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31_pm02:34
새벽 네 시에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이 쉬는 날이었기 때문에 여유를 부린 탓도 있지만 한 시를 넘기고 나서부터는 눈이 저절로 감기는데도 잘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건 여유가 아니었다. 압박이고 집착이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 특별히 쓸 말이 있는 것도 아닌데 노트북만 붙잡고 있었다. 더 이상 진도도 안 나가고 정신은 더욱 몽롱해지는데, 차라리 얼른 자고 일어나 아침에 완성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타협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샤워를 하다가 문득 이게 바로 중독이 아닐까 생각했다. 끊임없이 써야한다는 강박. 전업작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백수시절을 보냈던 십 년 전에도 이러지 않았다. 이런 짓은 그때 했어야 했다. 중독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정도 중독이야 괜찮은 거지 싶기도 한데, 이 중독의 끝이 불안과 우울이라면 곤란하다. 새벽 네 시가 될 때까지 가닥조차 잡히지 않는 글 때문에 나는 불안해졌고 우울해했다. 그때라도 정신을 차려 샤워를 하고 잠을 청한 것이 다행이다. 멈추기 위해서 쓰는 건데 이런 식으로 목표 없는 공회전만 계속한다면 그 끝에서 다시 한 번 불안과 우울의 얼굴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중독자에게 필요한 자기조절력은 큰 사업(14번의 그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내겐 필수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