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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번의 아침

by 고똘


미국에 온 지 4개월차가 됐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정착했고, 너무 많은 새로운 사람을 만났고, 이곳의 분위기와 문화를 익혔습니다. 뉴욕으로 여러차례 LA로 출장을 다녀왔고, 한국에서 세 명의 손님이 나의 새 보금자리를 찾아줬습니다. 새로운 팀에, 회사 사람들에, 그리고 달라진 업무 강도와 시차를 익혀야 했고, 페이퍼워크와 꼼곰함이 필요한 절차를 어려워하는 내가 수많은 행사와 엠바고를 시간에 맞게 챙기느라 허덕였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물론 많이 놓쳤습니다.


3년 같은 3개월입니다. 이렇게 밀도있는 삶을 살 수 있는건 매일 두 번의 아침을 맞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국에 있지만, 한국 시간으로 일하는 특수한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주재원이지만, 미국엔 회사 사무실도 동료도 없습니다. 오로지 나 혼자입니다. 나의 하루를 설명하자면, 먼저 베이에서 오전 8시쯤 아침을 맞고, 놀고 운동하고 밥해먹고 이곳에서의 생활을 합니다. 때로 점심약속을 가고, 친구가 방문하면 함께 여행도 합니다. 그리고 오후 5시 한국의 회사에 '아침보고'를 하는 것으로 다시한번 아침을 맞이합니다. 이런 생활에 건강을 우려해주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하루를 두번 사는 것 같은기분이 꽤 좋습니다. 공짜로 두 배의 시간이 생긴 기분.


좋아하면서도 어려운 시간인 현지 시간으로 오전 10~오후 3시 정도입니다. 바로 지금!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2시~7시. 평소 고민이나 어려운 점들을 친구들에게 털어놓으며 회복하는 편인데, 이 시간에 고민이 생기거나 마음이 힘들면 소통할 수가 없어 어렵습니다. 단절된 기분이 들고, 때때로 답답함이 몰려옵니다. 하지만 기대되는 일이 있을 땐 혼자 사부작 사부작 방해없이 이런저런 일을 하는 것도 꽤 기분이 좋습니다.


그 시간에 많은 생각들이 피어납니다. 어제가 정리되고 오늘 할일을 생각하고 더 먼 미래와 과거로 자주 옮겨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됩니다. 역시 난 서사'충'이고 의미부여'충'이고 역사'충'이야. 꽤나 이때하는 생각과 의미부여가 나를 바꾸고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쓰기로 다짐했습니다. 휘발되고 사라지는 것이 싫어 친구들에게 전화해 떠들어대고, 어떻게든 알게된 인사이트는 기사로연결지어 써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블로그에도 일종의 외장하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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