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영상 기술의 발달: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허물ㅈ다
‘나노 바나나’ 열풍입니다. 특히 ‘나노바나나 피규어 만들기’가 소셜미디어(SNS)를 뒤덮고 있어요. 유행에 뒤쳐질 순 없어요. 해봤습니다. 먼저 손흥민 사진을 넣었어요. 측면을 바라보고 있는 손흥민의 상반신 사진을 넣었습니다.
“transform the photo a collectible PVC figure with glossy paint. Placed on a display stand next to it's package box. studio lighting clean background”
이렇게 주문했어요. 대충 플라스틱 피규어를 만들어주고, 옆에 패키지 박스도 그려달라는 내용입니다. 몇 초뒤 ‘나노 바나나’는 이런 사진을 내놨습니다. 원래 사진엔 있지도 않던 하반신을 그려놨고, 지시를 정확하게 이행했어요. 측면을 바라보고 있던 얼굴도 피규어 상에선 정면으로 바뀌어있었습니다.
다른 예시를 더 들어보기 전에 ‘나노 바나나’에 대해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아직 정식 플랫폼은 아닙니다. LMArena라고 여러 AI툴이나 플랫폼 성능을 비교하는 일종의 ‘AI배틀’ 플랫폼이 있는데, 여기에 ‘나노 바나나’가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구글 제미나이에서 만들고 있는 툴인데, LMArena에서 성능 시험중인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궁금해 한 사람들이 나노 바나나한테 흰 화이트보드를 주고 “니 정체를 밝혀라”라고 했더니 이렇게 실토하기도 했다고ㅋㅋㅋㅋ
여튼 나노 바나나가 아주 호평받고 있는 이유는 일단 퀄 자체도 좋지만, 그 퀄이 일관되기 때문입니다. ‘일관성’이 핵심입니다. 지시만 잘하면, 다른 AI툴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좋은 퀄리티의 이미지들을 얻어낼 수 있어요.
손흥민은 유명하니까 ‘나노 바나나’가 피규어를 만드는 데에 참고할 자료가 많아서, 그래서 잘 그리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의심으로 제 사진을 넣어봤습니다. 역시 잘하죠? 귀걸이와 목걸이, 볼캡에 그려져있는 폴로 자수까지도 다 잘 살려냈어요.
피규어만 잘하는건 아닙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사진과 신라면을 준 뒤 “왼쪽 사진의 사람 한 손에는 오른쪽 사진의 라면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따봉을 하는 사진을 만들어줘”라고 지시했습니다. 나름 퀄리티 좋아요. 사진 속 사람의 포즈나 위치 같은 걸 바꿨는데도 자연스럽습니다.
다음으로 울고있는 손흥민 선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을 주고 “두 사람이 다정하게 셀카 찍는 사진을 만들어줘”라고 지시했습니다. 손흥민의 손모양도 각도도 아주 자연스럽게 바꿨네요. 심지어 울던 쏘니 웃고있음.
이 외에도 오래된 흑백 사진을 컬러로 복원할 수도 있고, 문화재가 있었던 과거의 모습을 사진으로 복구해낼 수도 있습니다. 사진 합성을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결혼식에 못온 친구를 결혼사진에 끼워넣을 수도 있게됐어요.
이미지, 영상 AI기술 발달이 무섭습니다. 챗GPT ‘지브리 열풍’이 분게 엊그제인데 벌써 이렇게…아마 AI챗봇 같은 언어모델 다음은 이미지, 영상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접근 가능한 대중적인 무료 툴도 이제 정말 어색함이 없습니다. 패션 모델 대신 AI모델을 쓰고, 스타트업이나 소상공인들이 홍보마케팅용 영상 이미지를 만드는데에 따로 모델, 촬영감독, PD, 마케터를 고용하기보단 AI한테 외주맡기고 있습니다. 영상 편집도, 필요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모두 모두 너무 쉬워졌어요.
심지어는 ‘피그말리온’도 현실화됐어요.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조각가인 피그말리온이 자기 이상형을 현실에서 못찾자 직접 조각을 해서 그 조각상이랑 살다가, 아프로디테가 나중에 그 조각상을 여자로 만들어줘서 결국 결혼까지 하는 그 이야기있잖아요.
만화책 ‘궁’의 신채경 사진을 넣고 왼쪽 채팅창과같이 요청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오른쪽 사진이! 지시 이행을 그대로 잘 했을뿐 아니라 정말 ‘신채경 실사판’ 같은 느낌. 옛날에 인터넷소설같은게 유행하면 ‘가캐’라고 해서 얼짱이나 연예인들을 캐릭터와 어울리게 가상캐스팅하는게 유행이었는데, 이제 AI가 해줄겁니다.
무서운 점은 ‘진짜 가짜’와 ‘진짜’를 구분할 수 없어진 것입니다. 어떤 사진과 영상도 조작됐을 수 있고, 또 진짜일 수 있습니다. CCTV화면을 AI로 조작해 범죄자의 얼굴을 조작한다면. 배달음식에 머리카락이 나온것처럼 속인다면…?
요즘 아이돌팬들 사이에선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사진 또는 영상과 자신을 합성해 한 프레임에 담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던데, 이제 딥페이크 범죄와 놀이의 경계도, 진짜와 가까의 경계도 모호해진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