製冊. 글을 쓴 낱장의 종이를 책으로 묶는 것을 말한다. 한자의 모양새가 한참 동안 들여다보게 만든다. ‘자료를 필요한 규격대로 베거나 자르다’는 뜻을 지닌 제(制) 자에 옷(衣)을 입혔다. 미소가 지어진다. 그림을 닮은 글자는 여전히 신기하다. 그리고 책. 책의 형태를 그대로 담고 있어 내가 아는 한자 중에 가장 재밌는 글자다. 아는 한자가 별로 없긴 하지만. 그동안 모아 놓은 글들을 출력해서 접고 꿰매는 작업을 처음 해보는데 늦게 배운 도둑질처럼 꽤 재밌다. 누가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어서 혼자 유튜브 동영상이나 블로그 검색으로 배우며 하고 있는데, 이게 정확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하다 보니 내가 편하고 내 마음에 드는 쪽으로 길을 만들어 가는 것 같아 기분도 좋다. 어제는 도서관에서 내내 두통에 시달렸으면서도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쉬지도 않고 책을 만들었다. 한 번 시작하면 한 권이 다 완성할 때까지 멈출 수가 없어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다 했다. 왜 진작 이렇게 재미난 일을 하지 않았을까 아쉬워하면서. 내게 조금 더 시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젊은 시간들이 조금만 더 버텨 준다면, 하고 바라면서. 제본 작업의 단점은 딱 하나다. 이걸 하는 동안에는 글을 쓸 수가 없다. 어제는 책을 다 만들고 나니 자정이 훌쩍 넘어 있었고, 쓰려고 구상했던 머릿속의 내용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짧은 메모로만 남겨두었다. 시간이 많아도 쓸 게 없으면 괴로운 게 노트북 앞인데, 쓰고 싶은 게 있는데 눈꺼풀이 자꾸 감기는 것도 괴롭긴 마찬가지였다. 역시, 돈보단 시간이 문제다. 시간의 문제. 정해진 시간을 얼마나 의미 있게, 값지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 바쁜 혼자만의 사업은 얼마나 지속될까.