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구구절절

41. 이별

20170517_pm05:14

by 강민선

망원시장에서 꼬마김밥 네 줄을 사들고 먹으면서 합정역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중간쯤 왔을까, 대여섯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가운데 서 있는 젊은 여자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위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슨 일일까. 김밥을 씹으며 걸음 속도를 늦췄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만 모르고 그 일대의 사람들은 다 아는 것 같았다. 이미 한바탕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난 후였다. 여자 주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주변 상점 사람들까지 다 알고 있는 듯 걱정스럽고 측은한 얼굴로 여자 쪽을 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일까. 나는 길에서 우는 여자만 보면 그렇게 마음이 아플 수 없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고, 오죽이나 참을 수 없었으면 길에서 울까 싶어진다. 하지만 저렇게 주변의 낯선 사람들까지도 모두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면 단순히 실연 때문에 우는 것은 아니리라. 자세히 보니 여자의 주변에 있던 한 남자의 손에는 신문지로 싼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꼭 배달음식의 빈 그릇들을 신문지로 싼 모양새였다. 남자는 그걸 들고 여자 옆에 있었다. 그러다가 다함께 어디론가 이동했다. 여자도 이동했다. 신문지로 감싼 것을 들고 있던 남자가 먼저 그곳으로 들어갔다. 망원동물병원. 여자는 그 입구에서 도저히 못 들어가겠는지 멈춰 서고는 옆 건물로 들어가 오열을 했다. 잘 참았는데 또 우네. 주변에 있던 한 아주머니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옆 건물 벽에 기대 울고 있는 여자를 곁눈질로 보며 나는 그 길을 지나갔다. 입안에 든 김밥을 마저 삼켰다.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까웠다. 여자도, 여자가 방금 잃은 가족도. 사고가 난 걸까. 신문지로 그렇게 싼 걸 보면 집에서부터 데리고 온 것은 아닐 것이다. 여자가렇게 서럽게 우는 것을 보면 갑작스럽게 맞이한 이별 같았다. 준비할 수 없었고 준비할 생각조차 없었던 이별. 확실치는 않다. 물어볼 사람도, 알려준 사람도 없었으니까. 여러 정황으로 짐작만 해볼 뿐이다. 여자는 아직도 그 차가운 벽에 기대 울고 있을까. 이렇게 해가 쨍쨍한다. 이렇게 환하고 따뜻한데. 5월이고, 곧 여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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