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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AI랑 대화 말고 게임하렴!"

게임스타트업 3사 대표 인터뷰: 게임의 핵심은 사람간 상호작용

by 고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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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실리콘밸리 구글 써니베일 사무실에서 한국 게임스타트업 3사 대표님들을 만났습니다. 구글플레이는 매년 한국 스타트업의 스케일링을 돕는 ‘창구’라는 프로그램을 열고 스타트업 100사를 지원하는데, 여기서 잘 한 우수개발사 15사가 구글 본사에 글로벌 연수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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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게임 개발사들이 온다기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AI를기반으로 한 플랫폼이나 서비스 개발사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AI가 붐이고, AI에 VC돈의 70~80%가 몰린다고 하니. 그런데 15사 중에서 7사가 게임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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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게임을 별로 해본적이 없는 ‘겜알못’의 눈에는 프로그램 참여 기업 중 절반이 게임사라는게 인상깊었습니다(앱·게임사 초청이니,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당연했을수도ㅎㅎ). 그래서 여러 기업 중에서 게임 3사 인터뷰를 하기로 했습니다. “방구석에서 AI랑 재밌게 놀 수 있는 시대에! 게임이 살아남을 수 있나”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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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가량의 인터뷰가 끝난 후 내린 결론은 AI시대 게임산업은 확실히 더 성장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생각한 첫 번째 이유는 게임 이용 시간의 증가입니다. 업무 생산성이 올라가며, 수 일이 걸리던 일을 AI툴을 사용해 단 몇분이면 할 수 있게됐습니다. 여가 시간은 늘어났고, 사람들은 더 많은 엔터테인먼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시간은 AI시대에 늘어날 것입니다.


심지어 AI사용으로 게임 스타트업들에겐 기회가 더 많아졌습니다. 그동안 작업 시간이 많이 들던 배경, 캐릭터, UI 등 시각 요소 제작을 AI가 돕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코딩만 하는게 아니라 별의별것을 다한다고 합니다. 게임 속 세계관이나 시나리오를 논리적으로 짜는 일, 캐릭터의 성격이나 개성을 만드는 일까지도 AI가 해준다고 해요.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설계나 시스템 고도화 같은 기술적인 요소는 더 당연히 AI의 몫이 됐습니다. 한 대표님은 “AI가 내놓는 결과물을 보면 15년 차 시니어 엔지니어 같다”고 했습니다. 작가나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많은 고용을 할 수가 없는 스타트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됐고,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라도 AI를 팀원으로 싸게 고용(유료 구독)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은 ‘사람과의 연결’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싶어하잖아요. AI시대가 될수록 저는 역설적으로 이런 욕구와 소통의 가치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게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들은 방구석, 히키코모리, 공부안한다고 엄마한테 혼남 같은거에요. 아무리 E스포츠가 뜨고, 페이커가 잘나가고, 게임의 순기능이 많아도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날 세 대표님을 통해서 들은 게임은 무엇보다 사람간 연결이 중요했어요. 게임 내에서 사람들과 채팅창으로 토크온으로 소통하고 함께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상호작용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또 게임 밖에서 온라인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정모’같은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합니다. 게임을 소재로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입니다.


한 방치형(RPG)게임사 대표님은 “게임에 채팅창이 없었는데 ‘채팅창 만들어달라’는 피드백이 많았다”며 “AI와의 대화보다 훨씬 더 건강한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게임을 통해 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만큼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또다른 대표님은 “이용자가 게임을 하는 이유는 고립되려는 것보단 사람들과 연결되고,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소통하고 싶기 때문”이라며 “게임 안이나 커뮤니티 소통부터 ‘정모’라고 불리는 실제 모임까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상호작용하게 할지 고민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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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행사에 연사로 초청된 진정희 NC아메리카 대표님도 여러 차례 비슷한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게임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에 있다”며 “사람들끼리 게임을 재밌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게임 안에서 더 많은 상호작용을 만들고, 이로인해 유대감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문화가 다른 이용자들끼리 유대감을 갖게하는 것, ‘글로벌 정모’를 대체할만한 커뮤니티나 소통채널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실제 AI시대에도 글로벌 게임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입니다. 특히 모바일 게임 시장은 올해 1057억달러(약 147조원)의 수익 달성이 전망되며 2027년까지 연평균 6%씩 성장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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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은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좋다고 합니다. 심지어 K팝데몬헌터스, 블랙핑크 등 한국 문화가 글로벌리 알려지면서 한국 게임에 한국 전통적인 색채를 입히기가 쉬워졌다고 해요. 한 대표님은 “게임 안에 저승사자를 모티브로 한 ‘사자’ 캐릭터가 나오는데, 최근 넷플릭스 K팝데몬헌터스에 ‘사자 보이’가 인기를 끈 뒤 모두가 더 알아봐주고 즐거워한다”며 “한국적 세계관을 게임에 입히기 가장 좋은 시기가 됐다”고 했습니다. 이 기회에 글로벌로! 심지어 한국은 인구가 줄어서 게임 이용자도 적어지고 있으니까요.

AI에 더 몰입할수록 인간 소외, 불통이 심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엄마가 방문 열고 챗GPT하지말고, 게임하라!는 풍경을 보게되진 않을지!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24258?type=journal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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