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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루앙프라방

행복이 오지 않을 땐 우리가 만나러 가야지

by 봄뫼여울

루앙프라방이라는 도시를 처음 들었다. 이름에서 고상한 프랑스 느낌이 난다. 유럽 어디쯤에 있는 고풍스런 도시가 아닐까 상상했었는데 아니었다. 루앙프라방은 인도차이나 반도 내륙에 자리 잡고 있는 라오스 제2의 도시다. 말이 좋아 ‘제2의 도시’지, 전체 인구가 4만에 불과하고, 시내에 상주하는 인구는 겨우 8천명에 그친다고 한다.


인구 4만의 도시가 한 국가에서 두 번째 가는 큰 도시라니 잘 믿기진 않지만 사실이다. 또 하나 빠뜨리면 안 될 사실은 이 루앙프라방이라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문화 유적지라는 점이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 1위로 뽑혔다고 하니 작가 최갑수가 그 매력에 푹 빠질 만도 하다.


그 도시가 가진 매력이 무엇일까 궁금하다. 루앙프라방은 이삼일 정도면 웬만한 곳은 다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은 도시인데도 한번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루앙프라방을 떠나는 것을 아쉬워한단다. 왜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주저하게 될까. 작가는 그곳에서 석 달째 머물고 있는 캐나다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그 까닭을 들려준다.


“아마도 이곳에서 시간의 실체와 마주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언제 시간과 진지하게 마주한 적이 있을까. 우리는 시간 앞에 옹졸했고, 급했고, 주저했고, 불안했고, 고독했지. 하지만 그들은 루앙프라방에 와서 비로소 시간이 어떻게 느리게 흘러가는지를 알게 된 거야. 시간을 소비하는 진정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거지.”


시간을 소비하는 진정한 라이프 스타일. 멋진 말 같긴 해도 실체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시테크時Tech’ 라는 단어가 나온 지도 벌써 오래 전이다. 이미 시간 또한 경제적 개념으로 치환(置換)되고 있는 사회 아니던가.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즐긴다는 것이 쉽게 이해 가지 않는다. 아마도 그곳이 루앙프라방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


최갑수는 골목에 대한 집착을 얘기하고 있다. 여행을 만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골목을 걷는 것이라고 써놓았다. 아름다운 골목과 만났을 때, 하염없이 걸어서 모퉁이를 돌아 골목 끝으로 사라지는 순간, 그리고 그 끝에서 만나게 될 누군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당신은 언젠가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고

별빛은 나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고

셍활은 언젠가 나를 안아줄 것이고

청춘......

그래, 청춘은 지나갔기 때문에

식어버려 재만 남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지.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버스를 기다리고 있잖아?

행복이 오지 않을 땐 우리가 그것을 만나러 가야지


마음을 움직이게 한 글귀다.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하지만 행복은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에게 쉽사리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 사실 행복이란 개념의 실체가 뭔지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면 내가 그것을 만나러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일주일 중 가장 힘든 날이 목요일이 아닐까. 피곤에 지쳐 휴식이 필요한 날이다. 인생의 목요일에 우리 모두에게는 루앙프라방이라는 안식처가 필요하다. 굳이 그곳이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을 날아가야 하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한 도시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 인생의 루앙프라방을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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