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구구절절

8. 속초

20170325_pm06:57

by 강민선

오전 열한 시에 출발했다. 목적지는 가평 휴게소. 최종 목적지는 속초였지만 한 번에 속초까지 가는 것은 운전초보자인 나로선 두려운 일이라 끊어서 가기로 한 것이다. 속초 여행 포스팅을 찾아보니 가평 휴게소를 많이들 거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먹거리가 풍부했다. 아침 열 시까지 늦잠을 자서 아침도 거른 상태였다. 나와 남편은 가평 휴게소의 알감자와 꼬치, 핫도그 등등을 떠올리며 기꺼이 빈속으로 차에 올랐다. 설 명절 이후 두 달여 만의 운전이었다. 마포구 성산동에서 가평 휴게소까지 가는 여정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내부 순환로를 잘 달리다가 차선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엄청 막히는 시내 길바닥에서 시간을 버렸다는 얘기도 넘어가겠다. 하이패스도 장착하지 않은 내가 하이패스 통과구간을 신나게 달리는 바람에 사이렌 울려주시고, 심지어 과속까지 했다는 것도 말하면 입만 아프다. 당초 예상 시간을 훌쩍 넘은 세 시간 만에 가평 휴게소가 나타났다. 응? 내 눈에는 안 보였지만 네비가 말해주고 있었다. 다 왔다고.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그 즈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흩날리는 정도였는데 도착하자마자 마구 쏟아졌다. 그리고 우리가 도착한 가평 휴게소는 블로그에서 본 그 먹거리 풍부한 낙원 같은 휴게소가 아니었다. 천막으로 입구를 간신히 가린 화장실, 편의점 하나, 식당 두 개가 고작인 작고 허름한 곳이었다. 그곳의 이름도 가평 휴게소가 맞지만 우리가 가려던 곳은 아니었다. 가려던 그곳까지는 이곳에서 30여 킬로미터를 더 달려야 했다. 재미도 없는 길 잘못 들어선 얘기를 너무 오래 했다. 결국 속초에는 못 갔다. 속초에 가기를 포기한 것은 날씨 탓도 있었다. 하필이면 이번 주말만 먹구름에 비였다. 다른 날들은 모두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이었다. 애초에 궂은 날씨를 예상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혹시나 예보가 틀리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우리는 자연의 법칙과 내 못난 지리 감각에 순응하기로 했다. 춘천에서 닭갈비나 먹고 가자는 의견에 합의를 보았고 가서 먹었다. 그래도 여행인데 하룻밤 묵고 가자는 의견에 또 합의를 보아 춘천관광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피곤한 운전자에게 호텔의 희고 쾌적한 침대보와 욕실의 온수는 위로가 되어주었다. 속초엔 다음에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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