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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Jun 07. 2021

행복할 용기

아이러니하게도 걱정과 불안은 나에게 있어 두려움의 무기였다. 지레 걱정하고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은- 실제로 위기가 닥쳤을 때 뒷목을 잡고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미리 걱정을 다 해버리면 당시엔 초연하게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미리 걱정하는 편이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것보다 덜 아픈 것 같았다. 이 이상한 논리는 받아들이기 편했다. 그저 감정에 짓눌려 고통스러워만 하면 될 뿐이었기 때문이다. 즉, 내가 용기를 내어 삶을 이끌어나갈 필요가 없었고- 삶의 뒤에서 졸병처럼 몸을 낮추고 질질 끌려가면 될 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갈수록- 삶은 나를 시험했다. 겁을 잔뜩 줘서 밤을 꼴딱 새우게 했으며 가끔은 다음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서 사람을 바보같이 느끼도록 만들었다. 대장처럼 모신 다고 해도 삶은 내게 특별히 슬픔이나 위기를 빗겨나갈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슬픔은 슬픔대로 맞이해야 했으며, 행복할 순간조차 빼앗겨버렸다. 아니 제대로 말하자. 나는 두려움에 떨며 행복할 순간을 스스로 반납해버렸다.


얼마  유튜버 새벽이 고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튜브 추천 영상에  그녀의 세바시 강의를 다시 듣고  감명을 받고 있었는데, 다음으로 이어진 영상이 그녀의 부고를 알려주었다. 너무나 놀라서 믿을  없었다. 그녀의 팬이 되었던 이유는  4 진단을 받고도 밝음을 잃지 않은 모습이 대단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방사선 치료로 머리를  후에도, 여러 가발을   있게 되어서 뷰티 유튜버로서 스펙트럼이 넓어진  같다며 웃던 사람. '피할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며 윙크를 날리던 사람. 나는 우리보다 앞서 하늘나라에 도착한 그녀가 비록 짧은 삶을 살았지만 스스로가 주인인 멋진 삶을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슬픔은 슬픔대로 맞이했으며 결코 행복할 순간을 반납하지 않았다. 그럴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용기'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할 용기.



당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울고 있는 당신에게, 행복할 용기를 가지라고 말하지 못하겠다. 삶이 주는 아픔이 얼마나 큰지 모두가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와 당신은 이제  또다시, 용기를 내야 한다. 당장은 웃지 못하더라도 '담담'이라는  글자를 일상의 태도로 삼아야 한다. 그러면서 땅이 다시 고르게 펴지고 햇빛이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끊임없이 행복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절대로 미리 반납하지 말아야 한다.


삶은 생각보다 짧고 

우리는  안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글. 강작(@fromkangjak)


추신. 그녀가 다시 만난 생에선 아주 오래오래 건강히 살았으면 좋겠다. 아마도 그렇게  것이다. 우주는 돌고 도니까. 용기를 내야겠다.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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