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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Jun 27. 2023

우리 아이 책 읽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12살에 다시 시작하는 책육아


큰 포부를 가지고 시작하는 책육아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들은 꿈에 부푼다.

‘우리 아이는 책을 많이 읽어줘야지.

책을 많이 읽어주면 한글도 혼자 뗀다더라.

무조건 공부를 시키는 엄마는 되지 말고 아이가 책을 보며 꿈을 꾸게 도와줘야지.

그리고 결국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더라.‘


 아직 아가는 책을 물고 빨고 찢어놓지만, 여러 가지 다양한 책으로 아이들을 유혹해 본다.

손인형이 있는 책, 단단한 보드북, 멋진 그림이 이어지는 병풍책, 펼치면 멋진 그림이 나오는 팝업 북.


 아이들에게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시기가 되면 부모들은 더 바빠진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는 것 같으면 목이 쉬어라 읽고 또 읽어주고, 신나서 전집이나 수상작들을 사들인다.

반면, 여러 노력에도 아이들이 책에 관심이 없으면 음성과 영상으로 책을 읽어주는 시스템이 눈에 들어오고, 미디어로라도 책을 접하게 만든다.

아쉽게도 영상 혹은 음성으로 책을 읽어주는 시스템의 대부분은 사교육의 시작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많은 4~6세의 아이들은 부모들의 이런 기대에 당분간은 부응해 준다. 

좋아하는 책 영상이 있고, 그것을 종이책으로 읽기도 하며,

여러 권의 시리즈인 책을 사 모으기도 한다. 엄마가 책 읽어주는 시간을 제일 좋아하는 시간으로 꼽기도 한다.


 유아기가 지나 취학연령이 되면 책육아는 한 단계 어려워진다.

한글을 떼고, 읽기가 익숙해지는 7~9세 아이들에게 그림책이 아닌 줄글책을 읽히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이전까지 책을 잘 찾고 읽기를 즐기던 아이들도 책의 글밥이 늘어나고, 글자크기가 줄어들고, 그림이 없어지면 서서히 책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이 시기를 잘 거쳐서 아이들이 줄글 책도 잘 읽는다면 그 집은 책육아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책육아 졸업 그리고 공부 시작?


 그러나 그다음 시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아이들을 계속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남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제법 자아가 싹트기 시작하는 아이들은 ‘이제 엄마 책 읽으란 말 좀 그만해.’ 라거나 ‘아 학교에서 읽었다고!’ 등의 말을 하며 반항하기 시작한다.

핸드폰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친구와 만나 놀고 톡을 하느라 바쁘다. 

요즘에는 티브이에도 유튜브가 나와서 예전처럼 영상 보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한 때는 책을 좋아하던 아이의 모습은 어디론가 없어지고, 하루에 삼십 분이라도 책을 읽는지 궁금하다.

억지로 읽으라고 하면 가장 짧은 책을 찾는다.

 그리고 사실 책을 읽을 시간이 벌써 없는 게 사실이다.


 엄마들의 고민도 아이가 어떤 책을 읽고 책을 얼마나 좋아하느냐보다는 다른 고민으로 바뀐다.

씻고 옷 정리하고 가방에 쓰레기 좀 넣어 다니지 말라는 잔소리에도 ‘아~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대답을 하는 고학년 아이들.

엄마의 지시를 이제는 그저 ‘잔소리’로 듣기 때문에 가벼운 유혹이나 잔소리로 아이들을 책장 앞으로 이끌기가 힘들다.

당장 오늘 아침에도 세상 짜증을 내며 학교에 간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어떻게 하면 책을 재미있게 읽힐까라는 고민보다는 왜 요즘 이렇게 말을 안 들을까? 하는 고민이 먼저다.

요즘 아이들 어떤 책이 재미있는 게 나왔나 하는 검색보다는 우리 아이가 학교 수업에 뒤쳐지면 어쩌나, 학원을 옮기거나 늘려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에 학원과 교육 동향을 검색을 하게 된다.

심지어 이제 책 그만 읽고 공부하라는 부모도 많다.


 세상에 어떤 부모도 아이가 공부하는 기계가 되길 바라며 공부시키지 않는다. 

그저 꼭 필요한 만큼만, 학교에서 힘들지 않을 정도로만,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뒤처져서 나중에 원망받지 않을 정도로만 시킨다. 그것도 아이가 걱정되어서 이거 저거는 빼고 정말 딱 필요한 것만 시키는 데도 어느새 아이는 학원을 몇 군데 다녀오느라 녹초가 되어 있다. 남들은 이거보다 더 많이 하는데, 딱히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벌써 아이의 스케줄은 꽉 차있다.



책육아를 다시 시작해야 할까


이런 상황에서 질문을 던져본다.

1. 부모는 다시 책육아를 처음 시작했던 그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2. 우리 아이가 정말 다시 책을 좋아하며 읽게 될까?

3. 정말 학원을 줄여도 책만 읽어도 공부 실력도 절로 따라오게 될까?


정답이 있지는 않겠지만 내 생각에는,


1. 부모는 그 시절 그 마음으로 돌아갈 수 없다. 

 갓난아이를 품에 안고 있을 때와 이제는 업기에도 부담스러워진 아이를 같은 마음으로 대할 수 없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견뎌내야 하는 것들이 더 많이, 자세하게 알게 된 부모는 같은 마음이어서는 안 된다. 

더 굳은 마음으로 책육아를 시작해야 한다.


2. 우리 아이는 책을 다시 읽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와는 다른 기쁨을 느끼고, 단순한 즐거움이나 감동이 아닌 훨씬 깊은 감성과 생각으로 책을 읽을 것이다. 책에서 나온 몬스터를 침대 밑에서 찾지는 않겠지만 침대에 누워서 책에서 본 장면의 모습을 더욱더 생생하게 상상할 것이다.

책의 주인공이 된 마냥 망토를 걸치거나 하진 않겠지만, 등장인물에게 더 깊게 공감하고 자신의 마음까지 위로받을 것이다.


3.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은 정말 No이다.

 책만 읽는다고 공부를 잘하게 되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문제풀이 시험에 대한 점수라면 책 외에 반드시 따로 해야 할 공부가 있을 것이며, 평가 방식이 유럽처럼 혹시라도 변하게 되더라도 책만 읽어서 좋은 에세이를 쓸 수 있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아 본 학생은 책을 많이 읽은 학생과 비교되지 않게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어느 과목은 잘할 수 있겠으나 책을 읽지 않는 아이는 반드시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든 과목이 남아있을 것이다.

또한 책을 읽고 깊게 생각하고,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본 적이 있는 학생이라면 에세이나 구술에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펼치는 일이 매우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 교과서와 같은 텍스트만 읽거나, 혹은 글 읽기를 즐겨하지 않았던 학생이라면 무엇에 기반하여 생각하고 주장을 펼칠 수 있겠는가.

 책만 읽는다고 공부를 잘하게 되는 건 아니겠으나 책을 읽지 않으면 공부를 잘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매우 아쉬운 마음이지만 책 읽기와 공부를 꼭 연관 짓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단지 공부를 위해서 책육아를 시작하고 싶다면, 다시 생각해 주길 바란다.

정말 지금 이 세대에도 시험 점수가 좋은 대학을 결정짓고, 좋은 직장을 결정짓고, 편안한 삶을 보장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점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다.


결국 다시 책


 그러니 다시 책을 들자. 사춘기도 아니면서 사춘기인척 하느라 투덜대고 엄마를 제일 만만하게 생각하는 자녀의 행동 뒤로, 책을 펼치면 보인다.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이, 아이들의 감정과 고민이, 아이들의 필요와 요구가 보여 읽을 수 있게 된다.

매일 하는 문제집을 잠깐 덮고 서점으로 가자. 함께 책을 고르고 대화를 나누자.

오늘 시험에서 몇 점 맞았는지를 묻지 말고 오늘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자.

이제 정말 부모가 좋아하는 책도 함께 읽기 시작할 수 있는 나이이다. 점점 다가오는 무서운 사춘기도 책으로 이겨보자.


 책육아라고 표현했지만, 이제부터 부모와 아이는 함께 책을 읽는 동반자이다. 

그저 목 아프게 반복해서 읽던 일방적 책 읽기가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관계가 될 것이다.

아이 덕에, 책에서 찾지 못했던 보물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책 앞에 서자.

12살, 그 언저리, 혹은 사춘기가 시작되는 중학생 아이도 좋다. 다시 시작하자. 책 육아.


엄마가 지은 작은 이야기에 큰 아이가 책표지를 직접 그려줬다. 우리는 그렇게 작은 책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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