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3
오래전에 알던 이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왔다
ㄱ으로 시작되는 네 이름 때문에
그런 전화가 가끔씩 걸려오곤 했다
그들 혹은 이제 막 스마트폰을 만지기 시작한
그들의 아이들이 허투루 눌렀을 그런 전화
너는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야 할지
문자메시지를 보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너를 찾은 부재중 전화가 너를 찾은 건지
그저 잘못 걸린 건지 알 수 없듯이
TV 채널을 돌리다 너는
타인의 삶이 네게 주는 허튼 기대와
타인의 미소가 네게 주는 부질없음에
그래 차라리 너를 담은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되어
너 없는 세상을 찍어보자 결심한다
네가 없을 새로운 인생과
네가 맺지 못한 수많은 시행착오들
너를 찾지 않는 사람들과
네가 부르지 못한 이름들
늘 그렇듯 너는 할 말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의 흔한 무표정으로
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를
사건지평선을 우산처럼 펴들고 걷다가
어느덧 서쪽 끝에 닿을라치면
노을이 지다 해가 저무는 건 순식간이라고 생각한다
(201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