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구구절절

58. 문득

20170723_pm07:22

by 강민선

샤워를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샤워할 때뿐만이 아니라 다른 평상시에도 문득 문득 드는 생각인데 오늘은 유난히 샤워를 하면서 그 생각이 들었고, 생각이 그냥 평면적인 것이 아니라 아주 입체적으로, 동영상처럼 머릿속에 떠올랐다. 주말 어린이자료실. 사람들은 평소의 주말처럼 많았고 그중 대부분이 주말마다 보는 얼굴들이었다. 부모와 아이. 또는 그냥 아이. 어린이자료실에서 일한 지 2년이 조금 지나간다. 여름과 겨울 총 네 번의 독서교실을 진행했고 다음 주면 다섯 번째 독서교실을 시작한다. 첫 독서교실에서 만난 4학년 아이는 초등학교의 마지막 여름방학을 시작할 것이다. 아이들은 금세 자라고 변한다. 나만 그대로다. 물론 나이는 먹었지만. 이런 게 방금 샤워 중에 내 머릿속을 떠돈 영상들이다. 내 역할은 자료실의 고정된 자리에서 저들을 지켜보는 것뿐일까. 나도 뭔가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나도 저들만큼 나를 성장시켜줄 무언가를 찾아 시간을 쏟으며 움직여야 하지 않겠는가. 꽤 오래전부터 해 왔던 생각이기에 일하면서도 다른 궁리를 많이 하고 있는 편이지만, 그래서 퇴근 뒤에는 글도 쓰고 책도 만들어 보려고 꼼지락거리고 있지만 그 무엇도 뾰족한 수가 되어주지는 못하고 있다. 성장의 속도와 가능성을 초등학교 아이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이대로 가만히 늙어가기만을 기다린다는 건 내가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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