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처음에만 시끌벅적 요란했다가 점점 시시해지는 것보다, 조용히 시작했다가 점점 확산되는 게 더 좋지.”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하고 나서 후원자가 아홉 명에서 그친 채 좀처럼 올라가지 않아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가 이내 내린 결론이었다. 짐짓 호기로운 내 결론을 듣고 남편이 넌지시 말했다. “되게 긍정적이구나. 후원자가 아홉 명이나 생긴 지금이 가장 시끌벅적하고 요란한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헉……!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그게 맞을지도 모를 것 같았다. 내겐 아홉 명도 대단한 인원이다. 내가 아는 사람을 손꼽아보면 물론 아홉 명보다야 많겠지만 나를 후원해줄 사람, 내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은 그 수보다 분명 적을 테니.
펀딩 페이지를 만들고 남편에게 가장 먼저 링크를 보냈다. 남편과 남편의 친구들이 잇따라 후원을 시작했다. 나는 친구들 몇 명에게도 링크를 보냈다. 알려주고 싶었다. 좋아해줄 것 같았다. 그렇게 작가가 되고 싶어 하더니 기어이 네 책을 만드는구나. 대단하다. 언제 이런 걸 다 했니. 등등의 말들을 특별히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었는데, 기대하지 않았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는 친구들에게선 이내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너무 늦었나. 하는 생각. 너무 늦었구나. 하는 생각.
친구들은 모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며 생활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멀리 살았고 서로가 바빠서 얼굴 볼 시간도 없었다. 안부를 자주 주고받지도 않았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조금만 더 빨랐다면, 그들이 조금 더 나와 가까운 곳에 있었을 때 이 일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금세 훌훌 털었다. 애초에 불특정 다수에게 공표하는 것이지 보험설계사처럼 지인을 먼저 설득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책은 그게 불가능하니까.
펀딩 마감일 스물세 날을 남긴 지금은 어떻게 어떻게 해서 스물한 명의 후원자가 생겼다. 목표액의 59%를 달성한 시점이다. 이 속도로 나가다가는 어떻게 되는지 사실 계산이 안 돼서 일단은 지켜볼 예정이다. 스물한 명의 후원자 중 정말 내가 모르는 사람은 다섯 명이다. 다섯 명이나 된다. 그들은 내가 가본 적 없는 지역에 살고 있고 어떻게 해서 이 책을 알게 되었는지, 이 책을 왜 선택한 건지, 왜 기꺼이 돈을 지불한 건지도 나는 알 길이 없다. 작가들도 처음에는 이런 걸 궁금해 했겠지? 아는 사람들에게야 아는 사람이니까 여러 경로로 전달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이 펀딩이 아쉽게 실패로 돌아가면 그들에게는 어떻게 책을 전할 수 있을까. 그 다섯 명 때문에라도 이 펀딩이 성공했으면 좋겠는데, 책이란 것도 제 운명대로 갈 길 찾아가는 거라고 믿고 있는 나로선 그저 지켜보는 것 밖에 아무 할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