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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Jun 30. 2024

편지를 씁니다

아날로그 낭만


아날로그 낭만


  편지가 대중화되어 있던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요? 지금처럼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진 못했겠지만 좀 더 신중하게 좀 더 예의 있게 좀 더 사랑스럽게 대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영화 속 주인공들이 편지를 주고받는 장면을 볼 때면 애틋함이 느껴집니다. '친애하는 미스포터, 당신이 정말 정말 보고 싶습니다.' '제가 멀리서 늘 응원한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사랑합니다.' '그나저나 그 일은 무척이나 유감이네요. 당신이 마음 아파할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지난번 제가 했던 과오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겠어요? 며칠 밤을 새워 후회하고 반성했습니다. 제가 참 무지했더군요.' '아이들에게 아빠가 많이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물론 당신도 제가 무척 사랑합니다. 태평양을 두 팔과 두 다리로 건너갈 수 있을 만큼요.'

  편지가 애틋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편지 안에 진심 어린 그리움과 응원, 위로와 사과, 사랑이 들어있기 때문일 겁니다. 현재의 만능 디지털 기술이 '빠르고 쉽게' 전달해내지 못하는 깊은 마음을 말입니다.


  메신저에서 나누는 가벼운 대화 말고 사랑에 가까이 위치한 진심을 전하며 살고 싶어 몇 년 전부터 편지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곧 자연스럽게 편지로 안부를 나누는 친구들이 생겼죠. 이들의 공통점은 편지가 주는 아름다운 혜택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편지 덕분에 우리는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도 서로의 마음을 잘 알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애정합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편지봉투가 두꺼워지게 서로를 걱정하고 위로하고 용기를 줍니다. 때론 곁에 있는 지인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마음을 편지 위에 적고 나누며 우정을 쌓습니다. 이 우정은 단순히 종이 몇 장처럼 가벼운 것이 아닌 종이 바깥으로 나와 손을 잡아줄 수 있을 만큼 든든합니다. 편지 덕분에 삶을 헤쳐나갈 힘, 자신감, 사랑을 얻습니다.


  요즘은 가방에 작은 편지지와 편지봉투, 펜을 가지고 다닙니다. 마음을 전하고 싶은 때가 온다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고마운 카페 주인에게, 데이트 중 지인이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에- 편지를 씁니다. 그리고 수줍게 편지를 전하면 성공입니다. 우리의 하루에 낭만이 물듭니다.


  죽는 날까지 계속 편지를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전하지 못하는 사랑이란 마음을 편지에 담아 전하고 싶습니다. 후회 없이. 당신도 이 글을 읽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그녀에게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요? 규칙 같은 건 없습니다. 지금 느끼는 진심을 몇 문장으로 적으면 좋은 편지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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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작

insta. @anyway.kkjj


추신. fromkangjak@nave.com 저의 메일 정거장입니다. 메일로, 편지로 마음을 나눌 친구를 언제나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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