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18_pm10:22
사실 부산 여행을 계획한 데에는 지난 주말에 있었던 부산아트북페어의 영향도 있었다. 하게 된다면 꼭 한 번 가봐야지 했는데 우연히 휴일 일정이 맞아 떨어졌고 그래서 행선지는 부산, 그것도 행사장과 가까운 해운대로 결정된 것이다.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쌍둥이 국밥으로 허기를 채우고(오후 두 시) 해운대 숙소로(오후 세 시), 짐을 부리고 가벼운 차림으로 다시 센텀시티로 이동했다(오후 네 시). 행사 이튿날이자 마지막 날이었고 오늘이 아니면 못 본다는 생각으로 부랴부랴 왔는데, 그렇게 온 사람치고는 너무 대충 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빨리 나왔다는 게 결론. 행사장이 생각보다 비좁기도 했고 그 좁은 공간을 사람들이 꽉 채우고 있기도 해서였는데, 사람이 많았다는 건 행사 주최자 입장으로는 반길 일이지만 내게는 큰 부담이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들을 하나하나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사람이 많은 것도 이유였지만 테이블 맞은편에 제작자가 떡하니 앉아 있는 것도 어색했다. 이런 풍경을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닌데 실제로 마주하니 참으로 민망했다. 내가 보고 있는 제작물을 코 앞에서 막 설명해주기 시작하는데, 그걸 만든 사람이 직접 설명하고 있는데 그냥 지나갈 수도 없고, 그래서 아예 제작자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나가버리는 테이블이 허다했으니 나 여기 왜 온 거야?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이다. 오기 전까지는 공식 홈페이지에도 들어가서 어떤 팀이 참가하는지 확인도 하고 참가자 계정도 일일이 들어가 어떤 작품을 만드는지 보기도 했는데, 나름 준비했는데, 좁고 낮은 공간과 그 곳을 가득 메운 엄청난 인파에 기가 눌릴 것은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나와 제작자와의 거리는 일 미터도 안 돼 보였다. 꼭 제작자가 앞에 앉아 있어야 했을까? 그냥 작품만 있으면 안 되나?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전시회도 아니고 즉각적인 피드백이 이런 마켓의 묘미였을 테니 어쩌면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를 일. 안면이 있는 사람들끼리는 친하게 얘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했지만 혈혈단신 서울에서 부산까지 찾아 온 나는 아무와도 인사하지 못했다. 관람객으로 왔으면서 왜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냐 묻는다면 심정적으론 나도 이미 제작자이기 때문이다. 심정적이기만 한 게 아닌 게 몇 권 만들기도 했다. 언젠가는 나도 이런 독립출판마켓에 내 제작물을 들고 참가해봐야지 하는 소망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한 뒤로는 자신감이 떨어졌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독립출판물이라고 하지만, 그곳도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구나, 하는 강한 이질감 같은 게 느껴졌다. 평소에도 소외감, 이질감 같은 걸 잘 느끼는 편이라 지레 혼자 단정해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가가려고 노력도 안 해보고. 한숨이 나온다. 어디에도 쉬운 건 없구나. 등단하겠다고 온갖 곳에 투고하고 다니던 때보단 마음이 많이 나아진 것 같은데, 등단이 힘드니 내가 직접 만들어 세상에 내보이겠다고 결심하고 혼자 꾸역꾸역 책을 만들고 있는 지금이라고 형편이 좋아진 건 아니다. 왜 나는 경계인의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거기 앉아 있던 사람들. 최소한 일이 년은 걸렸을지도 모를 자신의 분신들을 펼쳐 놓고 일이 초만에 일별하고 사라지는 이들을 바라보는 심정은 또 어땠을까. 이게 나의 첫 부산아트북페어 관람기다. 앞으로 또 갈 수 있을지, 내가 정말 참가자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날이 올지는 나도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