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작 Jun 16. 2024

첫 마음을 중시합니다

낭만이 보내는 울림


첫 마음을 중시합니다


  휴가 전 수영복 하나를 장만하고 싶었습니다. 해변에서 입고 이왕이면 실내 수영장에서도 입을 수 있는 것으로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중고 사이트를 구경하다가 우연히 예쁜 수영복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피글렛을 연상시키는 분홍과 살구의 중간색으로 허리에 포인트 벨트가 있고 가슴라인이 꽤 깊은 귀엽고 섹시한 모노키니였습니다. 한눈에 반해 바로 아이템명을 검색해 보니 다행히 공식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제품이었습니다. 바로 구매를 할까 하다가 더 예쁜 제품을 찾아보기로 하고 장바구니에만 담아두었습니다.


  그날 저녁, 남편에게 고민 중인 모노키니 사진을 보내니 “가슴라인이 너무 파였어. 수영하기 불편하겠는데?”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이미 오랜 시간 동안 다른 모노키니를 찾아보고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것이 딱히 없고, 오늘 주문하지 않으면 휴가를 다 보내고 나서야 배송될 것 같았기 때문이죠. 그때부터 초집중하여 마우스를 눌러댔습니다. 초조함이 남편에게도 전해졌는지 같이 찾아주었죠. 그렇게 두 명이 두 시간 동안 '여자 모노키니, 30대 모노키니, 심플한 모노키니' 등등 다양한 제시어로 수영복 시장을 샅샅이 파헤쳤습니다. 그러나 결국 마음에 드는 것은 찾지 못했습니다.


  지쳐서 처음에 장바구니에 넣었던 수영복을 주문했고 배송이 늦어져 여행에서 돌아온 뒤 제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약간의 불안과 기대를 가지고 포장지를 뜯었습니다. 예상했던 그대로의 예쁜 색의 수영복이 늦은 배송으로 서운했던 마음을 스르르 녹였습니다. 곧장 거울 앞으로 달려가 착장을 한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아! 우려했던 것처럼 가슴라인이 다른 수영복보다 깊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부분이 마음에 든다고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아! 하고 다시 작은 탄식이 나옵니다. '깊은 마음속에서 내가 원했던 것은, 싱그럽고 섹시해 보이는 그런 이미지였구나.'


  쇼핑에서만 첫 마음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사물이, 현상이, 사람이 순간 자석처럼 끌린다면 그것은 충동적인 감정으로 끌리는 것이 아닌 오랜 고민을 거듭한 마음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특히 평소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이 어떤 것에 여러 번 눈길이 간다면 그것은 분명 마음이 보내는 신호일 것입니다. 그것은 충분히 구매해야 할 이유가 되고, 경험해봐야 할 이유가 되고, 만나봐야 할 이유가 됩니다. 반면 어떤 선택 앞에서 끌림보다 망설임이 크다고 느껴진다면 과감하게 포기합니다. 마음이 그것을 받아들이기까지 기다려줍니다.

 

  아이들은 깊이 고민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시선도 그들의 의견도 크게 고려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은 하고 싶다는 첫 마음을 중시합니다. 그래서 엉덩이가 더러워져도 모래 위에 풀썩 앉아 놀고, 머리가 헝클어져도 잔디 위에서 뛰어놉니다. 어른인 저희는 계속해서 최선을 고민하며 점점 더 욕심을 내고, 타인을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과하게 신경을 씁니다. 그러는 동안 첫 마음을 놓치곤 합니다. 신중의 오류로 마음에서 보내는 신호에서 벗어나는 것은 낭만적인 인생을 저 멀리로 보내는 것입니다.

  

  첫 마음을 중시합니다. 깊은 마음에서 보내는 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낭만적인 인생을 사는 중요한 힌트를 놓치지 않습니다.


추신. 만약 첫 마음을 선택하는 것이 두렵다면 몇 가지의 단어로 선택이 마음에 드는 이유를 적어보세요. 이를 테면 '순수한 색상, 개성 있음, 성숙해 보임' 이런 것처럼요. 마음의 소리에 가까워집니다.



_

글. 강작

insta. @anyway.kkjj  

이전 03화 연주곡으로 하루를 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