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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Jun 23. 2021

아파봤다고 강해진 건 아니야

  Jess Benko - A soulmate who wasn't meant to be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힘든 일을 겪어 본 사람을 '그만큼' 강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은 애석하게도 적용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인간도 동물인지라, 티비 프로그램 동물농장의 예를 들어보자. 방송에선 종종 인간에게 이러저러한 이유로 상처를 받고 죽음의 위기까지 갔었던 유기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힘든 일을 겪은 견들은 딱 보아도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은 어디까지나 인간이라는 동물을 관찰하고 나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수한 지능을 가진 견들은 땅을 굳히지 못하고 이상한 행동을 한다. 좋은 사람들이 데리고 와 맛있는 먹이를 주어 보지만 방의 모서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머리를 푹 숙이고 있다. 수의사는 결국 초점 없는 견에게 약을 쓴다.


  이런 말을 들었었다. 살아온 과정에서 많이 아파본 사람보다 사랑을 받으며 평탄하게 큰 사람이 성격이 더 밝고 긍정적이라고. 상처를 많이 받고 자란 꽃나무는 마음 안에 가시를 숨기고 있다고.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왜인지 화가 났지만- 지금은 꼭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들 안에 자라난 가시는 강하고 독한 무기라고 하기보다는 약물과 같아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약물에 취해 미쳐버린다. 모서리에 머리를 박고 꼼짝하지 않는 견같이.


  모두가 참고 사는 것뿐이다. 더 강해진 게 아니라 좀 더 참기로 결심한 것뿐이다. 모두가.



글. 강작(@fromkangjak)


추신. 슬픈 사람들은- 사랑이 많아서 그렇다. 그러니 괜찮다.


엄마는 척추에 나사라는 것을 8개를 박았다. 그날 나는 마음에 나사를 박았다. 미안하고 사랑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프고 지금도 아프지만- 엄마보단 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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