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음 Dec 22. 2023

다시 찾아온 우울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어요.


나의 우울증은 자녀에게 전이가 되었나 보다.

애가 많이 힘들어한다.


그리고 조금 나아진 것 같던 내게로 다시 가져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밖은 영하의 날씨로 춥다.

위층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시끄럽다.

아래층 할머니는 귀가 잘 안 들리셔서 티브이를 크게 틀어놓고 보신다.

오늘은 뉴스를 시청 중이시다.

나는 완전한 고요에 있고 싶다.


할 일이 있다.

쌓인 옷들. 정리해야 할 책들.

들어야 할 강의. 써야 할 글.

나는 모든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다.


내 우울증은 심한 걸까 아닐까

크게 살아가는 데 지장은 없다.

그냥 나 혼자 지치고 의욕을 잃을 뿐

괜히 예민해서 지치는 걸까

누구나 다 이렇게 사는 거 아닐까

다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할까


애 앞에선 이제 그만 그래야지. 애가 힘들어하잖아.

그렇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인생은 고통이다.

끊임없는 사건과 사고, 고통스러운 날들의 연속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허무하고 허무하다.


우리 딸은 우울할 때 먹고 싶은 걸 먹는다고 한다.

녀석 제법이다.

나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가 않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우울증에게 고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