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7_am01:20
작년 11월 12일, 3차 촛불집회 때였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가본 집회였다. 참가자가 백만 명을 넘어선 최초의 집회였는데, 나는 그 자리에 있었을 뿐 완전히 참여했다고도 할 수 없이 어정쩡하게 섞여서 걷다가 금세 나왔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어떤 공기를, 생전 처음 맡아본 공기를 기억한다. 저녁 여덟 시 경이었지만 마치 숲으로 둘러싸인 고요한 새벽 호숫가를 걷는 기분이었다. 사방으로 뻗어 있는 자욱한 안개와 아침 이슬 냄새.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인 광화문 광장에서 안개 낀 새벽 호수를 떠올리다니,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저마다 다른 인생을 살아왔고, 직면해 있는 다른 고민들이 있을 텐데, 그 자리에서만큼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기이한 믿음이 있었다.
그날 남편과 국밥을 먹고 광화문 근처 카페에 갔었다.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시켜서 나눠 먹었다. 스마트폰 게임도 하고 들고 간 책도 읽고 하면서. 집으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저 건너 쪽 테이블에서 일행과 함께 앉아 있는 한 여자를 보았다. 한참을 보았다. 아닐지도 모른다. 모르는 사람이었으므로 대놓고 뚫어져라 보지는 못하고 아마도 흘끔흘끔 쳐다보는 정도였을 텐데 왠지 한참을 본 것처럼 그날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여자가 일행과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은 서른한 살에 위암으로 하늘나라에 간 한 친구를 소환해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닮아 있었다. 그 친구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그 친구가 그때 죽지 않았다면 지금 저 모습이겠구나, 싶을 정도로. 어쩌면 그 친구, 어딘가 다른 세상에서 저렇게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생각했다. 이것 역시 그날의 촛불집회 만큼이나 내겐 특별한 경험이었고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