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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맨프란시스코!

남녀 성비 8:2의 진실: 여자들은 패션이, 엔지니어는 사랑이 필요해

by 고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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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재밌는 행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눈에 띄어서 좀 더 취재해 기사로 써볼까하다가 너무 마이너한 행사라 블로그에 소개합니다. 알았다면, 진작 놀러갔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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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명 Enforced Ratio Party. 지난 16일 샌프란시스코의 테슬라 쇼룸에서 열렸습니다. AI 스타트업과 로보틱스 업계 종사자들이 개인적으로 주최한 파티에요.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걸스 나잇’이라고 봐도 무방할만큼 핑크핑크한 분위기.

이 파티는 이른바 ‘맨프란시스코’를 풍자하기 위해 열렸습니다. 맨프란시스코는 맨(man)과샌프란시스코를 합친말로,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지역에 남성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을 환기하고 풍자가히 위한 행사였어요. 비슷한 말로는 맨호세(맨+산호세)가 있어요. 이 때문에 남녀 성비는 50:50으로 각각 200명씩 초대했고, 남성의 경우 여성과 동반입장하거나 여성 다수가 추천해야합니다.

주최자들은 이 불균등한 성비 문제를 파티 전체에 풀어냈습니다. 드레스코드는 바비글램(Barbie Glam). 파타고니아나 후드티로 대표되는 남성중심적 스타트업 복장 문화를 풍자한 것입니다. 칵테일 메뉴는 The James Damore, Barbenheimer, 404 Women Not Foundㅋㅋㅋㅋㅋㅋ. 404 Women Not Found가 진짜 웃긴데요. 그 외에도 파티에서 주요 주제는 일, 직무 얘기보단 외모나 패션 얘기였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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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여자가 없길래?

진짜 없긴 해요. 이 지역에서 두 달 정도 살았지만 실제 남녀 성비가 맞는 모임이나 파티는 거의 없어요. 지역 전체의 성비를 고려했을때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지역의 남녀 성비는 8:2입니다. 빅테크도 7:3이란 통계가 있네요.

그럼 이걸 왜 풍자하나?

불균등한 성비에 따라 이 지역의 네트워킹과 사회적 관계에서 늘 여성과 여성의 관심사가 소외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여성들은 남성들의 따분한 일 직무 얘기, EQ부족, 여성이 마이너리티가 되는 이런 상황에 대한 반감이 많다고 합니다.

실제 그렇습니다.

빅테크 기업과 글로벌 테크씬은 남성중심으로 돌아가요. 여튼 이런 집단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남성보다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업계엔 남성 중심적 문화가 당연히 자리잡아있습니다. 빅테크CEO중에도 여자가 없네요. AMD리사수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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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같은 여성들이 관심있는 영역에서의 발전이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스타트업 LUUM에서 하는 로봇 속눈썹 연장술 관련 글을 썼을 때 “남성중심적 실리콘밸리에서 뷰티 테크 발전이 어렵다”는 얘기를 썼었는데 진짜 맞아요. 예전에 한 교수님께서 “요새 모 한국 화장품업체랑 화장품에 AI비전기술을 입혀 피부상태를 체크해서 알맞은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식의 기술협업을 하고 있다”고 하시면서 “거기 직원분들도 AI를 아예 모르고, 우리는 화장품을 아예 몰라서 서로 하나하나 물어가면서 일한다”고 하신적이 있습니다. 진짜 그런 일이 ‘여성산업군’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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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데로 새는 얘기인데, 실리콘밸리 정말 패션과 뷰티 절멸 도시인거 아시죠? 다들 똑같은 티셔츠에 후드입고 회사다니고, 안꾸며요. 돈은 수십~수백억씩 벌면서 회사갈떄 죄다 목늘어난 회사티셔츠 맨투맨입고 다닙니다. 알고보면 다 명품이라는 ’김씨룩’ 정도면 패셔니스타에요.

그래서 유통업체들이 다 망해서 나갔습니다. 한국에서 뉴스로 실리콘밸리 소식을 접할땐 샌프란시스코가 노숙자많고 마약범죄에 상가가 비싸서 백화점이니 자라니 패션브랜드들이 나가는줄. 그게 아니고, 그냥 아무도 안사는 거에요. 꾸미면 튀는 사람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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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비를 그럼 남성들은 좋아할까요? 제가 봐 본 결과 그렇지 않아요. 쫌 다른 차원일 수 있는데, 사랑을 하기 힘들기 때문! 여자는 없고, 싱글 남성이 많으니까 미스매치가 대박입니다. 제가 산호세에 집을 구한다고 했을 때 “맨호세로 간 것을 축하한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실리콘밸리 한 항공업체에 다니는 지인은 “싱글 여성 자체가 적고, 있어도 대부분 테이큰, 없는 사람은 남초인 실리콘밸리에서 너무 눈이 높아져 결국 또 미스매치가 심화된다”고 했습니다.


남초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이 사랑과 연애를 하기 위한 노력은 다양합니다. 최근 들은 재밌는 일화는 뉴욕같은 대도심에 있는 지사로 트랜스퍼를 한다는 것! 가령 메타 직원이라고 해봅시다. 남초이자 또 시골이기도 한 실리콘밸리 멘로파크 본사에서는 일-집-일-집이지만, 뉴욕엔 놀거리가 많습니다. 엔지니어밖에 없는 실리콘밸리와 달리 직업군도 더 다양합니다.

한국으로 사랑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한 달씩 한국가서 재택근무를 하거나 휴가를 쓰고 ‘결혼해 듀오’같은 결정사 만남을 하고 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해요. 미국살이에 열려있고, 같이 데리고 올만한 사람을 물색하는 것입니다. 현지에서 결혼생각이 있는 싱글 여성을 만나기 어려우니, 최근 결정사에서는 한국에서 미국에 사는 남녀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답니다. 교회 러닝, 등산, 트래킹같은 다양한 모임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이 동네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 결혼하고 온 사람.

결론! ‘맨호세’ ‘맨프란시스코’에선 이유는 다르지만 남녀 모두 힘들다. 어떤 영역이든 어떤 상황이든 다양하고 균형잡힌게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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