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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Jun 11. 2020

지혜로워질 수 있을까요?

2020年 6月 8日




첫 번째 편지 
광복

덥습니다. 여름인 줄 느낄 정도로 덥네요. 사무실도 에어컨을 켰습니다. 더운 만큼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1. 마흔


마흔, '불혹'이라고도 합니다. 20대 때는 마흔 살이라는 시기는 제게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30대 때는 마흔이 되면 지금보다 훨씬 멋있어 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마흔이 되면 어느 정도 인생을 알게 될 것 같았고, 사람들에게 더 품격있어 보일 것 같았으며, 무엇보다 더 지혜로워질 것 같았죠.


하지만 저는 아직도 지극히 가볍고, 많은 장난끼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때때로 다혈질이 되어 분노를 주체하지 못할 때도 많으며, 사람들에게 더 관대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는 이전보다 지혜로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거든요. 이런 인식이 지혜일 수 있다면 저는 이전보다 많이 지혜로워진 게 맞습니다. 저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이전보다 많이 달라진 점이죠.


그런 저의 한계를 인정하게 되면 삶은 항상 배움의 시간들이 됩니다. 사회학자 벤저민 바버의 말처럼, 세상을 강자와 약자,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고 세상을 '배우는 자'와 '배우지 않는 자'로 구분한다면 저에게 마흔은 제 자신을 '배우는 자'로 만들었습니다. 벤저민이 왜 그런 표현을 사용했는지 정말 공감이 가는 대목입니다. (택수샘과 저만 공감할지도 ㅋㅋㅋ)


소윤이와 심었던 방울토마토는 어느 덧 열매도 맺고, 꽃도 피기 시작했습니다.블루베리 나무는 이식 후 가지치기를 해줬어야 하는데 저의 수확 욕심에 결국 많은 가지를 쳐 내고서야 안정적으로 열매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사무실의 뱅갈고무나무는 저와 소윤이의 관심만큼 무럭무럭 자라 이제는 무성해졌습니다. 



2. 만남


만남은 배움에 있어서 매우 큰 기회입니다. 우리의 호와 불호를 떠나 우리는 누구에게나 배우게 됩니다. 반면교사라는 말처럼 우리가 혐오하는 대상에게서도 배우기도 합니다. 

  

과실수와 화초를 키우는 데 필요한 지식을 종묘 가게 사장님에게서 수년째 배우고 있고, 일부는 큰 화분 도매상 사장님에게도 배웁니다. 관심과 열정은 언제나 배우는 삶을 가져다 줍니다. 자연스레 배움의 열정은 시간의 부족으로 귀결되고, 결국 잠을 줄일 수밖에 없죠.


대면하지 않고도 배웁니다. 새로운 요리를 할 때면 언제나 여러 쉐프들의 레서피를 검토합니다. 그리고 때때로 실패를 통해서 노련해지기도 하죠. 


무엇보다 만남에서의 큰 배움은 '인연'에서 시작됩니다. 여러 벗들의 편지와 글에서 얻는 지혜와 간접적인 경험들은 많은 생각과 고민을 제게 선물합니다. 때때로 저의 가식과 위선을 버리게 해주기도 하는데, 이러한 배움 역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배움이고 보람입니다.



3. 공유


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들춰보거나, 이전에 썼었던 글들을 다시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졸작같아 부끄러운 글도 있고, 수준 있는 글 같아서 흐뭇할 때도 있습니다. 이번 메일에는 독후감을 한 편 보냅니다. 몇 년 전에 부탁을 받고 쓴 독후감인데, 글의 수준은 낮습니다. 다만 그 내용은 벗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이라 공유합니다. 다음 번 메일에는 또 어떤 서평을 공유할 지 찾아봐야 겠어요. 



덥고 답답한 지금이지만 벗들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은 제게 큰 기쁨이란 것을 매번 느낍니다.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든, 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든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서로에게 기쁨을 전할 기회와 시간이 허락될 테니까요.


그럼 조금의 스트레스가 찾아오면 다시 편지할께요.


2020. 06. 08.

당신의 벗

광복



두 번째 편지 
수연


서평 잘 읽었습니다! 직접 쓰신 건줄 모르고 메일 읽기 전에 읽었는데 좋으네요!! 요새 너무 바쁘다가, 오늘은 더위를 먹은건지 일하는 곳에서 일찍 돌아와 좀 전까지 낮잠을 잤습니다. 할 일이 쌓여있는데 건드리기 싫은 느낌 아시죠? 그런 참에 광복님의 메일은 열대야 속 얼음샤워 같네요!! 서평을 보고는 책을 꼭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저도 모두에게 잘하고싶은 병? 이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안그런다고 생각해도 자꾸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엄한 데 애쓰다보니 저와 저의 둘레 사람들에게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요새 너무 덥지요. 저는 요즘 가게로 출근을 합니다. 케이크를 만드는데 쉴새없이 움직이고 열 앞에 서있고 하니 너어무 덥더라구요.. 그런데 에어컨 틀면 북극곰이 죽는다고 어릴 때 배운 게 각인이 되어서 에어컨을 혼자는 틀지 않는데, 누구와 함께 있을 때 에어컨 없이는 힘든 더위가 참 싫으네요. 마스크도 답답하구요. ㅠㅠ 다들 무사히 이 여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스크 안 쓴 사람들의 얼굴이 보고싶네요. 


뱅갈 고무나무 이야기를 하시니 , 잘 자라고 있어서 부러워요! 가게 출근을 시작하고 화분 선물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제 곁에 식물을 잘 두어본적이 없어요. 저희 엄마는 참 좋아하시는데. 물도 주고 햇빛도 씌워주는데 벌레도 먹고, 자꾸 잎이 수그러들고.. 갈색빛이 돌고. 너무 속상하네요. 잘 해주고 싶었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구, 저처럼 이 아이들도 뒷전이 되고 있었나봅니다. 앞으로는 안 그러고 싶어요. 저도 잘 배우고 싶습니다! 배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니 예전 생활이 새록새록합니다. 워낙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클래스 신청을 엄청 많이 하고다녔거든요. 작년까지는.. 요즘은 그럴 시간이 없지만 생활 속에서 많이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간간히 읽는 책에서, 저에게 애정을 주는 사람들로부터. 


어제는 베어카페에서 열린 책보부상 이라는 북마켓에 나갔는데요, 그동안 구경하기만 했는데 셀러로 처음 나가보았습니다. 힘들고 부끄럽고 여러가지로 많이 피곤했는데, 제가 여기 끼어있다는게 좋더라구요. 밝고 선한 분들, 에너지 넘치는 멋진 분들과 함께 있으니 정말 좋다고 생각했고, 또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메일 받고 쓰는 지금도 같은 마음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수연. 잠들기 전!



세 번째 편지 
강작


친애하는 아롤 가족들에게 


역시 광복이 스타트를 끊어주었군요. 늘 고맙습니다. 가만히 서 있으면 이제 땀이 송글 맺힐 정도로- 날씨가 더워졌습니다. 그래도 아직 한여름은 아닌 것이 금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방울을 가져갑니다. 방금 샤워를 하고 맨몸으로 폴짝 나온 것같은 기분과 비슷해서, 저는 이 애매한 계절을 좋아합니다. 


광복의 편지와 독후감-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30대 여성에 대한 이야기들과, 배움에 대한 생각들. 7명의 여자들은 저와 제 친구들같더라고요. 이야기 속 상징에 따르자면.. 저도 하이힐이 필요한데 매일 그저 편한 샌들을 고수하니 원(ㅎㅎ). 

음, 저는 하이힐보다는 휘적휘적 느긋하게 걷기를 제 상징으로 삼고 있습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과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 속에서(아마도 두 책이 맞을 겁니다) 휘적휘적 느긋하게 걷는 여자가 얼마나 섹시한지- 아느냐고 하더군요(섹시하다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세상이라는 배경과 삶의 흐름 속에서 저만의 중심을 갖고 살아가려는 우스운(?) 행동이라고 칩시다.  


아, 배움이라. 저도 인연에서의 배움을 귀히 여기려고 노력합니다. 무엇보다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나이가 들 수록.. 고리타분한 고정관념이 아니라 '유연한' 자신만의 기준을 갖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소윤이와 연우를 스승으로 두고 있는 광복님과 택수님을 정말 칭찬해드리고 싶네요(웃음). 오래된 방이라도 깨끗한 것이 아니듯이, 많이 살았다고 정신이 맑은 것 아니니까요(아니 이건 두분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ㅋㅋㅋㅋㅋ 저 자신에게 하는 말입니다ㅋㅋㅋ).  


인연에서의 배움에서 정말 모범을 보이고 있는 친구가 수연이죠. 주특기가 평범한 인연을 귀중한 인연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라고 느껴져요. 마켓에서도 그런 주특기를 활용해서 좋은 인연들과 소통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부럽고, 저도 많이 배웁니다. 그나저나 저도 마켓에 가서 그 앙증맞은 케이크들을 먹어치워야 하는데.. 언제 가야할지. 


저는 요즘 저녁마다 산책을 합니다. 주로 이 시간에 '휘적휘적 느긋하게 걷기'를 하며 사색에 빠지곤 하지요. 그러다 보면 계절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느낍니다. 정정하시던 할아버지께서 치매에 걸리셨고 저희 부모님 또한 많이 늙으셨습니다. 그런 것도 그런거지만 실감하는 건, 역시 제 체력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점에서겠죠. 운동습관을 지독히도 못지킨 탓이기도 하겠지만- 얼굴에 생기는 주름들과 앞머리 부분에 새치 뭉터기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만 합니다. 어제는 운동을 하면서(어머니 동행) 운동장에서 초등학생들처럼 빠르게 코끼리 턴을 해보았는데(아래 괴상한 사진 첨부) 아주 토할 것같고 어지러워 혼났습니다. 눈까지 뽑힐 뻔 했다니까요?! 


저의 할머니, 저의 어머니, 그리고 저. 이렇게 차례대로 우린 순서를 밟아가겠죠. 그게 무섭다가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입니다. 오늘은, 하루를 소중하게 보내고, 저녁에 잘 때 오늘도 행복했네-하고 말하고 자보렵니다.  

지금 이 편지를 읽기 전에, 그리고 읽은 후에 당신이 무슨 일을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 연결되어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이 편지를 쓰고 난후, 친오 편지를 쓸 건데요. 그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니까, 행복합니다. :-)   


그럼 괴상한 사진 투척. 


30대 이상 절대 따라하지마시오. 죽을 수도 있음.


당신의 벗,

강작.



네 번째 편지 
혜경


모두 잘 지내고 계시죠?? 잘 지내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어디서든 어떤 모양으로든. 


오늘 서울은 보슬비가 내리네요. 광복 님의 메일을 받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하고요. 배우는 자일까, 배우려고 하지 않는 자일까? 아직도 저를 잘 모르겠네요..;; ㅎㅎ 넘나 큰 미지의 영역이에요. 예전엔 남들도 나도 잘 돌보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엔 힘들고 어려워도 자꾸만 저 자신과 대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종종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조금씩이라도 한 발을 내디뎌 보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이것도 용기라면 용기일까요? 

 

누군가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만큼 미웠던 때가 있었어요.  그 미움이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 나중엔 상대가 아닌 나를 향하게 되더라고요. 가장 만만한 게 나니까.. 여전히 만남은 어렵고, 혼자가 편한 게 사실이지만... 그걸 깨고 싶어 하는 저와 그러고 싶어 하지 않는 나와 매일 충돌합니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 곁에 오래오래 남고 싶어요. 


항상 고맙습니다. 옆에 계셔 주셔서.. 그럼, 포근한 밤 되세요. 미리 굿나잇- 


아차, 전 프라하 대신 속초와 거제도에 다녀왔습니다. 

거제도 !!  제주도만큼 좋은 곳이더군요 :)


혜경으로부터


다섯 번째 편지 
택수


광복님 마흔은 북혹버스터로 생각합시다 배우는 자에 대해 저를 콕집어 공감을 할 거라 생각하셨는데 뭔가 배웠다면 이렇게까지 멍청하진 않을 텐데요 ㅠㅠ 안 배웠나 봅니다 ㅋㅋ 그리고 다음 서평은 모데라토 칸타빌레로 신청합니다 ㅋㅋㅋ


수연아 난 수연아라고 부르는게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오늘도 수연아~ 많이 불러서 좋았다 ㅋㅋ


혜경 난 매일매일 도망가고 싶기도 하면서 지구불시착만큼 좋은 곳이 없다는 생각에서 매일 격렬하게 충돌한다네


오늘은 중요한 할 일이 있어 모든 일을 미루고 놀았습니다. 결과는 혹독하겠네요. 모두 안녕!


지구불시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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