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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Jul 23. 2024

나와 데이트합니다

낭만 위드 미 


낭만 위드 미 


  일주일에 하루, '데이트위드미(A date with me)' 날을 갖습니다. 나와 데이트를 하는 날입니다. 이 날은 온전히 나와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합니다. 혼자 영화를 본다거나, 맛집에 간다거나, 눈여겨본 책방에 들른다거나, 혼자 놀이공원을 가기도 합니다. 이 날을 저는 '낭만위드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일상 속에서 미처 채워지지 못한 낭만을 가꾸는 날이기도 하니까요. 

  데이트위드미에 뭘 할지 정하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 일입니다. 일상 속에서 마음 카메라로 찍어놓은 것들을 잘 기억해 뒀다가 늦어도 3-4일 전에 데이트 계획을 세웁니다. 좋아하는 친구와의 데이트를 계획하는 것처럼 말이죠. 당일이 되면 좋아하는 옷을 입고 단장을 합니다. 저와의 데이트라고 맨 얼굴에 편하기만 한 옷을 입지 않습니다(물론 편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지만요). 데이트 상대(나)에게 예의를 갖춥니다. 그럼 데이트하는 내내 스스로가 스스로를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처음엔 혼자 다닌다는 것이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외로운 것도 같고, 남편과 함께하지 않아서 약간의 미안함도 들었습니다. 미안함 때문에 함께 하길 바란 적도 있었지만, 취향이 맞지 않은 남편에게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고 매번 요청하는 것도,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당하여 행하지 못했던 것도, 같이 해준다고 한들 행복해하지 않는 것도 서로에게 아쉬울 뿐이었죠. 그래서 더 이상 바라지 않고, 미안해하지도 않고 혼자 즐겁게 하기로 했습니다. 

  혼자 다니어 쑥스럽고 외로운 감정은 데이트위드미를 지속하며 오히려 설레는 감정으로 발전했습니다. 생각보다 인생을 혼자서도 멋지게 사는 그러니까 이미 데이트위드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고, 혼자인 저에게도 많은 분들이 친절하게 응대해 주었죠(굳이 비도덕적인 분들에 대한 언급은 제외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혼자가 아니고 저와 함께였기에 마음껏 감탄하고 감동받으며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또 낯선 곳에 가면 주변에 나 이외에 신경 쓸 사람이 없으니 마치 해외에 온 것 같은 부드러운 자유로움과 단단한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저의 삶과 저의 낭만은 제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온종일 시간을 내는 것이 어렵다면,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이라도 데이트위드미, 낭만위드미 해보면 어떨까요? <아무튼, 낭만>을 연재하며 낭만이라는 것이 주어져있는 것이 아니고 식물을 키우듯 하루하루 꾸준한 노력과 돌봄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란 걸 매번 깨닫습니다. 낭만은 관대해서 우리가 큰돈과 큰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우리의 인생에 폭 안겨줍니다. 그러니 데이트위드미, 당신과 데이트를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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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작

insta. @anyway.kk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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