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북클럽 다섯 번째 서평

꿈꾸는 하와이 with 린다, 강작, 요시모토 바나나

by 강작

마음을 말랑하게 만들고 싶을 때가 있다.



에메랄드 파도 소리가 들리는 부드러운 해변 위에 마음이라는 녀석을 눕혀 놓고 머리부터 발가락까지 녹녹하게 풀어놓는 것이다. 현실이 어떻든- 당신과 나는 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낭만의 섬, 하와이에 있다. 바나나 씨의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우린 정말로 둥실둥실 구름에 떠 있는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유독 짧게 느껴졌던 올여름처럼 이 책은 매우 짧았다. 덕분인지, 이번 아날로그북클럽은 여유 있게 진행될 수 있었다. 함께 책을 나눠본 린다 씨는 '아날로그라이프'라는 글을 연재할 때, 내게 편지를 보내줬던 특별한 분이었고 그래서 우린 서로에 대해 이것저것- 조금은 알고 있었다. 하와이라는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를 조금은 알게 된 딱 그런 설렌 인연과,


나는 천상의 섬, 하와이로의 북클럽여행을 떠났다. 물론! 바나나 씨의 따뜻한 가이드와 함께 말이다.





부겐빌레아 p7-13


친구가 사랑에 빠지더니 하와이에 살기 시작했을 때였다. 오래가면 좋을 텐데 좀 어렵겠지.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나치게 격정적인 연애는 자주 만날 수 있게 되면 대개 애처롭게 끝나고 만다. 아마도 그녀가, 여정 중인 사람이었기에 시작되었을 연애. (중략)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그 사랑은 끝나고 말았다.(중략)

언제였나, 하와이에 놀러 갔다가 그 친구의 차를 타고 둘이서 코나에 간 적이 있었다. (중략) 바다를 향해 구불구불 내려가는 긴 언덕길 양옆에는 부겐빌레아가 알록달록 생명의 찬란함을 뽐내고 있었다.

"그 사람이랑 같이 날마다 이 길을 지나 바다로 갔어. 얼마나 멋졌나 몰라. 좀 힘든 일이 있었는데, 그러다 갑자기 그 사람이랑 같이 지내게 되어서 꿈만 같았지. 행복하고, 이 길이 너무 예뻐서 천국에 있는 느낌이었어." 그녀는 말했다.

이렇게 빛과 꽃이 넘실거리는 아름다운 길을 따라 연애하는 마음으로 바다를 향해 내려가다니, 그런 경험을 했다면 나는 아마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할지 모른다.


* 너무도 눈부신 문장과 장면이네요. 저는 아직 사랑을 만나지 못했지만, 언젠가 만난다면 이런 길을, 이런 마음으로 걸을 수 있기를 소망해 봐요. linda

* 저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사랑은 언젠가 끝이 있다'라는 말을 삼키기 어려울 정도로 입이 탁탁 마르게 사랑하는 사람. '사랑'이란걸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생' 그 자체인 것 같아요. 끝이 있겠지만- 오늘도 나도 모르게 웃게 하는 것. 그래서 끝을 생각하지 않고, 마음껏 오늘을 살면서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kang jak




첫 하와이 p14-20


창밖에는 바다가 있고,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돌고래 풀이 바로 옆에 있어 돌고래들의 속삭임도 들려왔고, 시원하고 행복한 바람도 늘 불었다. 훌라를 6년이나 배운 지금은 그 바람을 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 훌라는 수화 같은 것이다. 머리 위에다 빙글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다른 팔을 쭉 뻗은 것이 '바람' 즉 카마카니의 손동작이다. 곡에 따라, 또 거기에 등장하는 바람의 모습에 따라 표현 방식이 미묘하게 다른데, 그날의 밤바람은 정말 부드럽고 천국 같았다. 이 바람이야 말로 하와이구나, 하고 나는 온몸으로 느꼈다.

몸이 둥실 떠 있는 듯한, 딱 맞는 온도의 물에 언제까지나 포근히 잠겨 있는 느낌.

아무리 상상해 봐야 실제로 가 보지 않고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눈을 감고 있어도 언제나 바람이 나를 감싸고 있는 느낌. 그렇게 멋진 풍광을 안고 있는 지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 바람이 손과 팔을 감싸다고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져요. 그리고 '바람의 춤' 훌라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나나 씨의 말처럼 '게다가 인생이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것. 정말 갈 수 있을지 모르니까'- 하와이의 바람도, 훌라도 곧 만나자고 약속해두려고요.

린다 씨는 춤을 잘 추시나요? 저는 춤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고 방방 뛰는 그런 수준이에요. 집에서 막춤을 추긴 하지만 절대 절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겠어요. 하지만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은 정말 아름다울 것 같아요. 바나나 씨가 훌라에 이렇게 열정적인 것도 그 때문이겠죠_? kang jak

* 저는 외국으로 여행을 가면 그곳의 밤바람과 새벽 공기를 느꼈을 때 '아 이곳이 ( ) 구나.'하고 몸으로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럴 때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너무 설레서 소름이 끼치기도 한답니다. 하와이의 밤바람, 새벽 공기도 절 설레게 할 것 같아요.

저도 춤에는 소질이 없어요. 어릴 적부터 춤을 춰야 하는 학교 행사 때마다 동작도 가장 늦게 숙지하고 그나마도 어색해서 눈에만 안 띄면 된다고 목표를 잡았었죠. 심지어 제 품을 본 적도 없는 친구들이 너 춤추는 모습 너무 웃길 것 같다며 깔깔댄 적도 있고요. 그렇지만 훌라나 탱고를 한 번쯤 배워보고 싶어요. 일종의 로망이거든요. linda




* 하와이는 모든 도시 이름들이 귀여운 것 같아요. '와이키키, 와이키키' 반복해서 읽게 되잖아요. '서울키키, 한강키키'.. 죄송해요. 일본 소설에는 서퍼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아요. 하와이 덕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서퍼가 되어 바다의 바람을 타는 느낌을 잠깐 상상해봤어요. kang jak

* ("이 부근의 할아버지 서퍼들은 매일 아침 6시에 보드를 들고 바다에 나가서, 파도는 타지 않고 두런두런 얘기하고 기다리면서 하루를 시작해.")라는 부분을 읽고 : 전 서퍼들이 있다는 해변에서 탄탄한 구릿빛 몸매의 올록 볼록 이들을 기대할 것 같은데- 할아버지들이 나타나면 조금 놀랄 것 같아요. 속으로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면서 ^^; linda



이 눈으로 p43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참 많은 생물과 눈을 마주했구나 싶다. 차에 치여 죽어 가는 고양이, 창틀에 앉은 물까치, 시골집 현관에 나타난 너구리, 같이 헤엄친 바다거북, 위협하던 사마귀 등등. 그 다양한 눈동자를 잠시 들여다보고는, 그리고 헤어졌다. 그 모두가 지구 상에 똑같이 살아가고 있다.


* 비록 도심에 살고 있지만, 우리도 아주 많은 자연과 함께 인 것 같아요. 노력하지 않으면 참새도 민들레도, 어색하지만 조금만 애정을 가지면- 이곳도 하와이 혹은 저 먼 초원 못지않게 자연이 숨 쉬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어요. 그래서 노을 지는 하늘을 보고 더 생각해요. '다- 소중하게 여기자.' 하고요. kang jak

* 저는 나무늘보를 좋아해요. 1년 전쯤, 어미 잃은 새끼 나무늘보를 보호소에서 돌보고 야생으로 방사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번역하면서 녀석들과 사랑에 빠졌어요. 저도 언젠가 '나무늘보를 드디어 만났네'하고 말하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linda



내가 아직 엄마가 되기 전 p84-90


처음에는 엄마에게 무슨 장애가 있나, 하고 생각했다. 왁자지껄할 풀사이드에서, 그녀들만 고요했기 때문이다. 마치 소리 없는 세계에 있는 것처럼. 그러나 아니었다. 여자애가 말을 건네면, 엄마는 조그만 소리로 대답하며 웃음 지었다. 그러니까 흥분한 주위 사람들에 비해 그곳만 고요한 것은, 그 모녀를 에워싼 전체의 분위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 우리 어머니가 옆에서 "저 모녀, 좀 신경이 쓰이네. 아빠가 없나 봐."하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중략)

그것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것이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과 눈 속에는 '너밖에 없어, 네가 없어지면 나도 이 세상에 없을 거야.'하는 굳은 결심이 마치 어떤 맹세처럼 소리 없이 비쳐 있었다.


* 그 어떤 사랑보다도, 진실하고 투명하고 깊은 사랑. 언젠가 저런 눈빛을 가질 수 있을까요. kangjak




혼자밖에 없다 p98-102


역시 이 세상에 편한 것은 없다. 하지만 그렇게 인생은 멋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기가 톱인 장소에서는(그게 일이든 가족이든 친구이든 연인이든 남편이든 아이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 똑같이 힘은 들어도 보기에는 근사하니까. 똑같이 꾹꾹 참고, 할 말을 삼키고, 내가 나를 똑바로 보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하면서, 그런 매일을 쌓아 간다. (중략)

나는 훌라의 세계에서 나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말만 그럴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나만의 길이다. 거기에는 나만 볼 수 있는 무언가가 있고, 나만 아는 미미한 숙달이 있으며, 좌절이 있다. (중략)

자신에게 딱 맞는 역할 속에서 자연스럽게 있을 수 있다는 것. 그 안에서 홀로, 늦은 걸음이나마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 나 자신으로 있을 뿐이라는 것, 그 이상의 행복이 있을까. 소설과 훌라의 현장에서 각기 역할은 다르지만,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 이 책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저를 비롯해서 성공의 압박 속에 살아온 우리들과 함께 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고요. '나에게 딱 맞는 역할 속에서 나 자신의 존재를 향해- 늦은 걸음이나마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그런 모습을 늘 상기시키고 싶어요. 그래서 알려지든, 알려지지 않든 계속 꿈을 꾸고- 글을 쓰며 살고 싶어요. kangjak

* 자기 속도를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빠르고 느리고에는 좋고 나쁨의 구별이 없고, 게다가 상대적인 기준인데 '모호한 빠름'에 자신의 속도를 맞추려 애쓰느라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애초에 기준이 모호했으니 맞추는 게 불가능할뿐더러 그건 '자기만의 속도'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니까요. linda



좋아해 p148-151


사랑은 논리가 아니다.(중략) 그래서 나는 훌라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취재 기간 때보다 훨씬 성실하게 훌라를 배웠던 것 같다. 우리는 왜 만났을까. 이 짧은 인생, 이 조그만 지구 위에서. 아마도 사랑을 위해서 일 것이다.


* '인간은 우주의 광대함을 사랑을 통해서만 견딜 수 있다.'라고 한 칼 세이건의 말이 떠올랐어요. 과학 자건 작가이건 서로 맥을 통하는 생각을 한 것을 보면 세상의 본질이라는 게 탐구하는 자에게는 보이는 것 같아요. 그게 딱딱하고 어려운 것이 아닌 것 같아,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linda



작가의 말 p161-162


어떤 사람이 찾아가도, 각자에게 맞는 낙원을 보여 주는, 그런 품이 넓고 깊은 그 장소를 나는 지금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일본의 옛날도 그런 장소가 아니었나?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섬나라고, 사람들의 마음씨가 좋고, 남북으로 길고, 각 지역의 날씨가 다르고, 무엇보다 멋진 산이 있어 모두를 자애롭게 안아 주는. 하와이를 사랑하듯, 자신의 나라도 다시 사랑할 수 있기를, 지금은 간절하게 바랍니다. 그럴 수 있는 풍요로운 시대에 우리는 있습니다. (중략)


* 린다 씨, 우리도 이렇게 우리가 있는 자리, 숨 쉬는 곳, 우리의 발자취, 함께 있는 사람들과 자연을 사랑하기로 해요. 마음만큼은 그럴 수 있는, 풍요로움 속에 있으니까. kangjak

* 정말, 우리가 가진 것의 아름다움만 제대로 보더라도 일상이 아름다울 것 같아요. 매일 그렇게 되지 않아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우리, 소소한 기쁨을 알아보며 행복하게 살아가요! linda

* 강작님과 바나나 씨와의 하와이 여행은 편안하고 즐거웠어요. 언젠가 직접 하와이에 가게 될 것만 같아요. 그때 우리의 이번 여행을 떠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2016년 8월 19일 linda




누군가 '하와이는 자신의 형편에 사치고 이루지 못할 꿈이라고 말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그녀의 하와이는 그저 비싼 여행지가 아니라-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는 그런 곳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나처럼 꿈을 져버리지 않고 달팽이처럼 나아가고 있다면, 우리. 언젠가 하와이에 가자. 그래서 코 끝으로 바람을 마시고, 허리 사이로 돌리며 이 곳에- 내가 왔구나. 하고 그때 이 책을 다시 떠올려 보는 것이다.



우리는 왜 만났을까. 이 짧은 인생, 이 조그만 지구 위에서. 아마도 사랑을 위해서 일 것이다.



2016.08.30

당신의 벗

강작

(린다씨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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