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4_pm09:22
독립출판에 관심이 있어 이것저것 찾아보는 중이다. 이런 걸 먼저 개척한 사람은 누굴까. 남들이 다 만들어놓은 길을 가는 것 같아 사실 ‘독립’이란 말도 무색하다. 그들이 고군분투하고 좌충우돌하며 힘들게 만들어 놓은 길이 이미 존재한다. 지금이야 독립출판? 아, 그거! 하지만 그걸 맨 처음 생각한 사람에겐 물어볼 누군가도, 방법을 구할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여하튼 나를 포함해 우리 도서관 어린이실 사서 세 명은 나름의 내용을 가지고 독립출판을 해보기로 했다. 한 분은 그렇게도 고민이 많다는 서른이고, 다른 한 분은 그보다 더 고민이 많다는 스물여덟이니, 올해가 가기 전에 우리끼리 의미 있는 일을 하나 기획하고 만들어보자고 별 고민 없는 서른아홉의 내가 제안했는데 다들 흔쾌히 응한 것이다. 운이 좋으면 이 글은 그 책에 실릴 것이다. 음, 정말 운이 좋으면.
독립출판 제작자와 독립책방 운영자들의 인터뷰 집을 읽으면서 우린 조금 기가 죽었다. 기성 출판물보다 더 기발하고 창의적이고 재밌고 놀라워야 독립출판물이었다. 그저 내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어설프게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한 선생님의 의견. 그러자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없다는 다른 선생님의 대답. 이 사람들 책은 다들 특징이 있는데 우린 특징이 없어요. 특징이 없는 게 특징이죠, 뭐.
애초에 독립출판을 해보자고 했던 건 출판을 하기 위해 필요한 온갖 수고로운 것들을 싹 다 제거하고 오로지 즐거움과 유쾌함만으로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힘이 들어가거나, 남들과의 비교, 혹은 스스로가 부여하는 억압의 상태에 놓이면 그때부턴 망하는 거다. 그러지 말자! 하고 마음을 먹으려는데 한 독립책방 주인의 인터뷰 대답이 가슴을 찔렀다.
독립책방 운영자로서 현재의 출판 동향 등에 비춰 국내 독립출판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첫째, 좀 더 남다른 날카로운 시각으로 작가주의를 지향하면 좋겠어요. 둘째, 책의 완성도를 높이면 좋겠어요. ‘독립출판’이라는 단어를 오해하는 분들이 많다 싶을 정도예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내는 책을 좀 더 소중하게 만들어내면 좋겠습니다. 나무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종이가 낭비되는 책들은 생산되지 않길 바랍니다.
-서울시 마땡구 독립책방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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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다하게 구상된 것은 없다. 우리 세 사람은 이제부터 각자 자신의 글을 모아보자고만 정했을 뿐이다. 매일 조금씩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써 나가보자고. 매일매일 써야 하는 업무 일지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으니 다른 의미를 만들어 보자고. 그 다음엔? 그 다음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다음’을 생각하는 일이 아직까지는 즐겁다.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나도 나무에게 미안한 책은 만들고 싶지 않다. 나무에게도, 모두에게도 미안하지 않은 책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