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잘리면 뭐해야돼?에 관한 잡담
8월 말 뉴욕 출장에서 재밌는 일이 많았습니다. 뉴욕 방문 자체가 처음이라 뉴욕을 경험한 자체가 새롭고 신기했고, 출장도 재밌었지만요. 또 난생 처음 하보는 일들이 많았어요.
그 중 가장 즐거웠던 경험은 ‘방문 보톡스‘ 체험이었습니다. 올해 법인은 설립한 한국 스타트업 서울스킨! 집에 방문해서 보톡스를 놔줘요. 바쁘고 재택근무해야하는 뉴욕 직장인들에게 딱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쌉니다. 미국은 뷰티가 다 비싸서 뉴욕에서 보톡스 맞으려면 $350정도 내야하면, 같은 용량을 $170정도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국보단 여전히 비싸지만, 그래도 반값이니까요! 규모의 경제를 이뤄서 빨리 가격 더 많이 내려줬으면.
여튼 이 사업은 좋은 사업입니다. AI가 일자리를 뺐어가고, 집안일을 대신해주고, 세상을 아주 크게 바뀌어도 보톡스 수요는 계속 있을거같아요.
이런 생각을 하다가 정리해본 AI시대에 더 더 중요해질 것 같은 것들. 보고 느끼고 경험한것들을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한 잡담의 요약본입니다. 술자리 헛소리에 가까운 단상들이니 가볍게만 봐주길!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인간성'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옛날엔 엑셀작업과 같은 단순노동은 AI가 대체하지만, 예술의 영역은 AI가 못할 것이라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제 AI는 EQ도 사람보다 낫습니다. 위로도 잘해주고 공감도 잘해주니 AI한테 연인처럼 의존하는 일도 생겨납니다.
앞으로 대부분의 것을 AI보다 못하는인간이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은 단 하나 외모. 더 먼 미래에 정밀하게 피부를 만드는 기술이나, 복제인간같은 로봇이 나타나면 신체마저도 인간만의 고유성이 아니게 될 수도 있지만, 그런 시기가 오기까진 아직은 좀 시간이 남은것 같으니.
그래서 얼굴과 몸을 위한 돈과 시간 쓰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슬프지만(?) 외모지상주의는 더 심해질 것 같아요. 업무생산성이 높아서 여가시간이 많아질지면
1)그루밍 시간이 증가
2) 예쁘게 놀고 싶음
특히 인간 수명은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AI기술이 병 진단이나 신약개발 등에 쓰이면 아마 인간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간은 더 길어질 지도 모릅니다. '늙고 죽는다'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면 젊어보이는 것은 권력이 될테고, 이를 위해서 사람들은 더 많이 지갑을 열겁니다. 지금도 안티에이징과 리버스에이징 산업은 아주 핫합니다.
K뷰티 열풍, 보톡스 등 피부과 열풍, 러닝 열풍, 운동복 열풍. 웰니스와 관련한 모든 사업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각적으로 예쁜 것은 다 중요해질 것입니다. 예쁜 것 말고는 다 기술이 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AI는 물성이 없으니 제 가방에 달 수는 없거든요.
저는 그래서 이 기술경쟁의 끝에 도리어 저는 도리어 "예쁜거 파는것" 즉 소비재 유통이 가장 유망해질 것 같기도합니다. 저도 한국에서 예쁜 양말, 키링같은거 떼다가 미국에다 팔고싶은 충동을 자주자주 느끼고있어요.
'예쁜 것'에 속하는 블랙핑크같은 것도 쭉 유망할 것입니다. AI로 더 좋은 곡을 만들 수'도 있고, 지수보다 훨씬 예쁜 가상의 AI아이돌을 창작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그건 희소성이 없고, 또 실존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더 예쁜 가상의 아이돌이 나오더라도 희소하게 실존하는 예쁜 사람과 연결되고 팬이되고 그들을 화면으로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쭉 있을 것 같습니다. AI아이돌도 전혀다른 새로운 AI아이돌보단 지수나 제니를 AI화해서 여기저기 써먹는게 더 돈이 될 것입니다.
요즘 테크기업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 "우리 곧 다 잘려“.
친구들 만나면 맨날 ‘앞으로 우리 어떻게되는거냐’같은 답없는 얘기를 하는데요. 구글 딥마인드에 있는 한 친구는 "우리의 예상보다도 AI의 발전속도가 너무 빠르다. 올해 초 코딩의 30%정도를 AI가 했는데, 8월인 지금 90%를 AI가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다른 구글 친구는 "곧 모두가 잘리고, 기본소득을 받고 일안하며 살고, 일을 하는 것이 '특권'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최대 고민은 "어떻게 잘 노나"입니다. 더 잘 놀고, 새로운 것을 많이 경험하는 사람이 제일 재밌게살게될 거에요. 일로 자아실현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이제 '스페셜리스트'의 영역은 AI가 해줄테니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경험들을 잘 연결지어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 중요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AI로 점차 더 디지털화 원격화될 수록 저는 이에 대한 피로도도 커진다고 생각해요. 유튜브 중독자들이 늘자 반대급부로 '텍스트 힙' 바람이 불며 책보기가 유행하듯이 AI시대에 오프라인 모임, 소셜활동, 사람간 상호작용은 더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보드게임을 만들어 파는 스타트업 '카드몬스터'라는 곳을 알게됐는데, 한 행사에서 대표님이 "사람간의 상호작용이 더 중요해지고 오프라인 만남을 바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흐름이 확실히 보여진다"고 하셨습니다. 공감합니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겸 CEO는 "기술의 시대 인간다움의 가치는 더 커졌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고. 역시 공감합니다. 여행, 체험, 운동 이런 오감을 사용해 함께 즐기는 것을 잘하는 능력을 키워야겠습니다.
그래서..어쩌면...문과가 다시 유망해질 수도? '문과'라는 말이 더이상 유효할진 모르겠지만, 여가시간이 아주 많아지는 미래에는 새로운 체험과 여가보내기의 일종으로 책과 인문학 강의, 인문학 체험 등이 다시 뜰지도. 실제 요근래 흥미롭게 본 미국의 트랜드 중에 하나가 '술 먹으면서 인문학 강의 듣기' 프로그램입니다. 우리나라 '트래바리'같은데서 많이 주최하는 문화 행사 중에 하나인데, 술 깔아놓고 공연보듯이 술집에서 전문가 초대해 양자역학 배우고 역사 배우고 하더라구요. 저도 참여해보고 싶어 '렉처온탭'이란 샌프란시스코 프로그램 티켓을 사보려고했더니 솔드아웃. LA거도 솔드아웃.
사람간 상호작용이 중요해지면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AI는 밖에 나가서 고객을 만나고, 영업을 하고, 네트워킹파티에가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지 못합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얻어온 정보를 열심히 학습해서 빨리 가공 요약해주는 일을 합니다. 심지어 이런 AI한테도 지시 잘하려면 커뮤니케이션 능력 필요할득.
실제로 요즘 실리콘밸리에선 '문과 우대' 움직임도 있다고 해요. 뉴욕연방준비은행 최근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22~27세 미국 대학 졸업자의 평균 실업률은 4.8%. 그런데 인문·사회계열 전공 실업률이 이공계 전공과 비교해 더 낮았다고 해요.미술사가 3.0%, 철학이 3.2%, 외국어가 4.0% 등인 데 비해 컴퓨터공학 7.5%, 물리학 7.8%, 화학 6% 이었다고. 추세로 봐도 이공계는 계속 실업률이 올라가는데 반면 비이공계 전공은 계속 내림세라고. 엔트리레벨 엔지니어는 뽑을 이유가 없는 반면 문제 정의, 기획, 윤리적 판단, 이해관계 조율 능력은 여전히 조직에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문과생이 잘 할 수 있는 일! 실제로 AI 스타트업 창업자 중에도 비이공계 전공 출신이 늘고 있습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AI는 특정 직업만을 대체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화이트칼라 사무직이 가장 먼저 타깃이 되겠지만, 머지않아 육체노동의 영역까지도 기술이 대체할 것입니다. 모든 직업의 하방부터 대체할 것입니다. 약사를 대체하고, 의사를 대체하지못하는게 아니라 약사와 의사의 1년차 주니어부터 AI가 이길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위권 사람들은 진짜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릅니다. 취준생들은 진짜 취업을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마치 '최저임금'처럼 하방을 보전해주는 공무원이 다시 유망해 질 수도 있겠단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기술 도입으로 정부도 행정효율화를 하면 지금처럼 많은 공무원이 필요하진않겠지만, 어쨌든 사람이 해야할 일들이 있고, 대민업무도 해야하니까요. 그리고 국가가 없어질리는 없을테니까.
그럼 상방은 누가 점하나? 유명한 사람일 것같습니다. 대중적인 인플루언서든지, 능력이 뛰어나서 그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이던지 여튼 유명하고 알려진 '개인 브랜드'가 있는 사람인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AI보다 똑똑하진 못할꺼고, 그러면 자기 이름과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 돼야하는!
근데 저는 이런 세상이 생각보다 더 더 더 더느리게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1994년 IBM에서 처음 스마트폰을 내놨는데, 그게 다 보급되기까지는 수십년이 걸렸어요. 음성비서라는 '시리'나 '알렉사'가 도입된지 오래됐지만, 지금까지도 저는 그 기능을 잘 안씁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테크의 발전에 별 관심이 없고, 큰 불편함이 없는 한 살던대로 살고싶어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