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폰 픽셀10’ 구글 스토어 방문기
지난주 미국 뉴욕시 윌리엄스버그에 있는 구글스토어 매장에 다녀왔습니다. 가려고 찾아간건 아니고, 브루클린 지역에서 놀다가 눈에 보여 들어가보게됐어요. 때마침 이달에 구글이 '픽셀 10 시리즈'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등 신제품을 대거 출시했거든요. 가장 가운데에 이달 출시된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 10' 시리즈가 가운데에 전시돼 있고, 이 외에 구글의 스마트워치·무선 이어폰·스마트홈 기기 등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벽면 곳곳엔 구글 스마트폰에 내장된 AI기능을 설명하는 글과 영상이 소개되고 있었고요. 직원이 친절하게 안내하면서 "AI기능을 보여주겠다"며 직접 사진을 찍어 AI로 사람을 지우거나, 두 사진을 합성하는 등의 시연도 해주고 "후면 카메라 디자인은 구글 서치엔진을 본딴 것"이라며 브랜드에 대한 설명도 했습니다. 2년 간 여기서 일했다는 직원 조나단씨는 애플과 픽셀폰 두 개를 다 쓰고 있었는데, 픽셀폰이 더 좋다고 합니다ㅎㅎㅎ
특히 이번 폰은 여러 의미로 '애플'을 완벽 겨냥했습니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대의 최강자이지만 AI 경쟁에선 다소 고전중이에요. 시리에 AI기능 탑재를 연기했고, 이렇다할 새 기능들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요. 이 틈을 파고든 구글은 AI기능이 쩌는 "가장 똑똑한 폰"이라고 홍보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이폰이나 갤럭시로 양분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폰은 다들 잘 모르는데, '스마트폰=애플' 공식보다 'AI=구글 제미나이'를 내세우며 스마트폰보단 AI에 방점을 찍는 것입니다.
그래서 광고도 웃겼어요.
“If you buy a new phone because of a feature that's coming soon... but it's been coming soon for a full year... you could change your definition of 'soon.' Or you could just… change your phone.”(“기능이 ‘곧 나온다’는 이유로 새 폰을 샀지만, 그게 벌써 1년째 ‘곧 나온다(noon)’면… ‘곧’의 정의를 바꿀 수도 있고… 그냥 폰을 바꿀 수도 있죠.”)
“Get outside your comfort phone.”(익숙한 폰에서 벗어나라)
"Ask more of your phone"(폰한테 더 많은걸 물어보세요)
다시 구글스토어 이야기로 돌아가볼게요. 기능은 좋지만 인지도는 낮은 이런 AI폰을 잘 홍보하기 위한 창구가 구글 스토어입니다. 구글은 미국 내에만 총 7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T기기를 판매하는것 뿐 아니라 브랜드 자체를 체험할 수 있고, 다양한 제품을 만지고 써볼 수 있는 곳이에요. 제가 다녀온 윌리엄스버그 매장은 2022년에 문을 연 비교적 오래된 스토어인데요. 구글은 올해만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매장과, 텍사스 오스틴 매장의 문을 새로 열였습니다. 아직 8월인데. 또 플로리다에 8번쨰 매장을 준비중이고, 인도에 올해 중 첫 글로벌 매장을 열 것이라고 해요. 오프라인 매장을 점차 늘리고 있는 것이지요.
폰 만들때도 애플 의식하는 구글, 사실 오프라인 매장도 '애플 따라하기' 전략입니다. 구글판 '프리즈비(Frisbee)'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애플은 전 세계에 프리즈비 매장을 가지고 있어요. 한국에도 광화문 명동 강남 등 온갖 데에 천장 높고, 크게 사과가 그려져있고, 감각적으로 인테리어가 돼 한번쯤 꼭 들어가보고싶은 프리즈비 매장이 많이 있어요. 올해 기준 글로벌리 535개, 미국 내에만 273개라고 합니다.
그럼 왜 애플처럼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려는 걸까요. 하드웨어 시대를 대비하는 것입니다.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전후 빅테크들은 공격적으로 로AI소프트웨어 기술 투자를 해왔어요. 그리고 어느정도 기술이 고도화된 지금, 다음은 '하드웨어 경쟁'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미리 오프라인 매장을 많이 선수쳐 만들어놓고, 판매와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려는 전략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올 초 "AI다음은 피지컬AI"라는 말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1-1) 그 이유는 첫째 현존하는 스마트폰이 AI기능을 넣기 최적화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지금껏 없던 전혀다른 새로운 형태의 기기가 AI기능을 대중화하고 잘 쓰는데 더 적합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죠. 그래서 새 하드웨어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구글 애플 메타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만들고 있고, 팔지니 몸에 차는 핀같은 새로운 형태의 기기들도 개발 중입니다. 오픈 AI도 새 디바이스 만든다면서 '아이폰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를 영입한 바 있어요.
1-2) AI가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수익을 내려면 결국 기기를 사도록 해야한다는 계산입니다. AI는 점차 돈을 벌고 있어요. 업무 생산성을 높여주는 각종 AI툴을 기업이나 기관에 팔 수 있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맞춤형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다 B2B적 차원이고, B2C로 돈 벌려면 결국 '1인 1아이폰 보급'처럼 '1인 1 AI기기 보급'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구글만 이런 전략을 취하는 것은 아닙니다. 메타도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거나 소비자 접점을 늘리는데 적극적이에요. 미 실리콘밸리 본사 인근에 단 하나의 메타스토어를 운영중인데, 지난해 로스엔젤레스에서 메타의 스마트글라스인 '팝업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샵인샵 형태로 제품을 전시하기도 합니다. 오프라인매장 주요 제품은 레이벤 등 메타의 스타트 글라스에요. 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VR헤드셋, 스마트 글라스 등 하드웨어 판매 촉진을 위해 여러 신규매장을 열 계획이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어요. 이 외에도 대형마트인 타겟의 온라인몰과 안경점에서도 이 제품을 판매하면서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전기차 업체를 넘어 스스로를 AI기업으로 재정의하며 자율주행, 로봇 기술을 적극 개발중인 테슬라. 역시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있어요. 지난달에 LA에 '테슬라 다이너'를 만들었는데, 단순히 차를 판매하는 판매점과는 다르게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용자들은 전기차를 충전하면서 테슬라의 로봇이 서빙하는 음식을 먹고, 테슬라 내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다음주에 가볼꺼에요. 신난다.
중국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샤오미는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IFC몰에 한국 내 첫 공식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습니다.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TV, 가전 등샤오미 전 제품을 한 공간에서 체험, 구매, A/S도 가능한 통합형 체험 공간이에요.
AI기기 시대엔 이런 빅테크가 애플을 이길 수 있을까요? 사실 AI에서 아주 고전하고 있는 애플이지만, 하드웨어 경쟁이 본격화되면 '프리즈비' 네트워크를 가진 애플이 다시 유리해질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구글 등 빅테크도 '애플 프리즈비' 전략을 취하는 거겠죠?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치열한 AI경쟁, 과연 누가 이길지! 제미나이 기능을 가진 구글일지, 아이폰과 프리즈비를 가진 애플일지, 뚝심있게 VR,AR 안경을 만드는 메타일지! 음성비서 알렉사를 앞세운 아마존일지! 예측은 안되지만, 아마 조만간 아이폰, 태블릿, 애플워치, 에어팟에 이어 새로운 AI기기 하나쯤 더 살 각오는 해야하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