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 낭만 소비
쓸모 있는 감성을 삽니다
당신은 커피 한 잔 포기하고 꽃 한 송이, 시집 한 권을 살 수 있는 사람인가요?
목요일에 열리는 아파트 장에서는 핫도그, 타코야끼, 만두, 떡볶이, 와플 같은 간식부터 과일, 국, 반찬, 묵사발, 전, 족발 같은 생활 먹거리까지 다양한 음식을 판매합니다. 또 옷, 모자, 장난감, 책 같은 생활 용품도 팔고 있어서 어느 대형 마트 못지않습니다. 장이 서면 제가 잊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경비실 앞에 작게 자리 잡은 꽃 아주머니집입니다.
물이 반 정도 찬 파란색 플라스틱 들통에 투명 비닐로 감싸진 꽃다발이 꽂혀 있습니다. 꽃 몽오리가 화려한 작약, 꽃의 여왕 붉은 장미, 수수한 보랏빛 들꽃과 작고 하얀 안개꽃까지 있습니다. 그 앞에 놓인 투박한 박스 종이에는 '한 다발에 육천 원, 두 다발에 만원'하고 큼지막하게 적혀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손에 잔뜩 먹거리를 든 상태로 주춤합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일까요?
'낭만에 돈을 쓸까? 말까?'
처음 꽃을 사기 시작한 그날은, 장미의 진한 향에 이끌려 지갑을 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에서 쓸 수 있는 금액이 한정되어 있어서 떡볶이를 포기한 선택이었죠. 길을 걷는데 행인들이 제 품에 안긴 꽃을 바라보고 웃습니다. 제가 아름다운 꽃이 된 것처럼 행복합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화병에 장미를 담아 거실 책장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잠깐잠깐 꽃에 눈을 맞출 때마다 작고 가치 있는 따스함이 솟아오릅니다. 글을 쓰다가 지칠 때, 갑자기 조용한 우울과 불안이 찾아올 때 장미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면 꽃으로부터 이런 메시지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
-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
장미는 점점 시들어 분홍으로 곱던 잎이 진하게 말라갑니다. 바라보고 있으면 다시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나를 봐,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 바스락 거리는 꽃잎을 손으로 조심히 모아 유리병에 담아 둡니다.
오늘 하루, 커피 한잔 덜 먹고 그 돈으로 마음에게 낭만 한송이 선물해 보면 어떨까요? 꽃이 아니라 시집 한 권이어도 좋고 혼자 가서 보는 독립영화 한 편이어도 좋습니다.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티켓, 배워보고 싶었던 훌라의 드레스, 별빛이 쏟아지는 몽골 여행편도 좋겠습니다. 낭만 앞에서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낭만은 배고픔도 잊을 정도로 인생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 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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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작
insta. @anyway.kkjj
여름이 왔습니다. 글을 쓰면서 Boys Like Girls의 Love Drunk를 들었는데- 청춘으로 돌아가는 기분입니다. 정말 돌아간 것일까요? 여름은 언제나 우리를 청춘의 자리로 돌려놓습니다. 즐겨요 우리. 어두운 감정은 흘려보내고. 즐겨요. 마음껏. 이 여름을.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