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있는 여가 생활
낭만 있는 여가 생활
국어사전에서 '취미'를 찾아보면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일',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멋'이라고 나옵니다. 취미가 아니라 그 안에 낭만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도 고개가 끄덕일 정도로, 취미와 낭만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피겨스케이팅 강습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트리플 악셀, 트리플 러츠 등 고난도의 동작을 하는 선수들처럼 되려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대상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즉, 취미로 삼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모아둔 돈으로 꽤 높은 피겨 강습료를 지불하기까지 저를 이끈 것은, 선수들의 대회 동영상이 아니라 호수 빙판에서 편안하게 피겨를 하는 한 외국인의 영상이었습니다(호수에서 스케이팅을 타는 건 실제론 엄청 위험한 일이지만요). 빙판 위를 미끄러지며 양 팔로 차가운 바람은 가르는 모습은 새가 큰 날개를 펼쳐 하늘을 도약하는 것처럼 경이로웠죠.
우선 제가 꿈꾸는 모습은 그랬답니다. 그러나 수업 첫날, 아이스링크장 위에서의 제 모습은 절벽 위에서 겁먹어 날지 못하는 아기 새와 같았죠.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스케이트를 탄 경험이 여러 번 있는데도 낯선 환경에서 두 다리는 완전히 겁을 먹고 말았습니다. 그때 김연아 선수같이 늘씬한 팔다리를 가진 선생님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다가왔다는 표현이 어색할 정도로 얼음 위에서 순간이동을 한 것 같았습니다. 마스크에 가려져 얼굴은 다 보이지 않았지만 또렷하고 선한 눈매는 분명 단단한 기술을 품고 있는 마스터의 모습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몸을 지지할 수 있게 팔을 내주고 엄마가 아이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듯이 하나하나 시범을 보였습니다. 종종 '잘하네요', '여기서 조금만 더요'하고 칭찬과 격려도 아끼지 않았죠. 그렇게 두어 시간을 타고나니, 얼음이라는 새로운 친구에게 낯을 가리던 두 다리가 조금씩 부드러워졌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링크장에 저와 몇몇 분들만 남았습니다. 저는 넓어진 공간에서 혼자 팔을 양 옆으로 쫙 펼치고 한 발을 들어 앞으로 쭉 미끄러져 나가 보았습니다. 아직 중심이 흔들려 이내 올린 발을 내려야 했지만 순간 호수 빙판 위의 새가 된 듯한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이 자유로운 감정이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낭만을 이해하는 첫 단계가 아닐까요?
여러분도 마음에 담고 있는 취미가 있나요? 프로가 된다는 부담 없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그렇기에 아름다움과 낭만에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취미말입니다. 올여름엔 몸에 힘을 툭툭 풀고 낭만적인 취미에 다가가보면 어떨까요? 피겨스케이팅은 완전 추천입니다!
글. 강작
insta. @anyway.kkjj
추신. 어쩌면 삶을 살아가는 것도, 취미처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생은 즐기기 위한 것. 아름다운 인생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멋. <아무튼, 낭만> 연재는 15회까지 진행됩니다. :)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