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17_pm04:32
망원시장을 가로지르다 중간에 한 번 꺾으면 원목 가구 공방이 하나 나온다. 오며 가며 간판만 몇 번 본 적이 있는 그곳을 오늘 직접 들어가 보았다.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다행히도 인상이 좋아 보였다. 안녕하세요? 혹시 사장님이세요? 사장은 아니라고 했다. 오늘은 외부에서 작업 중이라고 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다름이 아니라 저는 도서관 직원인데요, 저희 도서관 뒤쪽에 숲이 있어서 거기에 작은 숲속 도서관을 지으려고 하는데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걸 만들려고 하거든요. 개당 가격이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해서요. 사진을 본 남자는 자세한 것은 사장에게 문의해봐야 알 수 있다면서 명함 한 장을 줬다. 오늘이 마지막 휴일이었고 내일이면 출근해서 예산을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남자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대략적인 금액만이라도 알 수 없을까요? 잠시 생각하던 남자는, 이쪽으로 한번 와보시겠어요? 하면서 나를 안내했다. 남자와 공방을 나와 조금 걸었다. 어디로 가는 거지? 해가 쨍쨍했다. 어제 입은 니트를 걸치고 나왔는데 완전 여름 날씨였다. 남자가 이끈 곳은 길 맞은편 베트남 쌀국수집이었다. 어제 여기서 저녁 먹었는데.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는데 남자가 말했다. 이 개집을 저희가 제작했거든요. 이 정도 크기에 모양이라면 사오십만 원 정도 돼요. 개집을 본 순간 번쩍! 딱 이 정도면 돼요! 쌀국수집 외관 색깔에 맞춰 개집도 노란색이었다. 베란다에 울타리, 지붕, 창문까지 달린 정말 예쁜 노란 개집이었다. 안에 개는 없었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딱 개집만 한 크기의 서가가 필요했다. 그런 서가를 숲길 이곳저곳에 세울 예정이었다. 이름하야 도서관 숲길 사업. 미심쩍은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구청과 주민센터에 제안서를 제출했고 직접 만나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오늘은 구체적인 사업 예산 설정을 위해 동네 나무 공방을 다 방문해본다. 그러면서도 이게 될까? 정말 될까? 의심스럽기만 하다. 되는지 안 되는지는 정말 되어봐야 안다. 그 전까지는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 구구절절 사업을 설명하며 이것저것 알아보는 수밖에. 다행히도 인상 좋고 친절한 남자는 설명을 잘 들어주었고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덧붙여주었다. 이곳에 상주하는 분이냐 물었더니 사장의 남편이라고 했다. 아, 그 또한 다행이었다. 부부가 함께하는 동네의 작은 나무 공방. 이웃 식당의 개집을 원목으로 예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 공방 안의 물건들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나무로 만든 테이블과 벽장, 그 안을 채운 크고 작은 소품들. 이곳에 다시 방문할 날이 올까? 이들과 숲속 서가를 함께 만드는 날이 올까? 정말 올까? 여전히 의심스럽고,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까운 마음이지만, 문득 이 사업이 꼭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이다. 이런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