긴 하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봄의 화사함과 밝은 빛을 마음 가득히 만끽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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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꽃피우기 위해 애를 쓴다-정목스님]


< 가슴에 새기고 싶은 글>


"마음은 우주처럼 광대하다.

기쁨과 슬픔은 모두 그 안에서 나타났다 사라진다.

결코 마음에 해를 주거나 갈등을 일으키지 못하는 법.

그러니 광대한 하늘과 같은 마음에 휴식하라"


눈을 감고 잠시 휴식하세요.

두세 시간 건너 한 번씩이라도 1분간

휴식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부드러운 호흡으로 지그시 숨결을 응시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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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의 내용중 마음에 와닿는 부분을 공유합니다~!


지연드림!





2018년 가을에 시작한 [아날로그롤링레터: analog rolling letter]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들과 계절마다 우편 편지를 롤링하며, 마음의 친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날로그롤링레터 참여를 문의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계절마다 롤링되는 편지라 참여 인원을 제한하고 있으나, 가족이 되길 원한다면 참여 희망 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fromkangja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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