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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Aug 06. 2024

아름다운 취미를 가집니다

낭만 있는 여가 생활


낭만 있는 여가 생활


  국어사전에서 '취미'를 찾아보면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일',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멋'이라고 나옵니다. 취미가 아니라 그 안에 낭만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도 고개가 끄덕일 정도로, 취미와 낭만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피겨스케이팅 강습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트리플 악셀, 트리플 러츠 등 고난도의 동작을 하는 선수들처럼 되려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대상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즉, 취미로 삼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모아둔 돈으로 꽤 높은 피겨 강습료를 지불하기까지 저를 이끈 것은, 선수들의 대회 동영상이 아니라 호수 빙판에서 편안하게 피겨를 하는 한 외국인의 영상이었습니다(호수에서 스케이팅을 타는 건 실제론 엄청 위험한 일이지만요). 빙판 위를 미끄러지며 양 팔로 차가운 바람은 가르는 모습은 새가 큰 날개를 펼쳐 하늘을 도약하는 것처럼 경이로웠죠. 


  우선 제가 꿈꾸는 모습은 그랬답니다. 그러나 수업 첫날, 아이스링크장 위에서의 제 모습은 절벽 위에서 겁먹어 날지 못하는 아기 새와 같았죠.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스케이트를 탄 경험이 여러 번 있는데도 낯선 환경에서 두 다리는 완전히 겁을 먹고 말았습니다. 그때 김연아 선수같이 늘씬한 팔다리를 가진 선생님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다가왔다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얼음 위에서 순간이동을 한 것 같았습니다. 마스크에 가려져 얼굴은 다 보이지 않았지만 또렷하고 선한 눈매는 분명 단단한 기술을 품고 있는 마스터의 모습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몸을 지지할 수 있게 팔을 내주고 엄마가 아이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듯이 하나하나 시범을 보였습니다. 종종 '잘하네요', '여기서 조금만 더요'하고 칭찬과 격려도 아끼지 않았죠. 그렇게 두어 시간을 타고나니, 얼음이라는 새로운 친구에게 낯을 가리던 두 다리가 조금씩 부드러워졌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링크장에 저와 몇몇 분들만 남았습니다. 저는 넓어진 공간에서 혼자 팔을 양 옆으로 쫙 펼치고 한 발을 들어 앞으로 쭉 미끄러져 나가 보았습니다. 아직 중심이 흔들려 이내 올린 발을 내려야 했지만 순간 호수 빙판 위의 새가 된 듯한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이 자유로운 감정이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낭만을 이해하는 첫 단계가 아닐까요?


  여러분도 마음에 담고 있는 취미가 있나요? 프로가 된다는 부담 없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그렇기에 아름다움과 낭만에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취미말입니다. 올여름엔 몸에 힘을 툭툭 풀고 낭만적인 취미에 다가가보면 어떨까요? 피겨스케이팅은 완전 추천입니다! 



글. 강작

insta. @anyway.kkjj 



추신. 어쩌면 삶을 살아가는 것도, 취미처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생은 즐기기 위한 것. 아름다운 인생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멋. <아무튼, 낭만> 연재는 15회까지 진행됩니다. :)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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