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기포자'가 되지 않는 법
뉴욕 다녀온 얘기를 여러 글에 걸쳐 언급했습니다. 진짜 목적은 ‘양자컴퓨터’였습니다.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을 제일 잘 하고 있는 IBM의 왓슨리서치센터에 가서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보고 왔습니다.
한두번 가는 출장이 아니지만, 이번 출장은 출장 전부터 기사를 쓸 때까지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양자컴퓨터를 제가 몰라요. 잘 풀어서 설명해줘도 어려운 개념을 출장길에서 제가 다 소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고, 그런 내용을 잘 읽히도록 기사를 쓰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과학공부는 중학교때 사실상 졸업한 외고-인문대 출신의 문과사람입니다ㅠ
양자컴퓨터란?
양자 중첩(superposition)을 통해 각 큐비트가 0과 1의 고전적인 이진 상태가 아닌, 두 상태의 선형 결합으로 존재함으로써 2n2^n2n개의 상태 공간을 동시에 탐색. 양자 얽힘(entanglement)을 통해 서로 상관관계가 있는 큐비트들 간에 고전적 통신 없이도 연산 결과에 영향을 주는 상호작용이 가능해, 병렬성과 상호 의존성 극대화. 특정 문제에서 고전 컴퓨터 대비 지수적 또는 제곱근 수준의 계산 효율 향상을 가능하게 한다.
한국말인지도 의문인 이 설명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는 없습니다. 기술과 관련한 글을 쓰려다보면 이 지점이 늘 어렵습니다. 어렵게 쓸 수도 없고, 쉽게 쓴다고 잘못된 설명이나 비유를 내놓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쉽게 쓰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찾은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1) 엄밀히 보면 다른 용어여도 대세에 지장 없으면 똑같이 쓴다. 가령 1-1) ‘양자칩’과 ‘양자프로세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합치고, 1-2) ‘샹들리에’ 구조물은 양자칩+냉각장치가 있어 과학적 용어로는 ‘희석냉장고’인데 걍 양자컴퓨터라고 합니다. 세종대왕의 종성부용초성같은겁니다.
2) 비유를 많이 든다. 2-1) 양자컴퓨터에선 냉각을 위해 헬륨을 압축, 순환해 만드는 소리가 난다는 내용을 ‘병아리 울음소리’로 비교해주고 2-2) 양자컴퓨터만으로는 이해가어려우니 고전컴퓨터와 그 성능을 계속 비교해줍니다.
그렇게 정리해서 올린 양자컴퓨터 기사계획 보고. 하지만 데스크에서 한 첫마디, “예상대로 어렵네”ㅎㅎ.
휴 맞아요.
진짜 기술은 어렵습니다. 심지어 엔지니어들의 설명은 대체로 불친절합니다. 많은 사람에게 가 닿는것 보단 ‘정확’한게 더 중요해서 그런거 같아요.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이란 기생충 한줄평을 언급하며 “어려운 것을 쉽게 쓸 순 없지 않느냐”고 하셨는데, 비슷할 거 같아요. 또 한편으론 의사들의 차트에 알 수 없는 영어가, 판결문에 일상적이지않은 고어가 가득한 것처럼 전문가집단의 특징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흐린눈합니다. 매일 챗GPT는 붙들고 살지만 정작 AI가 뭔지 어찌 작동되는지 관심갖는 사람은 드물고, 비트코인은 사지만 그게 어떻게 돈이 되는지는 잘 모릅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이 없냐면 테크 기사 잘 안읽어요! 정치 사회 기사를 쓸 때 매일매일 날아들던 욕메일, 이젠 가끔 그립기도(?)
하지만 기술을 잘 이해하고 쓰는 ‘기술 리터러시’는 어느때보다 필요한 것 같아요. 아주아주 딥한 내용은 전문가들에게 맡기더라도 돌아가는걸 조금은 알아야 비판적으로 더 잘 쓸 수 있고, AI한테 ‘당하지’않을 수 있습니다!!
진짜 AI한테 뒷통수 맞기 너무 쉬운 최근입니다! 이미지 기술이 발달하면서 진짜 사진과 가짜 사진을 구분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사진을 조작해 공무원에게 거짓민원을 하는 식의 일도 있다고 합니다. 관련 규제는 느려서 개개인이 알아서 비판적으로 판단해야하는 영역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모든 답을 다 아는 AI를 보고 ‘우리를 구원해줄 메시아’라는 ‘AI교’도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완전하지 않음에도 이를 과신해 음주운전을 하거나, 차 안에서 딴짓하는 영상도 소셜미디어에서 화제입니다.
그래서 많이 접하고 읽어야합니다! 수학도 포기 안했는데(?) 기술 이해를 포기하면 너무 억울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