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구구절절

2. 어른

20170320_am12:55

by 강민선

어른이라고 썼지만 머릿속을 떠도는 말은 꼰대다. 나도 이제 조심해야 할 나이가 되었다. 아직까지 내게 꼰대라는 말은 발음하기도 좀 낯설다. 엄청나게 자주 듣는 말이지만 내 입에서 내뱉으려면 왠지 어색하고 이상하고 등골이 간지러운 느낌이랄까. 그러니까 꼭 욕을 말할 때처럼 말이다. 꼰대라는 말이 욕은 욕이지. 아마도 그래서 그렇게 꼰대가 되지 않고 싶은 모양이다. 대체 어떻게 하면 꼰대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다수가 향하는 꼰대의 길을 걷지 않을까. 나이는 서른아홉에서 마흔으로 향하고 있고, 사회에서는 나보다 어린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데. 하루 중 내가 던진 수많은 말들을 복기하면서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어느새 꼰대들의 언어를 사용해버린 나 자신이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굳이 할 필요 없는 말을 왜 한 걸까. 상대를 위한답시고 왜 그런 되도 않는 말을 해버린 걸까. 후회해도 소용없는 말에 대한 후회를 날마다 하고 있는 것이다. 왜? 날마다 스스로에게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 알고 보면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으니까. 그래서 손해 보는 것보다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오는 자괴감이 나를 더 갉아먹으니 차라리 손해 보는 쪽을 택하자 이거다. 하지만 이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진실한 노력인지, 미움 받고 싶지 않은 소심한 마음인지, 단지 말에 대한 강박인지 분간이 필요하긴 하다. 사람이 생각을 너무 하면 두통이 오다가 그 여파로 머리가 하얗게 센다. 그러니 애초에 생각할 일이 없도록 가능하면 모두에게 좋은 말을 해야 한다. 듣는 사람도 기분 좋고, 말하는 나도 꼰대라는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말. 말이 행동을 수반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고, 그러니 내가 뱉은 말이 내 윤리와 도덕성을 재단하는 기준이 되고 손발을 구속하는 족쇄가 되겠지만 그것은 나중 문제고. 모든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그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온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철저하게 내가 내지르는 말들을 지킬 도리밖에 어른이 되는 길이 달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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