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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Jul 12. 2023

12살, 엄마가 자기 전에 책 읽어주기 딱! 좋은 나이

완전 금방 잠드는 효과는 덤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자기 전에 책을 많이 읽어줬다.

그맘때 읽어주던 책들은 짧아서 금방 끝났는데 아이들이 또 읽어달라고 해서 그걸 말리는 것도 일이었다.

그리고 주로 그림책을 읽어주니 아이들이 서로 아직 그림 다 안 봤다. 아 좀 빨리 넘어가자. 해서 싸우기도 했다.

우리 딸들은 연년생인데도 성향이 너무나도 다른 아이들이다.


그리고 내가 다시 일을 시작하고, 아이들은 점점 늦게 자고, 무엇보다 아이들 방을 따로 쓰게 하면서 함께 책을 읽어주기가 어렵게 되었다.

나는 내 피곤에 지쳐서 아이들 자기 전에 책 읽어주는 것을 그만두었다.

큰 아이 읽어주면 작은 아이가 계속 와서 처량하게 쳐다보고, 작은 아이 읽어주면서 잠들면 큰 아이가 원망 섞인 눈으로 보았다.

두 아이 사이 치이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책 읽어주기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자기 전에 매일 유튜브 ASMR을 듣게 해달라고 징징대었고 유튜브 없으면 못 자겠다고 하는 아이들이 되었다.

지친 엄마가 먼저 잠들고 나면 아직 잠들지 않은 아이들은 몰래 다른 영상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초등학교 고학년도 엄마가 책 읽어주기에 좋은 나이다. 아직 ASMR 영상의 힘을 빌리기에는 좋지 않은 나이다.

특히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은 차분한 마음으로 엄마와 따뜻한 감정을 나누면서 잠들 수 있다.


12살 책육아 다시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자기 전에 다시 책을 좀 읽어줘야 할 텐데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일로(!!!) 마침 아이들이 사이가 좋아서 같이 잔다고 한다.

그래서 얼른 아이들 방으로 갔다. 책을 읽을 만큼 환하면서도 아이들이 잠들기에 편안하게 수면등을 켜놓고 아이의 책장에서 재미있을 만한, 그러나 아직 아이가 읽지 않은 책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자리 잡고 읽어주었다. 아이들 침대는 유로싱글이라 사실 자기들 둘이 자기에도 좁디좁다. 엄마는 의자에 앉아 다리만 침대에 올려놓고 책을 읽어준다.

엄마가 제일 싫다던 아이도 엄마를 만지는 걸 너무 좋아하는 아이라 둘 다 내 다리에 부비부비한다.


책을 읽어주자 한 챕터가 끝나기도 전에 잠들어 버렸다.

‘아 너무 오랜만에 책을 읽어주었구나, 아이들이 피곤한데 이렇게 늘 잠을 못 이뤄서 늦게 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 거꾸로 누워잠든 아이들. 읽어준 책은 [뽀뽀쟁이 프리더] 프리더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책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면 장점이 많다.


먼저 엄마와 돈독한 관계를 쌓기 쉽다.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따뜻한 경험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아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그날 엄마랑 싸웠던 경우라도,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었어도, 짜증이 나는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후회하고 있더라도 그 모든 걸 내려놓고 차분히 잠을 청할 수 있다. 실제 우리 큰 아이는 요즘 악몽을 거의 매일 꾸던데, 이 날은 밤새 푹 잘 잤다.

그리고 그 책에 아이들은 친근감을 갖는다.


 그 책은 엄마가 읽어준 책, 따뜻한 그리고 좋았던 경험을 같이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엄마가 다 읽어주기 전에 아이들은 그 책을 펼쳐보고 나머지를 다 읽어버릴 것이다.

혹은 엄마가 다 읽어주었을 때, 자기 책장에 꽂힌 걸 보면 다시 꺼내어 들춰볼 것이다.

그 책은 이미 좋은 책이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은 아이는 이제까지 그렇게 작은 글씨책은 다른 책은 한 권도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엄마랑 매일 들었던(내가 안 읽어줌) 글씨가 빼곡한 이야기는 작은 아이 스스로 너무 즐겁게 읽었다. [초등탐정 강이치 시리즈] 그리고 큰 아이도 [달러쿠트 꿈 백화점] 읽어보니 아이도 좋아할 것 같길래 들려줬는데, 나중에 아이 스스로 내용이 궁금해서 2권까지 읽었다. 아이들은 그 책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친근하게 생각하고 언제든 읽고자 하는 마음이 갖게 될 것이다.



 매일 책을 읽어주겠다는 결심은 못하겠다. 아마 내가 먼저 지쳐 쓰러지는 날이 꼭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주 읽어줄 것이다. 아이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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