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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Jun 03. 2021

천천히, 그럼 잘 될거야

나의 두 어른에게,


내가 잠적한 몇 달 동안 당신들이 내게 준 편지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제야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한 어른은 매사 시니컬하지만 따뜻하고 한 어른은 매사 따뜻하지만 시니컬한 분이시죠. 아마 두 분이 만난다면 매우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여튼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두 분을 친구라고 부르며 편지를 주고받으니 때론 재밌고 때론 감동적이기도 합니다.


제가 어머니의 간병에 모든 힘을 쏟을 때 당신은 제게 그러셨죠. 엄마에게도 엄마가 사는 별이 있다고. 그걸 인정해야 하는데 그래요, 쉽지만은 않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인정하셨나요.

또 다른 어른은 제게 그랬습니다. 지금보다 조금은 더 자고, 지금보다 조금은 더 먹고, 지금보다 조금은 더 쉬고, 지금보다 조금은 덜 미안해하기를 바란다고. 그래야만 하는데 그래요, 이것 또한 쉽지만은 않더군요.


오늘은 혹 어머니가 계속 복용하고 있는 약이 문제라도 있지 않을까 걱정되어 이리저리 공부를 하였습니다. 아무리 뼈가 약하다고 해도 칼슘제를 장기 복용하는 것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고, 식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요. 그밖에 비타민D, 비타민K2 등등 뼈 건강에 관한 모든 정보들을 노트에 적기 시작했습니다. 제 정신이 어땠냐면요? 전혀 차분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시험 종료 3분을 남겨두고 답안을 밀려 쓴 학생처럼 초조했죠. 지금 당장 엄마가 칼슘제 부작용으로 문제가 일어날 것 같다는 상상이 방안을 꽉 채웠습니다. 워워.


종이 치기 3 . 번쩍 손을 들고 "선생님! 답안지를  바꿔주세요!"하고 다급하게 외쳤습니다. 선생님은 제게 "답안지가 없으니, 옆반에 가서 하나 달라고 ."라고 했고 저는 황급히 뛰어가 가져왔습니다. 1 30초가 남아 있었습니다. 손가락이 떨려서 답안지를 도저히 채울  없었어요.  울음을 터트릴 것같은 제게 선생님이 가까이 다가와 말하셨습니다.


"지혜야. 아직 시간은 많다. 다 할 수 있어."


 말씀을 듣고 저는 30 만에 차분하게 안을 모두 제대로 적게 되었습니다.  1이나 남기고서요.


걱정과 불안, 초조함이  방을  채울 때면 선생님의 말씀을 생각합니다. 아직 시간은 많아. 엄마는 건강해질  있어.  괜찮아질  있어. 하고요.

제가 엄마를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을 말리진 마세요. 잘못된 방법을 선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대신-


엄마의 별이라는 동그란 답안지에 검은 펜이 번지지 않도록- 숨을 천천히 쉬어볼게요. 울지 않고. 당신제게 조언을 해주려던 말을 스스로  터득한 것이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언제나 고마운,

나의 두 어른에게.


추신. 내일은 병원에 간병을 하러 들어갑니다. 웃을 일이 없다는 엄마에게 제가 조금은 웃음이 되어드리고 싶네요. 아직도 뒷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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