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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May 10. 2021

내가 알던 세상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

어느 날 그녀는 회사를 뛰쳐나와 30년이 넘도록 자신이 알고 지냈던 세상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파란 하늘에 떠다니는 뭉게구름 같았던 날들. 잠깐 비가 오고 천둥이 쳐도 엄마 아빠 품 안에서 눈을 질끈 감으면 다시 해가 떴던 날들. 그렇게 '내겐 저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하고 생각해왔던 다소 따분했던 평화가, 사실은 단지 서막이었다는 사실을 그날에서야 깨닫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상이란 존재는(작자는) 나와, 나의 가족 그리고 당신이 아는 것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모니터를 보고 멍하니 키보드를 치고 있는 사이 사랑하는 가족 중 한 사람이 척추뼈가 부러지고 신경이 손상되어 하반신이 마비되는 일을- 세상은 벌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일을 겪은 것은 불과 두 달 전이었다. 2월 22일 오후 1시. 언니로부터 회사 동료들과 제주도로 놀러를 간 어머니가 허리를 조금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황급히 엄마와 함께 있는 회사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고- 부상을 당한 것이 허리가 아닌 척추이며, 그냥 부상이 아닌 완전한 골절이며, 지금 응급수술을 들어갔다는 얘기였다.


기억을 떠올려 글로 쓰는 것은 내게 힘든 일이지만 글로 남기는 이유는 내가 그간 세상과 대화를 했던 방식이 오직 글뿐이었으며, 이렇게 글을 써가며 세상이란 존재의 실체를 조금이나 파악하고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의 소원이 있다면, 엄마가 좁은 병실 침대에서 이곳저곳 몸이 불편하겠지만- 아무 걱정 말고 푹 깊이 주무시는 것이다. 천둥소리에 무서워하며 엄마 품에 파고들었을 때- 괜찮다며 토닥이던 손길을 부족한 나는- 전해드릴 수 없겠지만.. 한 자 한 자 쓰는 이 기록들이 부디 희망까지 파고드는 기도로 닿길 바라며.



 

글. 강작(@fromkang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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