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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니와 샤넬광고가 없는 도시

셀레브랄 밸리: 기술이 크는 곳에 돈 사람 상점 회사 다 모인다

by 고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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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뉴욕에 다녀왔습니다. 타임스퀘어와 브로드웨이를 걸으면서 진짜 진짜 많은 광고판을 보았습니다. 타임스퀘어 한복판의 자랑스러운 삼성 광고부터, 뮤지컬 화장품 연예인 명품 패션 은행 기업 슈퍼마켓 뉴욕시에 대한 광고판까지. 역시 뉴욕은 미국의 중심을 넘어 세계의 중심이군.


이 그림이 왜 생경한가 했더니 화장품과 연예인 광고가 없는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는 실리콘밸리라 불리우는 베이 지역의 가장 북쪽에 있는 대도시에요. 오픈AI, 세일스포스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 크고작은 테크 스타트업들까지 이곳에 모여있습니다. 뉴욕이 미국을 넘어 세계 금융의 중심이라면, 샌프란시스코는 테크의 중심입니다. 그래도 나름 미 서부의 대도시이자 큰 관광지인데, 연예인 광고? 화장품 광고?그런거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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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온 도시가 인공지능(AI)와 테크 기업 광고로 뒤덮여있습니다. 먼저 실리콘밸리를 잇는 샌프란시스코101프리웨이 빌보드를 봅시다. 고속도로에 디지털이 아닌 빌보드가 여전히 이렇게 많은 것도 놀랍지만 테크기업들의 제품광고가 대부분입니다. 과거엔 반도체 같은 하드웨어나 모바일 앱 광고가 많았다고 하는데, 요샌 모든 곳이 AI, AI, AI! 덕분에 이 고속도로를 자주 지나다보면 요근래 테크업계, AI산업계에서 어떤 것이 화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아마 이 빌보드에 어떤 광고를 했는지 흐름을 쭉 살펴보면, 테크사도 엿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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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내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버스정류장, 도시 곳곳의 벽에도 AI광고가 가득해요. 테크 중에서도 ‘AI’뿐입니다. 전자상거래 기업(아마존)도, 소셜미디어 기업(메타)도, 약 3년된 스타트업(오픈AI)도, 스마트폰 회사(애플)도, 이 외에 서로 다른 포트폴리오를 가졌던 모든 기업들이 AI로 한데 모이니 당연하죠. 많아질뿐 아니라 더 자극적이여지기도 해요. 수많은 AI기업과 AI제품 중 눈에 띄어야 하니까요.


사실 샌프란시스코는 망해가던 도시라는 오명이 있었습니다. 더 과거엔 공실률이 거의 0에 수렴할만큼 테크로 대표되는 신흥 부자도시의 상징이었는데요 코로나가 쇠락의 시작이었어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재택근무가 일상화됐고, 공실률이 늘었고요. 게다가 좋은 날씨때문인지 노숙자와 마약, 범죄 문제까지 큰 문제가 됐어요. 그러니 코로나가 종식해도 도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기업들이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며 ‘샌프란시스코 엑소더스’라는 말까지 있었습니다. 요새 ‘서학개미 인기 종목’ 팔란티어가 댄버로 떠났고, 테슬라도 텍사스 오스틴으로 떠났습니다. 사무실 공실률은 30~40%에 육박했고, 백화점이나 자라 같은 패션 브랜드들도 샌프란시스코를 떠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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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의 AI붐은 망해가던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살리고 있어요. 우선 광고가 늘어나니 광고주들이 돈을 벌겠네요. 근데 그런 차원이 아닙니다. AI산업이 커지면서 도시를 떠났던 기업, 사람, 상점이 다시 돌아오고 있어요. 범죄 노숙자가 아예없는건 아니지만, “제2의 골든러시”라 할만해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5월 “AI가 샌프란시스코를 되살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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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생태계가 탄탄하기 때문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엔 AI대중화를 이끈 오픈AI를 비롯해 수많은 AI 기업이 있어요. 기업을 따라 인재·투자자가 몰려있어요. 그러니 “미워도 다시 한번” 샌프란시스코를 찾는 것입니다. 기업이 있고, 좋은 AI제품이 여기서 나오니 투자자가 몰리고, 투자자가 몰리니 AI스타트업이 여기서 생깁니다. AI스타트업이 몰리니 다시 인재가 오고, 또 기술이 크는 그런 선순환이 최근 계속되며 활기를 더 띠는 것 같습니다.


실제 지난달 28일에 저는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북동쪽에 있는 워터프론트 플라자(Waterfront Plaza)에 갔었어요. 여기 스타트업들이 몰려있는 건물인데, 활기가 넘쳤습니다. 월~목 평일 점심때만 문을 여는 푸드트럭 앞엔 인근 사무동에서 나온 직원 5~6명이 줄을 서 있었고, 직원들이 공유주방에서 삼삼오오 점심을 먹고 있었어요. 지난해까지 이 건물 공실률은 40%에 육박했다고 해요. 그러나 지난 5월 이후에만 AI 대출, AI 음성 서비스 등 AI 스타트업 5곳이 한꺼번에 입주했고, 이후에도 임대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고 합니다. 부동산 중개업체 제임스타운 관계자는 “AI 클러스터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실제 샌프란시스코를 떠났던 기업들이 유턴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소크라테스의 제시카 거윈 공동 창업자는 지난해 말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다시 이사 오면서 “AI를 한다면 이곳에서 해야 한다”고 했었어요. 암호 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4년 전 샌프란시스코를 떠났다가 최근 다시 사무실을 열었습니다. AI 기업 데이터브릭스도 지난 4월 이곳에 본사 사무실을 다시 차렸습니다. 이런 흐름이 상점가도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시 당국에 따르면 도심 유동 인구도 점차 늘어 4월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75% 수준까지 회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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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 이어 ‘셀레브랄밸리’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뇌·지능이란 뜻의 셀레브랄(Celebral)과 밸리(Valley)를 합친 말로, AI스타트업이 이 지역에 몰리고, 아파트를 빌려 같이 숙식하며 AI제품을 개발한다고 합니다. 과거 실리콘밸리가 실리콘(반도체)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산업을 상징한다면, 셀레브랄 밸리는 소프트웨어인 AI산업의 부흥을 상징합니다.


요새 AI로 돈이 몰리면서 거의 AI인재에 대해 수백~수천억을 기업들이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샌프란시스코가 억만장자 1위 도시에 등극했습니다. 막 다녀온 뉴욕이랑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에 거주하는 억만장자는 82명, 뉴욕(66명)을 제치고 1위 도시가 됐습니다. 전녀 대비 증가폭도 샌프란이 가파른데요. 억만장자는 전년 대비 14명이 늘었습니다. 뉴욕은 같은 기간 6명 늘었대요. 금융·부동산 같은 전통사업보다 확실히 신흥산업인 AI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겁니다.


뉴욕보단 역시 샌프란인가? 개인적 선호를 말해보자면 저는 극단적인걸 좋아하는데, 그래서 샌프란보단 깡시골인 산호세 또는 대도시인 뉴욕이 좋아요.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921406?type=journal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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