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내가 한 말들 때문에 후회를 하고 만다. 오후 세 시쯤 카톡이 왔다. 아는 사람이 사서가 되고 싶어 한다는데 방법이 뭔지, 문헌정보학과를 전공하지는 않았고 나처럼 사서교육원을 나와서 도서관에 취업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내가 사서가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었다. 밥 먹었냐는 질문처럼 간단하게 물어보지만 사실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때마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야 했다. 나의 경우가 대다수의 경우는 아니므로 늘 단서를 달아야 했다. 최근 들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다른 누군가에게 사서가 되기를 권하고 싶지 않다는 데에 있다. 사서자격증을 따기 위한 과정은 얼마나 힘들었던가. 사서가 되기 위해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넣고 떨어지기를 반복했던 시간들은 또 얼마나 지겨웠던가. 그리고 막상 사서가 되고 난 이후에 느꼈던 실망과 슬픔과 분노와 좌절은 사서라는 직업에 품고 있던 환상을 조금씩 사그라지게 했다. 사서도 노동자다. 육체노동자이자 감정노동자다. 기관의 말단 직원이다. 평균 이상인 줄 알았는데 그냥 평균이라는 소리다. 평균이 어디냐, 평균이면 감지덕지 아니냐 싶지만 삶의 부분들이 전부 하향평준화 되고 있는 것만 같아서 만족스럽지 않다. 말이 길어졌다. 요점은 이런 불평과 불만이 마음에 쌓여 있는 와중에, 해야 할 일 또한 쌓여 있는 와중에, 그런 질문을 카톡으로 받으니 심기가 불편해진 것이다. 불편해진 심기를 지닌 채 두서 없이 펼친 말들은 길기만 길었지 성의도 없고 관심도 없는 질 낮은 수준의 대답뿐이었다. 카톡이 내 인생에 정말 도움이 되는 순간은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그 사실을 그새 잊었는가. 카톡이 서로간의 진심을 전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순간은 없단 말이다. 모든 오해의 불씨이자 심란함의 원천, 온갖 불길한 예감만이 존재하는 그걸 도구 삼아 뭔가를 전하려 했다니. 상대방도 알았을 것이다. 한동안 대꾸가 없었다. 후회가 치밀어 올랐다. 처음부터 간명한 사실만 전했다면 깨끗하게 끝날 수 있는 대화였는데. 집에 와서도 한동안 복잡했다. 사람은 다 다르다. 어휘 하나, 토씨 하나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도 천차만별이다. 그런 것을 일일이 조심하며 말해야 한다면 얼마나 피곤할까 싶지만 조심 없이 내뱉고 난 뒤에 저 먼 마음의 수평선으로부터 거세게 일어나는 후회의 파도를 막아낼 방법이 있는가. 없다. 그러니 매사 조심하라고 늘 일렀거늘! 내 실망과 슬픔과 분노와 좌절은 온전히 내 것이다. 내 두 팔을 벌려 하나도 놓치지 말고 내 가슴 안쪽으로 끌어 담아야 한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다. 하지만 오늘은 이렇게 결론을 내려야겠다. 절대로 타인에게 드러내지 말자고. 이판사판으로 싸우고 우리 다신 보지 말게! 할 거 아니면 함부로 티내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