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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Jul 13. 2024

무해한 칭찬을 합니다

낭만적인 시야를 갖기 위해



낭만적인 시야를 갖기 위해


  저는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를 좋아하지 못하고 늘 저 자신에게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했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스스로를 인정하고 좋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피곤하게 살아가던 시절에 그 친구를 만났습니다. 

  친구는 외모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친구 또한 저처럼 자신감이 부족해서 자신의 외모가 형편없다며 이곳저곳을 고치고 싶다고 습관처럼 이야기했죠. 그럴 때면 무척 답답했습니다. 물론 그녀의 얼굴이 스스로가 동경하는 아이돌처럼 사회가 미인이라고 칭하는 상은 아니지만, 제가 보기엔 아주 매력 있고 예뻤거든요. 그래서 저는 느낀 바 그대로 '너는 정말 예뻐. 코도 오뚝하고 눈매도 길고. 머릿결도 좋고 너는 참 가진 게 많아.'하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럼 친구는 머리를 사정없이 좌우로 흔들며 아니라고 제 말을 부정했죠. 

  친구 또한 저에게 그동안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칭찬을 해줬습니다. '내가 너 같은 얼굴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나는 아주 행복했을 거야.' 하고요. 그럼 저는 말도 안 된다며 더 사정없이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자신감이 없는 친구 둘의 따뜻한 우정이었죠.

 

  어느 영화 속에서 엄마가 딸에게 있는 그대로 예쁘고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장면을 보면 내심 부러웠습니다. 누가 봐도 사회적 미인상은 아닌데도 말이죠. 그 칭찬 안에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속 어린 왕자가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 녹아 있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을 탓하고 싶진 않지만 저는 어릴 때 본질적인 미에 대한 교육을 잘 받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부모님은 많은 사람들이 실수하듯 사회가 정해놓은 세상이 세상의 전부라고 여기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빠, 저도 예쁜가요?'하고 물으면 '우리 딸들은(갑자기 언니까지 소환돼서) 크게 부족하지도 크게 훌륭하지도 않은 얼굴이지.'하고 말해주었습니다. 지금은 굉장히 T적 발언이라고 웃고 넘길 수 있지만 사춘기 소녀에게 그 말은 '나는 예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엄마에게 물으면 더 웃겼죠. '엄마, 저는 예쁜가요?' 그럼 엄마는 눈을 똥그랗게 뜨며 '우리 지혜 당연히 예쁘지.' 하곤 뒤에 이상한 말을 덧붙였습니다(웃음). '그런데 네 코는 너네(강 씨 집안) 할머니를 꼭 닮았어.' 그 말이 긍정이 아님은 엄마가 시어머니를 싫어한다는 사실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사회 속에서 자랄 사람이니 사회의 평가를 제대로 이해하길 바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을 겁니다. 잘못된 자부심을 갖길 두려워하셨을 수도 있을 거고요. 하지만 아무리 사춘기 소녀라도 거울을 보면 자신이 얼마큼 사회적인 미인상과 닮았는지, 그렇지 않은 지는 알 수 있습니다. 사춘기 소녀가 물었던 것은 얼마나 사회적인 미인이냐-하고 평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걸 봐달라는 어린 왕자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진정으로 무해한 마음. 무해한 칭찬을 바랐습니다. 친구와 저의 따뜻한 애정처럼요. 


  사회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세상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좋습니다. 그런 시야를 가진 사람만이 세상 속에서 진정으로 낭만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도 누군가에게 자주 '당신은 정말 예쁩니다. 당신은 아름답습니다'하고 조금은 낯간지럽지만 무해한 칭찬을 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아마도.. 스무-서른 정도의 낭만 친구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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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작

insta. @anyway.kkjj



가끔은 일요일이 아닌 토요일에 글을 올리겠습니다 :) 깜짝 선물로 여겨주세요! 낭만적인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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