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6_pm06:54
연휴의 시작. 다른 사람들보다 하루를 먼저 쉰다. 연차를 썼기 때문이다.
쉬는 날 카톡으로 울리는 업무사항과 업무지시들은 도서관도 피할 수 없다. 휴일이 제각각인 구립도서관의 사정은 더욱 심하다. 완전한 휴일은 없다. 휴무가 각기 다르니 시키는 사람 입장에선 카톡으로라도 지시를 해야 일이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솔직히 편하게 시키려는 것이다. 기다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지금은 무심해지는 요령이 생겨서 조금 나아졌지만 입사 초에는 카톡에 노이로제가 생길 정도로 적응이 안 되고 힘들었다. 쉬는 날 아침에 일터로부터 카톡을 받으면 그날 하루가 어그러지는 기분이었다. 나중에는 내용과 상관없이 일터와 관련된 카톡은 다 싫어지고 불편해졌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스물여덟의 나였다면 아마도 이것 때문에 그만뒀을 것이다.
휴무가 제각각인 구립도서관이라고 해서 근무일과 휴일 상관없이 아무 때나 연락을 해도 무방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내 메일은 왜 있는가? 근무시간에 읽을 수 있도록 업무 내용을 미리 전달하면 된다. 급한 업무는 어쩔 수 없다고? 급한 업무는 누가 만드는가. 왜 급한 업무를 만드는가. 그런 건 중간 관리자가 알아서 제어를 해야 한다. 넉넉한 시기를 두고 일정을 잡아야 한다. 누굴 위해서? 자신과 함께 일하는, 자신을 도와줄, 자신의 사람들을 위해서. 중간 관리자가 제어해주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는 업무를 그때그때 하달하기만 한다면 사람들은 떠날 것이다. 욕하며 남아있거나.
백 번 양보해서, 긴급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중간 관리자가 온몸으로 막아도 어쩔 수 없는 일. 그럴 땐 양해를 구해야 한다. ‘쉬는데 미안하지만’으로 시작해서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로 끝내는 문장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백 번 중 한 번, 관리자인 내가 당신을 제대로 커버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미안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지, 아랫사람이 상사에게 밥 먹듯이 쓰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저렇게 사람들을 끌어안으며 일할 중간 관리자는 어쩐지 유토피아에나 존재할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그건 여간 힘들고 귀찮은 일이 아니다. 상대의 직급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모든 것을 생각해야 한다. 성격은 기본, 이해력과 공감 능력, 일하는 속도, 일에 임하는 자세, 사람들과의 관계, 칭찬할 때와 지적할 때의 반응 등등. 누가 그런 걸 생각하겠는가. 시키면 다 하게 되어 있는데.
직급으로 이뤄지고 명령으로 움직이는 세상. 나쁘게 말하자면 이렇다. 이를 부인하려면 직급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고 정중하며, 의견을 모아 모든 직원들이 함께 일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 개개인의 사적인 영역을 충분히 보장해주어야 한다. 누누이 주장하지만 가족이 아니고선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 수 없다. 유토피아에서도 그건 안 되는 일이다. 주말에 마음껏 쉬지도 못해 번갈아가며 평일에 쉬어야 하는 처지도 안타까운데, 그 귀한 휴일마저 카톡카톡 거리는 알람으로 망쳐버린다면 얼마나 미안한가.
카톡이 없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 카카오 개발팀에게 요구한다. 속히 문장의 뉘앙스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해서 상사의 업무상 지시, 또는 모욕감을 주는 언행으로 판별되는 카톡 작성 시 사전 경고음이 울리도록 하여 발신자가 절대로 보낼 수 없도록, 경고의 빈도수에 따라 발신자의 핸드폰을 아예 못 쓰게 만들어버리도록 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