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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Jun 02. 2021

내게 삶이 다시 주어진다면

의욕도 없고 슬프기만   나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방금 1초가 넘어가기  내가 죽었고 지금부터는, 다시 한번 기회를 얻은 을 사는 거라고.


이렇게 생각하자마자 마음이 평온해진다. 마치 방금 전까지 내가 가지고 있었던 모든 걱정들의 무게가(이를테면 '왜 뒷머리가 찌릿찌릿하지, 나는 오늘 과연 글다운 글을 쓸 수 있을까,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엄마는 괜찮으실까, 왜 애인은 연락 따위 하지 않는 걸까'같은 것들) 한결 가벼워진다. 그리곤 다시 얻어낸 귀중한 삶의 순간들을 이번엔 무슨 일이 있다 해도 기필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뒷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명분으로 오늘은 잠시 돈을 벌려는 속세에서는 벗어나, 한가롭게 어제 선물로 받은 윌라 오디오북을 들으며 누워있는 것이 마땅히 옳다는 결론이 내려지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 또한 방금 1 죽었고, 지금부터 다시 한번 주어진 삶을 살게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내가 감히 예상컨대 꽤 많은 직장인들이 일을 그만두고 자신이 원래 하고 싶었던 사업이나 직업을 택하여 시작할 것이다.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도 말이다. 혹은 사업의 실패로 빚더미에 앉아 좌절했던 사람이 '그럼 알바라도 해서 채우며 살아가지 뭐!'하고 안도의 숨을 낼 수도 있고, 남자 친구로부터 이별통보를 받은 결혼 적령기의 여자가 그동안 모아둔 적금을 털어 자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변신시킬 수도 있다. 이렇듯 죽음의 존재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삶의 귀중한 가치를 깨닫고 뜻밖의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용기를 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타이밍은 언제일까? 연금복권이 당첨된 후일까? 아이 셋 정도는 낳고 대학까지 키운 후 일까? 나의 집 값이 몇 십억을 넘는 때 일까? 보통 그렇게 되기까지를 기다린다. Dream Diary에 적어놓은 멋진 나의 바람들은 내가 이 정도의 돈을 모으면 할 거라고, 가정을 이루고 안정되면 해볼 거라고- 마치 보물함에서 썩어가는 다이아몬드 예물처럼 취급한다. 반짝이길 기다리지만 결국 장롱 깊숙한 곳에서 이사 때나 발견하는 애물단지 같은.


용기를   있는 가장 적절한 타이밍은, 당신이 가진 것이 별로 없을 때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티비프로그램에 나온 사람들처럼 당신의 삶에 내레이션 목소리가 진지해질 때부터 시작된다. 세상이 놀랄 만큼 기이하고 신기한 일들을 이뤄내는 사람들은 대게 과거에 굉장히 아팠고, 굉장히 힘든 시절을 보냈다. 그들은 장담컨대 죽음에 가까운 것들이었을 것이다. 위대하다고 평가받는 인물들의 성공담을 읽어보면 신기하게도 비슷하다. 때론 출판사가 위인전을 재미있게 만드려고 일부러 이런 극적 요소를 넣은 것이 아닌가 하여 여러 서치를 해보기도 하는데도 진실이다.

나는 이들의 삶이 위대하다 평가받게 되었다고 해서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여유 있는 사람들에 비해 죽음에 가까운 어려운 경험을 했고, 그것이 삶의 가치를 깨닫게 했으며, 진짜의 용기를 내개 했고, 이로써 성공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았다는  의의가 있다.


진정한 삶은 미룰  있거나 멈출  있는 것이 아니다. 강에 흐르는 , 바람에 번지는 향기, 나뭇결 사이로 춤추는 빗방울들같아서 흘러야 한다. 미뤄놓은 바람은 삶이 아니라 빛바랜 장식품이다. 그리고  오래된 서랍장을 열어 바람을 꺼낼  있는 특권을 가진 람은 지금의 힘든 당신과 나라고 생각한다. 여유 있는 친구는 범접할  없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서문을 시작할 때까지 뒷머리가 지끈거렸는데, 지금은 많이 나은  같다. 역시 글을 쓰는 것이 만병통치약인 걸까?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학생같이, 오늘은 용기를 만들어갈 내일을 생각하며 편안하게 보내야겠다. 가진 것이 없어 두렵지 않느냐고? 그렇지 않다.  벌려,   보려 애쓰고 울고 짜고 했던 나날들보다 나는   해낼 것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이뤄낼 것이다. 우선 호기롭게 이야기해본다.




글. 강작(@fromkangjak)


추신. 브런치와 윌라에서 준 오디오북 무료 쿠폰을 병원에 계신 엄마에게 드리려고 한다. 성우가 되고 싶어 하셨던 엄마의 꿈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아 고맙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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