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구구절절

14. 사업

20170331_pm01:40

by 강민선

성북동에 와 있다. 지난 번 공모사업 설명회에 이어 오늘이 두 번째다. 모 기관에서 사업비를 받아 도서관과 함께할 수 있는 사업계획서를 내고 오는 길이다. 결과는 내달 초에 나온다. 이미 앞서 두 번의 공모사업에서 탈락을 경험했기에 마음을 비웠으면서도 기대가 큰 건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 총 세 번의 사업계획서를 썼다. 컨셉이 다 다른 사업이기 때문에 중복된 프로그램이 없었다. 구상하고 작성하는 데 저마다 적지 않은 시간과 정성이 소요됐다는 소리다. 그러니 하나만큼은 되어야 하는데. 아, 이 느낌 왠지 익숙하다. 신춘문예에 낼 소설을 준비하고 응모하면서 꼭 당선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이내 낙방을 받아들이는 담담함. 떨어지는 것에 익숙해져도 안 되지만 떨어졌다면 그 사실을 무던히 받아들이고 다음 계획에 착수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게다가 나는 월급쟁이 아닌가. 공모사업에 떨어져도 월급은 나오니까. 사업을 준비하고 프로그램을 계획하면서 도서관을 떠나 개인적으로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어떨까 생각해본 적도 있었다. 독립출판이나 독립책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어디 후원 받아 할 수 있는 사업 없을까 등등. 하지만 개인이 응모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고 후원을 받는다면 그게 무슨 독립인가 싶기도 하다.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은 도서관 일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다른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이다. 돌파구, 얼마나 멋진 말인가. (표준국어사전적 의미 1. 가로막은 것을 쳐서 깨뜨려 통과할 수 있도록 뚫은 통로나 목 2. 부닥친 장애나 어려움 따위를 해결하는 실마리) 그것을 천천히 만들어 놓는 게 중요하다. 섣불리 일을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 그게 내 사업이다. 그나저나 이번 사업은 돼야 하는데. 쉬는 날 여기까지 직접 찾아왔는데 떨어진다면 아무래도 낭패감이 클 것 같다. 비 오는 성북동. 차라리 흙탕물에 가까운 하늘. 그래서 더 눈에 띄는 원색의 우산들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스타벅스에 앉아 이 글을 쓴다. 날만 좋으면 예쁜 동네가 더 빛이 날 텐데. 그랬다면 좀 더 걸어서 산책도 하고 블로그에서 미리 보아 이곳의 독립책방과 갤러리 카페에도 가볼 텐데. 그런 경험의 가능성이 커질지 아닐지는 아마도 공모신청 결과가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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